/사진= FN엔터테인먼트
/사진= FN엔터테인먼트
"너무 재밌지 않아요?"

배우 김성령이 우아함을 벗고, 방문판매의 여신으로 연기 변신을 한 소감을 묻는 말에 이렇게 말했다.

지난 17일 종영한 JTBC 주말드라마 '정숙한 세일즈'는'성(性)'이 금기시되던 그때 그 시절인 1992년 한 시골마을, 성인용품 방문 판매에 뛰어든 '방판 시스터즈' 4인방의 자립, 성장, 우정에 관한 드라마다. 김성령이 연기한 오금희는 '아씨' 대접을 받으며 곱게 자랐고, 그 시대에 대학을 졸업하고, '노키즈'(No Kids)를 주장한 신여성이다. 바쁜 남편을 챙기며 무료한 일상을 살던 중 짠한 마음에 정숙(김소연 분)의 방문판매를 도와주면서 진짜 자신이 바라던 모습을 찾아가는 캐릭터다.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우아한 미모를 뽐내며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해왔던 김성령이었다. 하지만 금희는 이전의 우아함을 한 꺼풀 벗고 솔직함과 유쾌함까지 더하면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이다. "파격적이었다"는 말에 "뭐가요?"라고 너스레를 떨던 그는, "란제리룩은 처음 본 거 같다"고 말하자 금희와 같은 유쾌한 미소를 보이며 "정말 많이 노력했다"면서 "돈도 정말 많이 들였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JTBC 주말드라마 '정숙한 세일즈'
/사진=JTBC 주말드라마 '정숙한 세일즈'
성인용품부터 속옷까지 성역 없이 가감 없이 표현해낸 '정숙한 세일즈'였다. 거침없는 표현과 적나라한 소품들에 시청자들은 놀랐지만, 김성령은 "뭘 다 아는 건데"라며 "그런 걸 보면서 놀라진 알았다. 다만 '이게 나올까' 싶었다. 저는 다 나왔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삐' 처리가 되더라"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전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며 "나이를 들면서 그래서 조급함도 느낀다"면서 넘치는 에너지와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촬영이 없을 때도 정말 바쁘다"면서 꾸준히 운동하고, 피부 관리와 다이어트가 생활화됐을 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하기로 유명한 김성령이다.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도 없던 그이지만 2019년엔 "조국 전 장관이 후원하는 여배우"라는 허무맹랑한 가짜뉴스가 나와 해당 유튜브 채널을 고소하기도 했다. 김성령은 "너무 허무맹랑해서 타격감이 전혀 없었다"면서도 "이걸 사람들이 믿을까 했는데, 진짜로 그 이슈로 일이 취소되기도 했다"면서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말도 안 돼' 이러면서 쉬려고 했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다음은 김성령과 일문일답.
/사진= FN엔터테인먼트
/사진= FN엔터테인먼트
▲ 작품 마친 소감이 남다를 거 같다.

행복하게 촬영했고, 반응까지 좋아서 지금까지 한 작품 중 손가락 세 개 중에 뽑을 정도로 행복하고 선물 같은 선물이었다. '상속자들'에 이어 두 번째 정도인 거 같다. '상속자들' 전에 정말 힘들게 촬영했다. 그런데 그 작품에 오니 대본도 미리 나와 있고, 이민호, 김우빈 이런 너무 재능있는 아이들이 있었다. 저도 마음껏 예쁘게 치장하고 작품도 재밌어서 '너무 고생했다고 이런 작품을 주시네' 하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했다. 그다음으로 이번 작품이 과정도 즐거웠고 좋았다.

▲ 이 드라마는 그동안 금기시된 부분에 대해 드러냈다.

