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이어…기아 노조도 '정년퇴직자 노조 가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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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지부, 가입절차 시작…현대차노조는 규정변경 나서
최대 2년 고용 연장된 촉탁직
노조 가입 본격화 땐 세력 커져
처우개선 요구로 이어질 수도
조합 내부 세대갈등 조짐도
MZ직원 "후배 희생시키나" 반대
업계 "인건비 부담·생산성 타격
촉탁직 유연한 활용까지 막힐 것"
최대 2년 고용 연장된 촉탁직
노조 가입 본격화 땐 세력 커져
처우개선 요구로 이어질 수도
조합 내부 세대갈등 조짐도
MZ직원 "후배 희생시키나" 반대
업계 "인건비 부담·생산성 타격
촉탁직 유연한 활용까지 막힐 것"
기아 노동조합이 정년퇴직 후 계약직(촉탁직)으로 재고용된 숙련 재고용 직원의 노조 가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14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촉탁직의 노조 가입을 결정하기 위한 투표를 했다. 두 회사 합산 생산직 인원만 6만9000여 명에 달하는 대형 사업장의 이 같은 변화에 재계와 노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2019년부터 기술직 및 정비직 정년퇴직자를 대상으로 최대 2년 더 일할 수 있는 숙련 재고용 제도를 시행 중이다. 촉탁직의 연봉은 8000만원가량이다. 신입 정규직 수준이다. 현대차와 기아에서 매년 각각 2500명, 1300명 안팎의 촉탁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 도입 5년 만에 두 회사 노조가 촉탁직의 노조 가입에 사활을 거는 건 ‘세력 유지’를 위한 방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숙련 재고용 제도를 시행하면서 기간제 근로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기아만 해도 2020년 488명에 불과하던 기간제 근로자는 지난해 말 2136명으로 불어났다. 내년부터 베이비붐세대의 정년퇴직이 예정돼 있어 노조원이 급감할 전망이다. 기아 전체 노조원(현재 약 2만6000명)의 10%가 빠져나가는 셈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5년간 조합원이 7000여 명 줄어들었다”며 “울산공장 조합원은 현재 2만1031명인데 정년퇴직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조합 사상 최초로 2만 명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했다. 노조로선 인원 감소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선 촉탁직의 노조 가입이 자칫 기업에 노동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기업 노조가 세력 유지에 급급하다 보면 촉탁직 임금 인상 및 복지 수준 확대 등 촉탁직의 표에 기대는 요구를 사측에 남발할 수 있다는 논리다. 노동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 노조 지부장 선거는 지지율 3~4%포인트 차이로 결정되곤 한다”며 “노조 집행부가 촉탁직을 위한 선심성 정책을 쏟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촉탁직의 노조 가입 추진 소식이 퍼지면서 조합 내 세대 갈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30대 현대차 직원은 “회사가 부담할 수 있는 인건비는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은퇴한 선배들이 후배들을 희생시켜 임금을 더 챙기는 것 아니냐”며 촉탁직 노조 가입에 반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촉탁직 노조 가입이 현실화하고 이들의 처우가 재직자 수준으로 올라가면 사실상 호봉제가 유지되는 정년 연장과 다를 게 없어진다”며 “회사 측은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생산성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협력본부장은 “촉탁직이 노조에 가입하면 정년까지 근무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설계된 노조 단체협약의 취지와 맞지 않게 된다”며 “업무상 필요에 따라 회사가 촉탁직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길까지 막힐 것”이라고 했다.
김진원/곽용희 기자 jin1@hankyung.com
◆7만 대형 사업장의 ‘실험’
이날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기아지부 화성지회는 지난 7일부터 1963년생 ‘베테랑’ 조합원을 대상으로 노조 가입 신청서를 받기 시작했다. 60세 이상 촉탁직을 노조에 가입시킬지 결정하기에 앞서 일종의 사전 여론 조사로 풀이된다.현대차·기아는 2019년부터 기술직 및 정비직 정년퇴직자를 대상으로 최대 2년 더 일할 수 있는 숙련 재고용 제도를 시행 중이다. 촉탁직의 연봉은 8000만원가량이다. 신입 정규직 수준이다. 현대차와 기아에서 매년 각각 2500명, 1300명 안팎의 촉탁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 도입 5년 만에 두 회사 노조가 촉탁직의 노조 가입에 사활을 거는 건 ‘세력 유지’를 위한 방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숙련 재고용 제도를 시행하면서 기간제 근로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기아만 해도 2020년 488명에 불과하던 기간제 근로자는 지난해 말 2136명으로 불어났다. 내년부터 베이비붐세대의 정년퇴직이 예정돼 있어 노조원이 급감할 전망이다. 기아 전체 노조원(현재 약 2만6000명)의 10%가 빠져나가는 셈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5년간 조합원이 7000여 명 줄어들었다”며 “울산공장 조합원은 현재 2만1031명인데 정년퇴직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조합 사상 최초로 2만 명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했다. 노조로선 인원 감소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년 연장 논쟁 촉발할 듯
현대차와 기아가 재고용 근로자의 노조 가입을 추진하면서 이와 관련한 논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노동계에선 숙련 재고용 제도를 시행하는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처럼 이들도 ‘노조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선 촉탁직의 노조 가입이 자칫 기업에 노동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기업 노조가 세력 유지에 급급하다 보면 촉탁직 임금 인상 및 복지 수준 확대 등 촉탁직의 표에 기대는 요구를 사측에 남발할 수 있다는 논리다. 노동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 노조 지부장 선거는 지지율 3~4%포인트 차이로 결정되곤 한다”며 “노조 집행부가 촉탁직을 위한 선심성 정책을 쏟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촉탁직의 노조 가입 추진 소식이 퍼지면서 조합 내 세대 갈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30대 현대차 직원은 “회사가 부담할 수 있는 인건비는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은퇴한 선배들이 후배들을 희생시켜 임금을 더 챙기는 것 아니냐”며 촉탁직 노조 가입에 반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촉탁직 노조 가입이 현실화하고 이들의 처우가 재직자 수준으로 올라가면 사실상 호봉제가 유지되는 정년 연장과 다를 게 없어진다”며 “회사 측은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생산성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협력본부장은 “촉탁직이 노조에 가입하면 정년까지 근무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설계된 노조 단체협약의 취지와 맞지 않게 된다”며 “업무상 필요에 따라 회사가 촉탁직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길까지 막힐 것”이라고 했다.
김진원/곽용희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