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 "동재를 왜 이렇게 좋아하시죠?" [인터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티빙 '좋거나 나쁜 동재' 서동재 역 배우 이준혁
'인생 캐릭터', '퍼스널컬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찰떡'으로 소화한 배역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왜 좋아하냐"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연기할 땐 제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들을 모티브로 했다"며 "놀리기 좋아서 사람들이 좋아해 준게 아닌가 싶다"면서 웃었다. tvN '비밀의 숲' 조연으로 시작해 스핀오프의 주인공까지 따낸 티빙 오리지널 '좋거나 나쁜 동재' 서동재를 연기한 배우 이준혁의 말이다.
'좋거나 나쁜 동재'는 스폰 검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청주지검 소속 서동재 검사와 그의 과오를 들추는 이홍건설 대표 남완성(박성웅 분)의 진흙탕 싸움을 그린 작품이다. 탄탄한 줄거리와 배우들의 명품 연기로 2017년 방영 내내 호평받았고, 2020년 시즌2까지 선보여진 '비밀의 숲' 세계관을 잇는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장편 스핀오프 드라마라는 점에서 기획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다.
'비밀의 숲' 주인공 황시목(조승우 분)이 아닌 빌런에 가까운 동재는 이준혁이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존재로 연기하며 '느그동재', '우리동재'로 불렸다. 결국 주인공을 뛰어넘는 사랑을 받으면서 스핀오프 주인공까지 발탁됐다.
이준혁은 "정말 많이 힘들었다"며 "회의도 많이 하고, '이게 주인공인 건가' 싶었다"고 너스레를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시즌2를 바라는 시청자들이 많다"는 반응에 "지금처럼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와 장르가 아니라면 또 할 필요가 있겠냐"면서 의도적인 거리두기로 폭소케 했다. 다음은 이준혁과 일문일답. ▲ '좋거나 나쁜 동재'가 종영했다.
생각보다 마니악한 작품인데, 마니아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 작품이 잘 마무리된 거 같다. 이번에 찍을 땐 매우 많은 부분에 관여했다. 회의도 많이 하고, 동재라는 인물이 답습이나 반복보다는 뭔가 새로운 걸 만들자는 목표가 컸다. 그래서 장르도 바꾸고. 기존의 동재로 보여줄 게 없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판을 만들려 열중했고, 고된 환경이었다. 다들 동재를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 그런데 동재는 왜 인기가 있다고 보나.
제 친구가 은행원인데 자기 삶같다고 하더라. 의외로 많은 사람이 동재까진 아니더라도 아부도 해야 하고, 그렇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공감하는 거 같다. 저 같은 경우, 지겨운 걸 싫어해서 작품을 또 하고, 또 하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동재는 저에겐 클리셰를 깨주는 캐릭터였다. 그게 재밌었다. 동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이었다.
▲ 그러면 시즌2를 할 생각인가?
이번에 저는 안 한다 했는데, 회사는 하라 해서 싸운 건데, 시즌2를 한다고 해도 결론은 같다. 이번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촬영하면서도 내내 만나서 회의했다. 굉장히 열려 있는 환경에서 많은 사람의 의견도 듣고, 작업 과정은 재밌었다. 물론 엄청 빡셌다. 대본도 여러 버전이었다. 멜로로만 가는 대본도 있었다. 그러다 결국 이걸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만족한다.
▲ 결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봤나.
키득거리면서 봤다. 그냥 웃겼다. 동재는 아쉬웠겠지만, 저는 그랬다.(웃음) 동재가 대검(찰청)을 가는 건 말이 안 된다 생각한다. 동재의 최대 빌런은 동재다. 동재가 TF 팀에 가는 건, 얘를 더 악랄하게 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제 해석과 대화를 나눌 때도, 동재가 이래야 황시목이 완성된다고 생각했다. 황시목이라는 인물이 다 청소하는 인물인데, 동재를 통해 재활용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 거 같다. 요즘은 세상이 각박하니 사적 제재를 하기도 하지만, 우리 사법의 이야기가 재활용을 하는 게 아닐까.
▲ 이준혁이 연기해서 동재가 인기라는 분석도 있다. 외모가 개연성이라는 반응에 동의하나.
외모라는 건 유행이 돈다. 정답이 없다. 외모에 대해 좋게 해줄 때 이제 나이가 있으니까, 감사한 거 같다. 그러다 다른 느낌의 외모가 발굴 될 거다. 전 그게 예술 행위라고 생각한다. 센강이 더러운데 어떤 예술가가 '예쁘다' 한 후에 예뻐 보인 거처럼. 저도 그냥 유행에 의해 그런 거 같다.
▲ 정작 촬영할 땐 외모를 신경 안 쓰고 다 던지고 하지 않았나.
정말 그랬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배우들이 그렇게 연기하나.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1회인데, 묘한 코미디로 넘어가는 걸 시청자들이 봐줄까, 안 봐줄까도 걱정됐다. '대검' 하고 점프하고 하는 것도. 그런 묘한 지점들, 리듬감을 어떻게 봐줄까 싶었다. 감독님이 센스가 있는 거 같다. 개그 포인트가 잘 맞는 거 같다.
▲ 동재가 비호감으로 안 보이려 연기한 포인트가 있나.
