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매크로플린 인텔리젠시아 최고경영자(CEO)가 7일 서울 종로구 서촌 커피바에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제임스 매크로플린 인텔리젠시아 최고경영자(CEO)가 7일 서울 종로구 서촌 커피바에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날개 위에 뜬 별 하나.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1995년 미국 시카고에 스페셜티 커피 시장 개척자로 등장한 인텔리젠시아(Intelligensia)의 로고다. 커피 생두의 고유한 맛을 살리기 위해 라이트 로스팅과 혁신적인 추출법을 시도하며 수많은 스페셜티 카페의 롤모델이 된 인텔리젠시아가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서촌 한옥에 카페를 냈다. 오랜 시간 한정식집이었던 한옥 구조를 최대한 유지한 채 벽을 뚫고 창을 내 마치 원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고즈넉하게 자리했다. 그리고 이름 붙였다. ‘서촌 포 인텔리젠시아’.

인텔리젠시아의 서촌 진출이 특별한 건 미국 밖 첫 해외 진출이어서다. 미국에서도 시카고, 로스앤젤레스(LA), 뉴욕, 보스턴, 오스틴 등 12개 매장만 운영하던 인텔리젠시아는 왜 첫 해외 매장으로 서울을 택했을까. 7일 늦은 오후, 인텔리젠시아를 이끌고 있는 제임스 매크로플린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서울 카페쇼가 한창이던 이날 인텔리젠시아는 서울에 모인 글로벌 커피업계 사람들과의 네트워킹 파티를 준비했다. 환한 조명과 경쾌한 재즈, 오픈바 너머에서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핑거 푸드를 준비하는 직원들이 방문객을 반겼다. “말 그대로 ‘파티’를 준비하고 싶었어요. 모두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매크로플린은 2014년부터 인텔리젠시아 CEO로 일했다. 변호사였던 그가 커피 사업에 발을 들인 건 로펌과 유기농 그늘재배 커피 농장 ‘야구아라 에콜로지코’를 공동 설립하면서다. “우연한 기회였습니다.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커피에 빠져들었어요. 어느새 학부 전공을 살려 커피농장 웹사이트, 블로그 등을 개설하고 브랜드 이미지까지 만들고 있었습니다. 커피를 향한 열정으로 달려가던 중 인텔리젠시아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인텔리젠시아는 창업자 더그 젤이 ‘신선한 생두를 볶아 커피의 효용을 더 높이자’는 생각을 담아 작은 로스터리 카페를 차린 게 그 시작이었다. 블루보틀, 스텀프타운과 함께 ‘미국의 3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 불렸다. 농가와의 계약재배를 통해 생두 가격이 급락할 때도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해 커피산업의 생태계를 지킨 비즈니스 모델로 명성이 높다.

매크로플린을 매료시킨 인텔리젠시아의 철학은 하나다. “커피 본연의 산미를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는 가벼운 로스팅. 인텔리젠시아의 출발점이자 궁극적인 도착점이죠.” 그의 말처럼 인텔리젠시아 커피의 강점은 향미다. 원두를 약하게 볶아 커피 원재료 고유의 특성을 살려주는 ‘라이트 로스팅’은 최상의 커피 향미를 끌어낸다. 이렇게 탄생한 시그니처 라인이 ‘블랙캣 클래식 에스프레소’다. 쓴맛과 신맛이 주류인 기존 에스프레소와 달리 흑설탕 향이 진하게 코팅된 다크초콜릿을 이용해 단맛을 강조했다.

서촌점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메뉴도 있다. 수동 커피머신 ‘플레어58’로 추출하는 커피 ‘알터네이트 에스프레소’. 자신의 취향에 맞는 싱글오리진 원두를 고르면 바리스타가 눈앞에서 커피를 추출해준다. 추출 압력을 낮게 유지하는 동시에 손으로 레버를 천천히 당겨서 커피를 내린다.

“수동 에스프레소 머신은 숙련도가 높은 바리스타만 능숙히 다룰 수 있기에 리스크가 큽니다. 기업 입장에선 투자 대비 효율이 높지 않죠. 하지만 사람 손으로 추출 시간과 압력을 조절해 커피를 내리는 만큼 원두 고유의 향미를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커피 취향이 다채롭고 식견이 뛰어난 한국 소비자는 분명 우리의 노력을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텔리젠시아가 글로벌 1호점 론칭 국가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에 수입되는 원두 비중을 보면 스페셜티 아라비카 품종의 주요 생산지인 브라질산이 전체의 25% 수준으로 가장 높습니다. 그만큼 고급 커피를 즐기는 소비자가 많다는 뜻입니다. 우리 브랜드가 고수하는 ‘좋은 커피’에 대한 집념이 한국 소비자의 뛰어난 안목과 만나면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좋은 커피를 만드는 핵심은 원두 품질이다. 우수한 원두는 우수한 농부의 손에서 나온다는 것. “우리는 전 세계를 돌며 멕시코, 중앙아메리카, 라틴아메리카 등에서 엄선한 커피 농가들과 직거래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이들과의 강력한 연대, 그것이 인텔리젠시아의 힘입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