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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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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혼소송 중인 최동석 아나운서가 배우자인 박지윤 아나운서 명의의 압구정 아파트에 대해 재산분할금을 보전하기 위해 18억원의 부동산 가압류를 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몇 달 전 정말 많은 사회적 관심을 받은 노소영-최태원 이혼 사건에서 가장 관심이 많았던 것은 역시 재산분할 액수였습니다. 1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면, 항소심에서는 1조3808억원으로 재산분할 금액이 크게 뛰었습니다.

도대체 이혼사건에서 재산분할이라는 건 무엇일까요?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 것이며, 판사에 따라 이렇게 금액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국은 단순하게, 한국은 복잡하게?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간단합니다. 혼인 전 재산, 증여·상속받은 재산은 부부 각자의 '특유재산'으로 보아 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혼인 중에 취득한 재산은 부부가 50:50의 비율로 균등하게 분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다릅니다. 한국의 법 규정을 들여다보겠습니다.

민법 제839조의 2 제1항에서 “협의상 이혼한 자의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같은 조 제2항에서는 “제1항의 재산분할에 관하여 협의가 되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법 제843조에서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에 관하여도 위 조항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혼 재산분할과 관련한 법 조항은 사실상 위 규정이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법은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을 분할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인데요.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적용에서는 매우 복잡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이럴 때는 판례를 들여다봐야합니다.

'특유재산'이 분할의 키워드

판례는 민법 제839조의2에 규정된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에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 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부부가 이혼을 할 때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 있는 한, 법원으로서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그 재산의 형성에 기여한 정도 등 당사자 쌍방의 일체의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여야 하는바, 이 경우 부부 일방의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나 특유재산일지라도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하여 그 감소를 방지하였거나 그 증식에 협력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즉 부부 중 일방이 상속받은 재산이거나 이미 처분한 상속재산을 기초로 형성된 부동산이더라도 이를 취득하고 유지함에 있어 상대방의 가사노동 등이 직·간접으로 기여한 것이라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고, 이는 부부 중 일방이 제3자로부터 증여받은 재산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개념이 바로 '특유재산'입니다. 혼인 전부터 가진 재산이나 혼인 중 상속·증여받은 재산을 말하는데요. 예를 들어 혼인 전 보유하고 있던 아파트나 부모님께 증여받은 상가건물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중요한 예외가 있습니다. 배우자가 이 재산의 유지나 증식에 기여했다고 인정되면 분할될 수 있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혼인 전 보유한 아파트의 대출금을 부부가 함께 갚았다거나, 증여받은 상가건물의 임대·관리를 배우자가 도맡아 했다면 이런 기여도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법원 실무상 혼인기간이 3년 이상이면 특유재산도 분할 대상에 포함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함께 산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의 재산 형성과 유지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일반재산과 특유재산의 분할 비율

분할 비율은 재산의 성격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혼인 중 함께 번 돈(일반재산)은 50:50이 원칙인데요. 예를 들어 맞벌이 부부가 모은 예금이나 주식, 또는 한 명이 벌어도 다른 한 명이 가사노동으로 기여한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예외를 인정하더라도 40:60을 넘기는 쉽지 않습니다.

반면 특유재산은 분할하지 않는 것이 원칙(100:0)입니다. 특유재산인 부동산을 팔지 않고 잘 보유하고 있었고 그 부동산 가액이 증가한 경우 등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하여 그 감소를 방지하였거나 그 증식에 협력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80:20, 90:10 정도로 제한적 분할이 이뤄지는데요. 보통 혼인기간이 길수록, 특유재산의 유지 협력, 감소 방지, 증식에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부분이 커질 것입니다.

실제 사례로 보는 재산분할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가 혼인 전 가진 1억원(특유재산)과 B가 근로 활동해서 자신 명의로 예금, 주식 등 2억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볼까요? 7년간 혼인생활을 했고 A는 전업주부로 가사노동을 담당했다면, 특유재산도 분할 대상이 됩니다.

이때 일반재산 2억원은 50:50으로, 특유재산 1억원은 80:20 정도로 분할한다고 가정해보면, 전체적으로는 60:40 정도의 비율이 나오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A는 1.8억원, B는 1.2억원을 가져가게 되어 B가 A에게 8000만원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죠.

노소영-최태원 사건에서 1심과 항소심의 재산분할 금액이 크게 차이 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유재산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기여도는 어느 정도로 볼 것인지가 법원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태원 1조 vs 최동석 18억'…이혼 재산분할의 미스터리 [윤지상의 가사언박싱]
윤지상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 l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제45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35기 수료 후 전국 주요 법원 판사로 재직하며 2022년 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로 퇴임했다. 법관 재직 시절 다수의 이혼 재판과 상속재산분할 심판을 하였고, 상속재산분할 및 유류분재판실무편람, 주석 민법(친족상속편)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현재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이자 국민권익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유튜브 상속언박싱이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상속과 관련된 여러 강연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