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알바생 구하기가 어려워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했다가 폐업까지 한 자영업자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구인난'에 구세주로 떠오르는가 했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예상치 못한 문제를 수반하면서 가뜩이나 불경기 속 자영업 위기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외국인 알바생에 대한 고충을 호소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고깃집을 운영했다는 A씨는 "고기가 너무 맛있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폐업한다"며 "가장 큰 이유는 아르바이트들"이라고 운을 뗐다. A씨는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 외국인 노동자 3명을 썼는데, 고기마다 자르는 굵기 조절, 굽기 조절을 잘해야 한다. 수만번 얘기해줘도 빈 테이블에 앉아서 수다 떨고 휴대폰 본다. 혼자 굽고 자르다 보니 엄지손가락이 안 좋아졌다. 몇 달 계속 이러니 나도 지쳤다"면서 폐업 사유를 밝혔다.

요식업을 한다는 점주 B씨는 "일하는 친구들에게 '일하는 동안이나 쉬는 시간에 배고프면 음식 만들어서 마음껏 먹어도 된다'고 했다"면서 "다 같이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힘내보자는 생각으로 배려를 많이 해준다"고 했다. 그는 "두 달 전 한국으로 유학 온 베트남 친구를 고용하게 됐는데, 이 친구가 들어오고 식재료가 자꾸만 부족해졌다. 폐쇄회로(CC)TV를 보니 알바가 쉬는 시간에 밥을 먹고 나서도 만두·고기 등을 일하는 내내 먹고, 하물며 식재료로 조리를 해서 포장해 갔다. 혼자 살고 돈이 많이 들 테니 넘어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스케일이 점점 커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안 되겠다 싶어서 음식을 가져가냐고 조심스레 물어보니 당당하게 '네'라고 말하길래, '음식을 가져가려면 나한테 먼저 물어봤어야지'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마음껏 먹으라 해서 가져간 건데 안 되냐'고 반문하더라. '일하는 동안 먹으랬던 거지 포장해 가도 된다고 한 적은 없다. 미리 말했으면 허락해줬을 텐데 이건 나한테 실수하는 거다'라니까 '다른 곳은 음식 싸가게 해주는데 여긴 안 되냐. 이런 곳이면 일 못 한다'며 퇴사하겠다고 돈을 달라고 재촉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음식 가져간 게 기분 나쁘면 월급에서 공제하라는 문자 메시지가 왔다. 너무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A씨와 B씨의 사연에는 최근 자영업의 어려움이 상당 부분 녹아있다. 최근 자영업자들은 구인난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일이 늘고 있지만, 문화적인 차이 등으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더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20% 붕괴가 전망된다. 한국은 자영업자 비중이 주요국 중 높아 이를 '자연스러운 조정'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지만, 최근 불경기가 얼마나 극심한지를 파악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래프=신현보 기자
그래프=신현보 기자
특히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지난 10월 143만9000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해당하는 2019~2022년을 제외하면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최저임금 상승 등 각종 물가 인상 영향으로 고용을 꺼리는 분위기도 있지만, 최근에는 알바 고용이 필요한 점주들도 A·B씨 사례처럼 알바가 각종 문제를 일으키자 고용을 어쩔 수 없이 줄인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