어제 친척 동생을 만났는데 '사우나에서 난리야' 하더라. 이런 얘기는 사우나에서 많이 하지 않나. 다들 '정숙한 세일즈' 얘기를 하면서 '나도 그런 성인용품 판매점에 가볼까' 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행이다' 싶었다. 저희가 바라던 바였다. 또 다른 작품 촬영 중인데 그곳에서도 '정숙한 세일즈' 얘기만 하더라. 단역으로 나오는 배우도 '엄청나다'고 해주셨다. JTBC 역사상 50대 남자 시청자 수가 상승한 건 처음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이것 봐 남자들도 관심 있다니까'라고 말했다. 그래서 '성인용품 얘길 더해야 해'라고 감독님께 강조하기도 했다.(웃음)

▲ 방판시스터즈의 호흡이 이 프로그램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말 최고였다. 감독님은 무슨 복으로 어떻게 이렇게 캐스팅하셨는지. 주연뿐 아니라 단역, 아역까지 다들 좋은 배우들이었고, 함께하는 사람들도 다 좋았다. 그 덕분에 이 작품이 잘 살아난 거 같다. 정말 호흡이 좋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김소연 배우에게 있다고 계속 말하는데, '선한 영향력'이라는 걸 소연이를 보면서 실제로 느꼈다. 한 사람의 선한 영향력이 100명이 넘는 촬영장 스태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소연이가 그렇게 배려하고, 착하게 하니까 다들 그렇게 분위기가 좋았다. 주인공 기분에 따라서 전체가 힘들어지는 현장을 너무 많이 봤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자기 작품이니 예민할 수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소연이 같은 친구가 전체를 이끌어가니까 너무 좋았다.

▲ 남편 최원봉 역의 김원해와도 찰떡 호흡이었다.

너무 잘해줬다. 찍으면서 너무 웃겼다. NG를 얼마나 냈는지 모르겠다. 원해는 첫 촬영에 꽃다발을 줬는데, 그게 시작이었다. 정말 잘해줬다. 애드리브도 정말 많이 했다. 저는 '작가가 계산한 의도가 있을 텐데 애드리브를 해도 될까?' 이런 고민이 있었는데, 원해는 '감독이 필요하면 쓰고, 필요 없으면 안 하는 거다'는 마인드더라. 배우는 보여줄 수 있는 걸 다 보여주면 된다고 하더라. 그걸 제가 이번에 배웠다.

▲ 바이브레이터도 있고, 그런 소품을 보며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도 궁금하다.

구멍이 뚫린 속옷은 저희도 실제로 처음 보는 거라 보면서 너무 재밌었다. 처음 방판신은 12시간 동안 찍었다. 지칠만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아줌마들이 놀라는 것부터 이것저것 다 찍어야 하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소품 자체를 보고 놀라진 않았다. 이미 다 아니까.(웃음) 다만 '이게 나올까' 싶었다. 저는 다 나왔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삐' 처리가 되더라. 그런 건 아쉽더라.

▲ 미스코리아 출신에 우아하고 고상한 이미지가 있는데 금희는 다른 이미지였다. 어떻게 출연을 결심했을까.

일단 재밌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잔인하고 폭력적인 거 보다는 아줌마들 얘기하는 거 같은 이런 이야기가 재밌더라.(웃음) 그리고 나름대로 금희와 비슷한 부분도 있었다. 싱크로율은 80% 정도 되는 거 같아. 영화에서는 망가진 연기도 했는데, 드라마에서는 화려하고 예쁜 인물만 하니까 반갑기도 했다. 이제는 이런 연기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망설일 요소가 하나도 없었다. 또 제가 도전적인 편이다. 친구들이 '뭐가 좋데'하면 '그래?'하고 마는 게 아니라 바로 찾아보고 전화한다. 겉으론 우아한데 하인 기질이 있다.(웃음) 편집되긴 했는데, 원해가 애드리브로 그랬다. '종년'이라고. '종년같이 짐을 들어'라고 했는데 감독님이 자제시켰다. 대걸레를 손으로 짜는 장면도 저의 평소 습관이다. 안 그럴 거 같은데 제가 그렇게 짜는 게 웃긴다고 하더라. 더러운 것도 잘 만지고, 그렇다. 금희는 어쨌든 결단력 있고 용기가 있는 여자 같더라. 제 나이에도 도전하고 희망을 얻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나이 들었다고 해서 집에만 있는 게 아니라.

