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공개된 재벌집에서 커피 한잔, 장충동 골목 스타벅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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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을 가다
60년대 현대건축 유산과 예술의 만남
나상진 건축가가 대선제분 일가 위해 지은 집
이희조 작가의 '커피 모멘트' 회화 작품 전시
1960~70년대 디자인 명품 가구 오리지널 그대로
음악 집중하는 뮤직룸과 햇살 가득한 정원의 조화
7개의 방에서 취향 따라 즐기는 스타벅스 리저브 커피
60년대 현대건축 유산과 예술의 만남
나상진 건축가가 대선제분 일가 위해 지은 집
이희조 작가의 '커피 모멘트' 회화 작품 전시
1960~70년대 디자인 명품 가구 오리지널 그대로
음악 집중하는 뮤직룸과 햇살 가득한 정원의 조화
7개의 방에서 취향 따라 즐기는 스타벅스 리저브 커피
장충동은 서울의 근현대사를 압축한 동네다. 떠들썩한 먹자골목에서 길 하나를 건너면 담장 높은 저택, 실향민 벌집촌이 뒤엉켜 있다. 광희문 성곽 마을이던 곳에 일제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가 문화주택단지를 조성하며 낮은 언덕에 집들이 지어진 게 그 시작이다. 해방과 6·25전쟁을 거친 이후 1960년대엔 부촌의 상징이 됐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자택이 들어섰고,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명예회장도 월남 후 장충동 적산 가옥에 본적을 등록했다.
이 시기 장충동에 살던 사람이라면 잊지 못하는 집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 1세대 대표 건축가인 나상진(1923~1973)이 3년에 걸쳐 지은 집이다. 김중업 김수근보다 한 세대 앞서 활동한 나상진은 한국 최초의 골프 클럽하우스인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꿈마루, 광장동 워커힐호텔 본관과 후암동 성당 등을 지은 인물. 당대 보기 드물던 이 대형 가옥은 대선제분 창업주인 박세정 회장이 의뢰해 1966년 완공됐다. 2019년까지 그 일가가 4대에 걸쳐 살았다. 동대입구역에서 장충교회를 끼고 돌아 언덕을 조금 오르면 붉은 벽돌의 ‘베네딕토 피정의 집’ 맞은 편, 흰 벽면에 다소곳하게 자리한 나무 대문이 열려 있다. 자칫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이 집 문패엔 이렇게 쓰여있다. ‘Starbucks Reserve.’ 스타벅스가 스페셜티 커피 전문 매장인 리저브 10주년을 맞아 지난 9월 선보인 열 번째 매장 장충라운지R점이다. “당신의 커피 여행이 이곳에서 시작된다”는 문구와 함께 들어서면 기존 차고로 쓰이던 낮은 층고의 공간이 등장한다. 마치 비밀의 공간에 숨어드는 듯한 동선. 벽면엔 ‘오르빗 스튜디오’의 증강현실 작품 ‘한 잔의 오디세이’가 벽화 형태로 그려져 있다. QR코드를 휴대폰으로 찍으면 커피 여정이 생생하게 시작된다. 이어지는 지하 대기 공간엔 올해 스타벅스 연말 프로모션 달력으로 협업한 이희조 작가의 원화 그림이 손님들을 맞이한다. 일상의 소재들을 평면에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는 그는 ‘커피 모멘트’를 주제로 계절별 그림들을 그렸다. 노란 꽃이 피어나는 3월, 시원한 소나기가 내리는 여름 풍경과 커피, 낙엽 지는 가을의 풍경까지 여섯 점의 그림을 실물로 만나볼 수 있다. 지상으로 오르면 1층과 2층에 완전히 분리된 7개의 공간이 기다린다. 라운지, 뮤직룸을 포함해 야외 정원 테라스석까지 180석이 자리하는데 각각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도록 했다. 벽난로가 있던 공간엔 석벽과 벽난로의 원형을 보존했고, 계단 난간과 손잡이, 바닥재 등도 최대한 살려냈다. 계단을 오르며 보이는 샹들리에마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돕는 장치. 계단을 오를 때마다 우리의 눈높이에 맞춰 낮은 위치에 낸 창문은 계절의 풍경을 온전히 담아낸다. 이곳에선 가구와 조명에 시선이 먼저 머문다. 모던 가구의 황금기를 이끌던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의 쇼룸과도 같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비코 마지스트레티가 1973년 디자인한 ‘마라룽가 소파’, 마리오 벨리니가 1960년대 선보인 ‘아만타 소파’, 1980년대 지안카를로 피레티가 디자인한 ‘알키 사이드 체어’ 등이 그렇다. 네덜란드의 마르틴 비저가 1970년 일본 엑스포에 출시한 ‘오사카 체어’에 앉으면 극강의 휴식이 찾아온다. 엔니오 키지오가 1970년대 디자인한 ‘블랙 시오트 램프’, 루이지 마소니가 1970년대 만든 ‘구찌니 모아나 램프’의 빈티지 오리지널 버전도 함께한다. 이예찬 부재현 등 국내 가구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으로 한국 소반과 조약돌의 선도 곳곳에 배치됐다. 2층 안쪽에 자리한 뮤직룸에 들어서면 한 가지 주의할 게 있다. 반드시 커튼을 닫아둘 것. 자연광을 최대한 차단하고 소음을 줄인 채 오직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의 반전은 정원에서 펼쳐진다. 소담한 분수대 옆 커피 한잔을 두고 가을 햇살 아래 느긋하게 바라보는 우리 건축 유산의 단면. 마치 영화 속으로 들어온 것처럼 느껴진다. 반세기 넘게 누군가의 집이던 이곳은 1960~70년대 가구와 예술 작품, 음악감상실과 푸르른 정원을 간직한 도심 속 온전한 휴식 공간이 됐다. 대체로 붐비지만, 평일 오전은 비교적 한가로이 즐길 수 있다.
