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4년5개월 만에 4만원대까지 떨어졌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라는 암초까지 맞닥뜨린 영향이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끝 모를 추락에 코스피지수 단기 저점 논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4만전자’로 주저앉은 삼성전자

결국 4만전자…"코스피 상승 동력 안보인다"
14일 삼성전자는 1.38% 내린 4만9900원에 마감했다. 지난 11일부터 4거래일 연속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2020년 6월 15일 이후 4년5개월 만의 최저가다. 시총은 297조8921억원으로 300조원대가 붕괴했다.

옵션만기일인 이날 마감 10분 전부터 동시호가가 나오며 5만원대를 내줬다. 동시호가 시간에만 3500억원어치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47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12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11일 장중 8만8800원, 시총 530조원으로 고점을 찍었지만 넉 달 만에 시총 230조원이 증발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역사적 저점인 0.87배까지 떨어졌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경쟁 업체와의 HBM 기술 격차, 중국 업체에 추격당하는 D램 제품에 대한 의구심 등이 주가 하락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엔 트럼프 당선인이 대중 반도체 수출을 제한할 것이란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시총 1위인 삼성전자의 추락에 코스피지수도 0.07% 오르는 데 그치며 2418.86에 마감했다. 증권가에선 코스피지수가 단기 바닥권에 진입했는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붙었다. KB증권은 코스피지수의 단기 하단을 2300선으로 제시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증시 부양 조치가 발표되기 전까지 충격은 몇 차례 더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도 내년 코스피지수 연간 예상 범위 하단을 2300으로 제시했다.

○“‘싸다’는 장점만 남았다”

일각에선 코스피지수가 단기 바닥권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3일 코스피지수 20일 이격도(현재 주가와 20일 이동평균선의 차이를 백분율로 나타낸 값)는 94.1%로 95%를 밑돌았다. 역사적으로 지수의 20일 이격도가 95% 밑으로 내려간 시기는 기술적 저점 시기와 맞물렸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코스피지수의 20일 이격도가 95% 밑으로 내려간 뒤 1개월간 평균 수익률은 1.9%를 기록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저점에 진입하더라도 당분간 증시를 끌어올릴 상승 동력이 없는 게 문제다. 강달러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고공행진하는 원·달러 환율이 외국인 매도세를 부르며 증시를 짓누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줄어드는 상장사 실적 전망치도 문제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본격적인 지수 반전은 이익 전망치 내림세가 멈춘 뒤에야 나타날 것”이라며 “국내 수출 지표와 미국 제조업 체감 경기가 회복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의미 있는 반등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8월 이후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18조원어치 팔았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는 17조442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사실상 삼성전자만 팔아치운 것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반등하기 시작하면 코스피지수 상승 여력은 글로벌 여느 시장보다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최만수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