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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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조금만 건드려도 코피가 너무 잘 나서요. 학창 시절엔 더 심했는데 그나마 나아진 거예요."

20대 직장인 조모 씨는 "비염을 달고 사는데 날씨가 추워지면 매년 코피가 두세번씩 꼭 터진다"며 "초겨울만 되면 늘 코가 따갑고 세수할 때도 잘못 만질까 봐 신경 쓰인다"고 토로했다.

날씨가 건조해지면서 갑작스레 코피가 흐르는 일이 생긴다. 한번 나기 시작하면 피가 멎을 때까지 지혈해야 하는데, 멎은 것 같다가도 금세 다시 코피가 흐르는 경우도 있다. 습관성 코피는 특정 질환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어 코피가 나는 원인과 올바른 치료법에 대해 숙지할 필요가 있다.

콧속은 피부 없이 바로 점막이 노출된 데다 혈관까지 많이 분포하고 있다. 콧속 점막에 상처나 염증이 생기면 얇은 혈관이 터지는데, 이때 발생하는 출혈이 코피다. 코점막에 상처가 생기는 이유로는 축농증, 비염, 감기, 잦은 코 풀기로 인한 점막 충혈, 건조함 등이 있다. 단단한 기둥에 부딪혀 외상을 입거나, 비행·등산 등으로 갑자기 대기압이 바뀌는 외부 요인으로도 코피가 날 수 있다.

잠을 잘 못 자 몸이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높아지는데, 콧속 혈관이 얇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코피가 터질 수 있다. 밤새워 공부하는 수험생이나 고혈압 환자들에게서 코피가 자주 나는 배경에도 이런 이유가 있다.

드문 경우지만 코 인접 부위에 혈관종이 있거나 모야모야병과 같은 자가면역질환 등을 앓고 있는 경우 반복적인 코피가 날 수 있다. 특히 간 질환을 앓고 있어도 코피가 자주 난다. 간에 이상이 있을 때 신체의 혈액 응고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재철·길홍권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 교수팀이 2015~2022년 난치성 코 출혈 환자 766명의 동반 질환을 분석해 지난 9월 국제전문학술지 'Auris Nasus Larynx'에 실린 결과에 따르면, 간경변이 있는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난치성 코피 발생 위험이 27% 더 높았다.

일단 코피가 난다면 지혈을 해야 한다. 이때 고개를 뒤로 젖히면 안 된다. 코피가 콧속에서 응고되기 쉽기 때문이다. 입으로 숨을 쉬면서, 코에 솜을 넣고 코 앞부분을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서 꽉 잡아 압박해야 한다. 혈관 수축을 위해 얼음주머니를 대고 있어도 좋다. 피가 멈춰 솜을 빼낼 땐 핏덩어리가 빠져나올 수도 있으나 콧속에 고여있던 피가 굳은 것으로 더 이상 피가 흐르지 않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혈압이 올라 발생한 출혈이라면 단순 압박으로 피가 멎지 않을 수 있다. 10분 이상 피가 멎지 않고 출혈량이 많아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든다면 빠르게 병원에 가야 한다. 병원에 방문하게 되면 바세린 등 보습제가 발려져 있는 거즈 형태의 '지혈대'로 출혈 부위를 압박한다. 터진 혈관을 지지는 '전기소작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정주현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소작술도 반복하면 코 내부 비중격에 천공이 생길 수 있다"며 "만성적으로 코피가 나는 경우에는 사후 치료보다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겨울철에는 코점막이 촉촉하게 유지되기 어려운 환경이라 방에 가습기를 틀고 바세린 등의 연고를 콧속에도 얇게 도포하면 좋다"고 당부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