▲ 코미디 연기도 잘 맞나?

그런 거 같다. 사실 이전부터 하고 싶었다. 그런데 코미디가 정말 어려운 거다. 그래도 몇 번의 코믹 비슷한 것을 하다 보니 이제 잘하는 거 같다.(웃음) 코믹만 했으면 좋겠다.

▲ 너무 큰아들이 있다는 설정인데, 고민이 되진 않았나.

알고는 들어갔지만, 촬영하는 동안 연우진 씨와 별로 붙을 일이 없었다. 대본이 나오니 '그래 맞아, 내가 아들이 있었어' 생각하게 됐다.(웃음) 그래서 어느 정도 수위로 연기해야 할 지, 그 부분이 어려웠다. 사건 때문에 경찰서에서 마주치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로 쌓아간 거 같다. '노키즈'를 주장하던 금희가 큰아들이 있다는 부분은, 금희는 원래 결혼할 생각이 없었던 거다. 맞선에 나가서 '애를 안 낳겠다'고 하면 다들 포기했는데, 원봉은 자기 부모를 설득해 온 거다. 그때 '이런 남자가 있나' 싶으면서도 결혼한 거 같다. 아들은 철없던 시기에 가져서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낳고, 혼자 키우겠다고 한 거였다. 그러다 불이 나서 아이가 화상을 입었고, 결국 부모에게 손을 벌리게 됐는데 '애를 포기하면 도와주겠다'고 한 거다.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항상 갖고 있었지만, 오랜 시간 따로 살아왔기에 '너대로 살아라' 한 거다.

▲ 파격적인 의상을 보여줬는데, 소화하기 위해 준비한 게 있을까.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돈을 많이 들였다. 레이저도 하고, 단기로 2kg 뺏다. 그런데 효과는 별로 없더라. 평소에 관리할 때도 시간과 돈과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한 가지만 해서 안 된다'고, '할 수 있는 걸 다 해야 시너지가 올라온다'고 한다. 굶고, 운동하고, 마사지하고, 보조식품도 먹는다. 그걸 한꺼번에 해야 한다. 저는 촬영 없을 때도 스케줄이 꽉 차 있다. 운동, 마사지, 뭐 갔다가 뭐 갔다가 한다. 운동도 한 가지만 하지 않는다. 테니스도 하고, 마이크로 스튜디오 운동은 올해로 10년 됐다. 그 선생님을 일주일에 1번 이상 10년을 본 거다. 테니스는 유산소, 마이크로스튜디오는 근력을 맡고 있다. 운동이 좋아서 하는 건 아니다. 아직도 습관이 안 됐다. 하지만 약속이고 하니까 지킬 수 있는 거 같다. 갈 땐 싫어도, 어쨌든 하고 나면 좋으니까, 그래서 가는 거다. 요즘 tvN '무쇠소녀단'을 보면서 사이클이 하고 싶더라. 수영도 재밌겠더라. 도전해보고 싶다.
/사진=JTBC 주말드라마 '정숙한 세일즈'
/사진=JTBC 주말드라마 '정숙한 세일즈'
▲ 영화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을 패러디하는 장면도 있었다.

이걸 알아야 재밌는데, 모르는 사람이 재미를 못 느끼는 것에 대한 고민은 있었다. 요즘 친구들은 모르지 않나. 그래도 한 거다. 다행히 아는 사람만 댓글을 달아서 그런지 '금희스톤' 이러면서 좋아해 주시더라.(웃음)

▲ 가족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아들이 성인이니까.

