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의 상금을 걸고 열린 2024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시즌이 끝났다는 건 후원사들이 계산기를 두드릴 시간이 찾아왔다는 걸 뜻한다. 후원 선수가 투자 대비 얼마나 큰 광고 효과를 가져다줬는지 평가하고, 이 자료가 재계약 협상 근거가 된다.
6승 한토신 '함박웃음'…윤이나의 켈리 '고진감래'
골프 마케팅에서 가장 확실한 척도는 후원 선수의 우승 횟수다. 업계에는 ‘톱10 열 번보다 우승 한 번의 홍보 효과가 훨씬 크다’는 말이 있다.

올 시즌 KLPGA투어에서는 박현경(24)·박지영(28)의 한국토지신탁과 마다솜(25)·고지우(24)·유현조(19)의 삼천리가 최대 수혜자다. 박결(28)·임희정(24)·유효주(27) 등 화려한 멤버로 구성된 두산건설은 2년 연속 아쉬움을 삼켰다.

○‘선택과 집중’ 전략 빛난 한토신

6승 한토신 '함박웃음'…윤이나의 켈리 '고진감래'
올해 KLPGA투어 선수를 후원하는 기업 중 가장 크게 웃을 수 있는 곳은 한국토지신탁이다. 한국토지신탁 선수들은 6승을 합작했다. ‘쌍두마차’ 박현경과 박지영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박현경과 박지영은 올 시즌 3승씩을 쌓아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게다가 두 선수는 시즌 내내 대상·상금왕 경쟁을 펼치며 브랜드를 알렸다.

한국토지신탁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4년 전 창단한 한국토지신탁은 올해 박현경, 박지영, 조아연(24), 임채리(19) 등 알짜배기 선수 네 명으로 골프단을 꾸렸다. 그 가운데 KLPGA투어 소속은 세 명이다. 모두 투어를 대표하는 간판이다. 실력과 대중성을 겸비한 선수로 구단을 꾸려 투자 대비 효과를 확실히 얻었다.

에너지 기업 삼천리의 후원을 받는 선수들은 한국토지신탁 다음으로 많은 5승을 합작했다. 지난해부터 인연을 맺은 마다솜이 효녀 역할을 했다. 마다솜은 지난 9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승을 올리더니 시즌 마지막 두 개 대회를 휩쓴 끝에 공동 다승왕을 차지했다. 특히 마다솜은 통산 4승을 모두 삼천리 모자를 쓰고 우승해 남다른 궁합을 자랑했다. ‘루키’ 유현조도 메이저 대회 우승과 함께 신인왕에 올라 삼천리 브랜드를 확실히 알렸다.

○‘윤이나 효과’ 의리의 하이트진로

우승 숫자에선 뒤지지만 남다른 스토리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후원사도 있다. 하이트진로가 그중 하나다. 하이트진로는 윤이나(21)와 김민별(20)이 1승씩 거둬 2승에 머물렀지만 화제성에선 그 어떤 후원사에도 밀리지 않았다.

올 시즌 투어에 복귀해 출전 대회마다 화제를 모은 윤이나 덕분이다. 복귀 자체만으로 이슈의 중심으로 떠오른 윤이나는 올 시즌 우승 한 번, 준우승 네 번 등 톱10에 열네 차례 입상하는 활약으로 대상과 상금왕, 평균 타수 1위 등 3관왕을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징계 기간에도 윤이나의 손을 놓지 않은 하이트진로의 ‘의리’가 빛을 발했다”고 말했다.

데뷔 7년 만의 생애 첫 승을 포함해 통산 3승을 올 시즌에 쓸어 담아 공동 다승 1위 대열에 합류한 배소현(31)의 후원사 프롬바이오는 선수 보는 안목으로 주목받았다.

○2년 연속 아쉬움 남긴 두산건설

지난해 야심 차게 KLPGA투어에 뛰어든 두산건설은 2년 연속 아쉬운 한 해를 보냈다. 간판스타 박결을 비롯해 임희정, 유효주 등 검증된 톱스타를 영입해 관심을 모았지만 이름값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했다. 박결과 유효주는 올 시즌 톱10에 한 번, 최고 인기 스타 임희정은 네 차례 이름을 올리는 데 그쳤다.

SBI저축은행도 아쉬움을 삼킨 건 마찬가지였다. 문정민(22)과 이동은(20)을 앞세워 시즌을 시작했으나 문정민이 시즌 도중 개인사 논란에 휩싸여 계약을 해지하는 홍역을 치렀다. 짧은 휴식을 취한 뒤 빈 모자로 돌아온 문정민이 9월 대보 하우스디 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둬 씁쓸함은 배가됐다. 매번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진 이동은은 첫 승을 다음 시즌으로 미뤘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