글·사진=김보라 기자
이 시기 장충동에 살던 사람이라면 잊지 못하는 집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 1세대 대표 건축가인 나상진(1923~1973)이 3년에 걸쳐 지은 집이다. 김중업 김수근보다 한 세대 앞서 활동한 나상진은 한국 최초의 골프 클럽하우스인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꿈마루, 광장동 워커힐호텔 본관과 후암동 성당 등을 지은 인물. 당대 보기 드물던 이 대형 가옥은 대선제분 창업주인 박세정 회장이 의뢰해 1966년 완공됐다. 2019년까지 그 일가가 4대에 걸쳐 살았다. 동대입구역에서 장충교회를 끼고 돌아 언덕을 조금 오르면 붉은 벽돌의 ‘베네딕토 피정의 집’ 맞은 편, 흰 벽면에 다소곳하게 자리한 나무 대문이 열려 있다. 자칫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이 집 문패엔 이렇게 쓰여있다. ‘Starbucks Reserve.’ 스타벅스가 스페셜티 커피 전문 매장인 리저브 10주년을 맞아 지난 9월 선보인 열 번째 매장 장충라운지R점이다. “당신의 커피 여행이 이곳에서 시작된다”는 문구와 함께 들어서면 기존 차고로 쓰이던 낮은 층고의 공간이 등장한다. 마치 비밀의 공간에 숨어드는 듯한 동선. 벽면엔 ‘오르빗 스튜디오’의 증강현실 작품 ‘한 잔의 오디세이’가 벽화 형태로 그려져 있다. QR코드를 휴대폰으로 찍으면 커피 여정이 생생하게 시작된다. 이어지는 지하 대기 공간엔 올해 스타벅스 연말 프로모션 달력으로 협업한 이희조 작가의 원화 그림이 손님들을 맞이한다. 일상의 소재들을 평면에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는 그는 ‘커피 모멘트’를 주제로 계절별 그림들을 그렸다. 노란 꽃이 피어나는 3월, 시원한 소나기가 내리는 여름 풍경과 커피, 낙엽 지는 가을의 풍경까지 여섯 점의 그림을 실물로 만나볼 수 있다. 지상으로 오르면 1층과 2층에 완전히 분리된 7개의 공간이 기다린다. 라운지, 뮤직룸을 포함해 야외 정원 테라스석까지 180석이 자리하는데 각각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도록 했다. 벽난로가 있던 공간엔 석벽과 벽난로의 원형을 보존했고, 계단 난간과 손잡이, 바닥재 등도 최대한 살려냈다. 계단을 오르며 보이는 샹들리에마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돕는 장치. 계단을 오를 때마다 우리의 눈높이에 맞춰 낮은 위치에 낸 창문은 계절의 풍경을 온전히 담아낸다. 이곳에선 가구와 조명에 시선이 먼저 머문다. 모던 가구의 황금기를 이끌던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의 쇼룸과도 같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비코 마지스트레티가 1973년 디자인한 ‘마라룽가 소파’, 마리오 벨리니가 1960년대 선보인 ‘아만타 소파’, 1980년대 지안카를로 피레티가 디자인한 ‘알키 사이드 체어’ 등이 그렇다. 네덜란드의 마르틴 비저가 1970년 일본 엑스포에 출시한 ‘오사카 체어’에 앉으면 극강의 휴식이 찾아온다. 엔니오 키지오가 1970년대 디자인한 ‘블랙 시오트 램프’, 루이지 마소니가 1970년대 만든 ‘구찌니 모아나 램프’의 빈티지 오리지널 버전도 함께한다. 이예찬 부재현 등 국내 가구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으로 한국 소반과 조약돌의 선도 곳곳에 배치됐다. 2층 안쪽에 자리한 뮤직룸에 들어서면 한 가지 주의할 게 있다. 반드시 커튼을 닫아둘 것. 자연광을 최대한 차단하고 소음을 줄인 채 오직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의 반전은 정원에서 펼쳐진다. 소담한 분수대 옆 커피 한잔을 두고 가을 햇살 아래 느긋하게 바라보는 우리 건축 유산의 단면. 마치 영화 속으로 들어온 것처럼 느껴진다. 반세기 넘게 누군가의 집이던 이곳은 1960~70년대 가구와 예술 작품, 음악감상실과 푸르른 정원을 간직한 도심 속 온전한 휴식 공간이 됐다. 대체로 붐비지만, 평일 오전은 비교적 한가로이 즐길 수 있다.
글·사진=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