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전 의원이 당선인 시절이 2020년 5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 횡령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김범준 기자
윤미향 전 의원이 당선인 시절이 2020년 5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 횡령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김범준 기자
윤미향 전 의원의 21대 국회 등원 길은 시끄러웠다.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서 비례 순번 7번으로 당선된 윤 전 의원이 21대 국회 회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거대한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21대 총선 이후인 2020년 5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미향 전 정의연 대표가 국회의원을 해선 안 된다"며 후원금 횡령 의혹을 제기했다. 윤 전 의원과 1992년부터 위안부 관련 활동을 함께 해 온 이 할머니 증언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윤 전 의원이 의혹에 해명하기 위해 처음으로 국회 소통관에 나오던 날은, 21대 국회의원 임기 4년을 통틀어 국회가 가장 시끄러운 날로 꼽힌다. '역대급' 인파가 몰린 그날,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의 비호를 받으며 기자회견장으로 나왔었다.

그 자리에서 그는 20여분에 걸쳐 땀을 뻘뻘 흘리며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지만, 결국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그는 다만 의원직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사흘 뒤부터 국회 출근을 시작했다.

이후 윤 전 의원이 검찰 기소를 받기까지는 약 3개월, 이후 사법부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기까지는 50개월이 걸렸다. 대법원 2부는 뒤늦게 내놓은 판결에서 "원심 판단에 사기죄, 보조금법 위반죄, 업무상횡령죄, 기부금품법 위반죄 등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 할머니가 제기한 의혹 상당 부분이 사실로 드러났지만, 사법부의 판단이 늦어지는 사이 윤 전 의원은 '금배지'를 달고 활발하게 의정 활동을 이어갔다. '후원금 횡령' 의혹은 그가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제기됐지만, 법원의 판단은 그의 의원 임기가 모두 끝난 뒤 나왔기 때문에 윤 전 의원은 의원으로서의 각종 특권을 모두 누릴 수 있었다.

윤 전 의원은 우선 4년간 꼬박꼬박 세비를 받았다. 매월 약 1300만원, 4년 동안 6억1500만원이다. 기본 급여에는 일반 수당과 관리업무수당, 상여금, 명절휴가비,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등이 포함되는데 윤 전 의원은 이 외에도 실제 차량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매월 지급되는 차량 유지비와 유류비도 받았을 것이다.

또 의원실에서 먼저 집행한 뒤 사후 보전을 받을 수 있는 입법 및 정책개발비, 공무출장비, 홍보물·정책자료 발간비, 보좌진 지원금 등도 있는데 이는 통상 연간 1억원 정도 수준이다.

윤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에 따른 국회의원 후원금도 받을 수 있었다. 후원금은 연 최대 1억5000만원(선거 있는 해엔 최대 3억원) 한도 내에서 정책 개발, 토론회 개최, 식사 명목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윤미향 전 의원이 지난해 6월, 조총련 주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도식 참석 논란과 관련해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미향 전 의원이 지난해 6월, 조총련 주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도식 참석 논란과 관련해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임기 내에 친북 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주최한 '간토대지진 100주년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일본 도쿄를 방문하는 기행을 벌이기도 했다. 대법원에서 '반국가 단체' 판결을 받은 조총련 주최 행사에 참석하며, 공무 출장비 역시 전액 세금으로 보전받은 것이다.

사법부 결정이 늦어진 탓에 윤 전 의원은 4년의 임기를 잘 마치고, 지금은 '김복동의 희망'을 설립해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대법원은 윤 전 의원이 김복동 할머니 조의금 명목으로 받은 1억2900만원을 개인 계좌로 모금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판결했는데, 윤 의원은 '김복동 평화센터'를 짓겠다며 후원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 전 의원의 국회에 있는 지난 4년 동안 '윤미향 키드'가 자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윤 전 의원의 보좌진을 지낸 이들이 임기 이후 위안부 관련 활동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범죄자의 의정활동을 국민 혈세로 지원한 꼴'이라며 뒷말이 파다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사법부가 '재판 지연'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과 별개로, 정치인 중에서도 반성문을 써야 하는 이들이 많다"며 "윤 전 의원은 잃은 것 하나 없이 특권을 모두 누리고 떠났는데, 윤 전 의원이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며 그를 감쌌던 이들 중 그 누구도 반성문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