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사진=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팀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감세 공약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내년 1월 취임 후 순차적으로 '바이든 지우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테슬라 "IRA 세액 공제 폐지 찬성경쟁사가 더 타격"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 정권인수팀이 미국에서 전기차 구입시 제공하는 최대 7500달러(약 1050만원)의 세액 공제 혜택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정권인수팀은 전기차 세액 공제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성명을 통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을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최대 셰일업체 콘티넨털리소시즈 해럴드 햄 창업자와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주지사가 이끄는 에너지 정책팀이 IRA 세액공제 폐지를 논의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에너지정책팀 회의는 대선 승리 후 미 플로리다주 마라라고리조트 등에서 여러 차례 열렸다고 전했다.

미국 최대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는 정권인수팀에 보조금 폐지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세액공제 혜택을 폐지하면 미국 전기차 산업의 성장은 정체되겠지만 테슬라보다 경쟁사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트럼프의 최대 후원자인 머스크 CEO는 지난 7월 테슬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산업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테슬라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니콜라스 머쉬 퍼포스 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매니저는 "테슬라가 중국산 전기차 업체를 이길 수는 없지만, 트럼프의 도움으로 중국산 전기차를 미국 시장에서 몰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테슬라가 제조 공정을 재편해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트럼프 당선인의 고율 관세, 대중 무역 제재 등의 도움을 받는다면 보조금을 없애더라도 미국 내에서 경쟁업체를 충분히 따돌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될 경우 곧바로 전기차 판매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기차 판매가 줄면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배터리 업체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자동차혁신연합(AAI)는 지난달 15일 의회에 서한을 보내 전기차 세액 공제 혜택을 유지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AAI는 "(세액 공제 혜택이) 미래 자동차 제조 분야에서 미국을 글로벌 리더로 굳건히 만드는 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양원 장악한 공화당, IRA 손 본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인 IRA를 '신종 녹색 사기'라며 자주 비판했다. 재선에 성공하면 '전기차 의무화(mandate)'정책을 끝내겠다고도 거듭 공약했다. 어떤 정책을 없앨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권인수팀은 IRA에 담긴 청정에너지 정책 일부는 폐지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IRA 자금은 공화당이 장악한 미시간, 오하이오, 네바다주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 이미 배분되기 시작했고, 공화당 지역에서도 IRA 정책이 인기가 많아서다.

정권인수팀은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를 더 큰 세제 개혁 법안의 일부로 담을 경우 공화당 의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 공약에 필요한 수조달러에 이르는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에너지정책팀은 공화당이 '예산조정' 절차를 거쳐 IRA를 폐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예산조정법안은 일반 법안과 달리 무제한 토론을 통해 정상적인 의사 진행을 막는 필리버스터가 적용되지 않고, 단순 과반 찬성표만 있으면 통과된다. 2022년 민주당은 IRA를 처리할 때도 예산조정 절차를 거쳤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