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14일 한때 국내에서 1억3000만원을 돌파했다. 해외에서는 9만300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5일 미국 대선 이후 누적 상승률만 30%를 넘는다. 가격이 치솟은 데는 내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 정부가 비트코인을 사들일 것이란 기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석유처럼…비트코인, 美 전략자산 되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기간 비트코인을 ‘전략적 국가 비축 자산’으로 삼겠다고 공언해서다. 미 정부가 비트코인을 비축하면 세계적인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우선 미 정부가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에 편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공화당 소속 신시아 러미스 상원의원은 지난 7월 재무부가 비트코인 100만 개를 매입해 금과 비슷한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보유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미국 준비자산은 유로화, 엔화 등 외국 통화와 금,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등으로 구성된다. 미국은 달러 가치 안정성과 위기 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준비자산을 쌓아둔다.

가장 큰 걸림돌은 미 중앙은행(Fed)의 반대다. 준비자산은 재무부가 관리하지만 달러 안정성과 유동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Fed 동의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행정부로부터 독립적인 데다 통화정책 안정성이 최우선인 Fed가 동의할지 미지수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 총재는 “암호화폐에 열린 마음을 가질 것”이라면서도 “유용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비트코인을 석유 같은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비축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도 전략적 비축에 방점이 찍혔다. 미국은 국가 안보와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석유, 희토류 등 특정 자산을 모아둔다. 주로 재무부, 국방부, 에너지부 같은 부처가 관리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이 (암호화폐산업을) 장악하게 둘 수 없다”며 비트코인 확보가 안보에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하지만 난관도 적지 않다. 먼저 법을 제정해야 한다. 미국이 석유 비축에 나선 건 1973년 오일 쇼크를 겪으면서다. 미국은 2년이 지난 1975년에야 관련 법인 ‘에너지 관리법’을 마련했다. 그러고도 실제 석유 비축이 이뤄진 건 1977년이다. 이를 감안하면 트럼프 행정부 내에 비트코인 비축이 현실화할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비트코인을 비축하면 다른 나라 역시 비축을 고려할 수 있다. 달러 중심의 기존 국제 금융 질서에 혼란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박이락 송현경제연구소 디지털금융본부장은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심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주요 자산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비트코인을 비축하더라도 임기가 끝난 뒤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