아들 둘 가진 엄마는 뇌구조가 변한다고 하더라. 왜 변하는줄 아나. '딸~' 이런걸 해본 적이 없는 거다. 계속 거친 말만 하고. 가끔 보는 아들에게 '엄마 드라마 봤어?'하면 '아뇨'라고 해서, 화가 나서 말도 안 한다. '엄마 영화 VIP 시사회 올래?' 이러면, 또 '아뇨' 이런다. 딸 가진 엄마가 부럽다. 피드백이 전혀 없다. '오늘이 첫방이야' 이러면 '알고 있다' 이런다. 할 말이 없다.

▲ 극의 배경이 1992년이다 보니 금희 역을 소화하면서 과거가 떠올랐을 거 같다.

저도 1991년 영화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로 연기자로 데뷔했다. 그래서 생각났고, 그 시절이 자연스러웠다. 재밌었고, 소품을 보면서 너무 새롭더라. 다이얼을 돌리는 전화기를 보면서 '이랬는데' 그런 얘길 하게 되더라. 방문 판매도 저희 엄마가 했었다. 엄마는 냄비를 팔았다. 저희 집에서 빵을 만들어주고 그랬다. 냄비를 팔아야 하니까 요리하면서 보여준 거다.

▲ 드라마를 마친 후 연말 계획이 있을까.

tvN 드라마 '금주를 부탁해'를 촬영 중인데 계속 찍을 거 같고, '대가족'이 개봉해서 홍보 활동하게 될 거 같다. 제가 한동안 작품을 많이 해서 '쉬고 싶다'고 했는데, 정말 이상하게 그 후에 다 엎어졌다. 그러다가 '정숙한 세일즈'가 한 거다. 이전엔 준비만 하다 다 끝났다. 그래서 말조심하고 있다.

▲ 오랫동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비법이 있을까.

성격이 거절을 잘 못하고, 출연료도 싸다. 그래서 캐스팅 제의를 많이 받는 거다. 사실이다.(웃음)
/사진= FN엔터테인먼트
/사진= FN엔터테인먼트
▲ 완벽한 자기관리로 꾸준히 활동해왔지만, 이상한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때 어떻게 다시 활동을 할 수 있었을까.

너무 허무맹랑해서 타격감이 없었다. 남의 얘기하는 거 같고. 어디서 멀리서라도 한 번 봤으면 '그때 본 걸 생각하나' 하는데 그런 건덕지가 정말 하나도 없었다. 실제로 마주치면 민망하겠다 싶어질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얘기가 왜 나왔을까 생각해보니, 굳이 따지면 부산에서 살았던 아파트에 그분도 살았다고 하더라. 그것도 이번에 알았다. 이걸로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까' 했는데, 진짜로 이슈가 되면서 일이 취소되기도 했다. '말도 안 돼' 이러면서 쉬려고 했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생각보다 빨리 얘기가 없어진 것도 정말 뭐가 없었다. 반성은 했다. '살면서 내가 뭘 잘못한 게 있었나' 그렇게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게 있나.

개인적으로 미용 기술을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그래서 마음이 조급해진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하고 싶은 건 많아서. 작품으로는 무서운 걸 하고 싶다. 대사는 많이 없고 몸으로 하는 거. 그런 거 해보고 싶다.(웃음)

▲ '정숙한 세일즈'는 어떤 의미가 남는 작품일까.

'정숙한 세일즈'는 뭔가 우리가 사는데 부끄러워하는 것들이 수면위로 올려 얘기할 수 있도록 했다. 중년도 드라마를 통해 얘기하고, 관심을 갖고,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요즘 봉사활동을 가면 장애아들이 많더라.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늘어났는데, 그건 어린아이들이 임신했을 때 잘못해서 그런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임신을 숨기려고 하고, 잘 관리를 못하니까. 태어난 아이들을 돌보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런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성에 대해서도 잘 교육하고, 정책도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