'비밀의 숲' 시즌1 때는 비호감이길 바랐고, 시즌2 때 어느 정도 호감이 생겼던 거 같다. 그래서 비호감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재 자체가 놀려먹기 좋지 않나. 놀려도 주눅 들지 않는다. 사람이 놀리기 좋은 대상이라 그래서 좋아해 준 게 아닌가 싶다.
▲ 최희서와 나왔을 때 이들의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도 사람들이 궁금해했다.
대본이 여러 버전이 있었는데, 완전 로맨틱 코미디처럼 있는 게 있었다.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 그런 내용도 담겨 있었다. 많은 분의 반대로 사라졌다.(웃음) 둘이 어떻게 만났는지는 잘 기억은 남지 않지만, 두 사람이 좋아했던 건 확실했다. 다만 공식적인 의도는 아니니까 말하는 게 조심스럽긴 하다.
▲ '좋거나 나쁜 동재' 제작을 반대한다고 했다.
부담도 되고, 동재 갖고 어떻게, 뭘 할까 싶더라. 정의로운 주인공이 될 수도 없고 굉장히 어렵고. 그럴 거면 시즌2 때 동재가 성공해서 돈이라도 많이 벌 걸. 뭔가 그런 것도 아니지 않나. 배우에겐 부담이 됐다. 결과적으론 이걸 보고 '비밀의 숲' 시즌1을 다시 보는 사람도 있다더라. 그래서 그런 걱정과 부담감에서 해방된 거 같다.
▲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했다. 대본을 보면 분량이 굉장한데, 어떤 얘길 나눴을까.
대사가 많긴 했다. 12페이지였다. '너무하시네' 싶었다. 그것도 다 전문 용어랑 묶여서. 그러니 동재가 싫지. 그 대사만 혼자서 10분에서 20분 정도 될 거다. 다른 주인공은 한마디만 해도 멋있는데. 12페이지 대사는 묶여서 납치됐을 때 장면이었다. 지옥 같은 추위도 있었다. 걱정도 됐고. 묘한 코미디인데, 그걸 봐줄까 싶었다.
▲ '비밀의숲' 주인공이었던 조승우는 뭐라던가.
그렇게 자주 문자는 안 했다. 형은 '축하한다' 이러고, 제가 '연기 어떡하면 잘해요?'하면, '엄살피우지 마' 이러고. 형은 지금 연극 '햄릿'을 하느라 '좋거나 나쁜 동재'는 보지 못했다. 연극이 끝나고 보기로 했는데, 밥 먹으면서 어떻게 봤는지 물어보겠다.
▲ 주인공이 돼 힘들어도 회의에도 참석해야 한다고 했다. 주인공이 된다는 건 뭘까.
일이 많아진다는 것? 저는 어릴 때부터 주인공보다 임팩트 있게 나오는 걸 좋아했다. 지겨운 걸 싫어하니까. 계속 나오는 걸 별로 안 좋아했다. 이번에 제가 주인공은 처음은 아니지만(웃음), 이번에 회의 작업하고 다 같이 하다 보니 다른 배우들이 너무 소중하더라. 대본이 나왔는데 연기를 잘해주면 '이래서 좋아하는구나' 싶더라. 너무 예뻤다. (현)봉식이에게 5회에서 이만큼 긴 대사가 있다. 2주 전부터 부담을 줬다. 그런데 한마디를 안 틀리더라. 덕분에 퇴근도 빨라지고. 너무 예뻤다. 연기도 너무 잘하고. 봉식이랑 연기하는 게 너무 재밌고, 애드리브로 가는 게 좋았다. (박)성웅 형도 그렇고, 정해진 대본에 완벽하게 연구하고 추가하면서 재밌었다. 동재는 솔직히 주인공이라기보단 많이 나오는 조역이었다. 누구랑 같이하느냐에 따라 변주가 가능한, 재즈 같은 캐릭터였다.
▲ 동재는 이준혁에게 뭘까. 너무 거리두기를 한다는 반응도 있다. '이준혁이 동재의 악플러'라는 애청자들의 지적도 있었다.
시즌1에서는 가장 싫어하는 사람을 모티브로 했다. 사람들은 '혐관'이라고 하지만, 동재는 저를 싫어할 수 없다. 이거 되게 좋은 거다. 저랑 동재가 잘 어울린다고, 퍼스널컬러고 하는데 절대 그러고 싶지 않다.
▲ 동재는 앞으로 어떻게 살까.
동재는 생존에 대한 강한 의지와 기민하고 영민함이 있다. 정말 열심히 살고. 시즌1때 동재가 본 세상은 그래야만 했을 거다. 서울대도 아니고, 창준과 다니며 얼마나 많은 비리와 악행을 봤겠나. 그게 그의 세상의 길이었을 거다. 그러다 시목을 만나고, 스핀오프까지 왔을 때 '아직도 이러고 노냐'는 말이 정확하게 그의 상태를 짚어준 거 같다. 착한 건 아니지만 자신의 길을 짚어낸 거다. 어쨌든 이번엔 실력으로 살아남으려 했고. 지금의 동재도 생존을 위해 살 거고, 그게 언제 변할진 모를 거 같다.
▲ 앞으로 공개될 SBS 금토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는 한지민과 로맨스일까.
저는 독특한 작품을 쫓아다니고, 클리셰를 벗어난 걸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있고, 그래서 살도 뺏다 찌웠다 하고 그런 건데, 그런 제 기준에서는 제 작품 중에 가장 독특하다. 이전까지 너무 독특한 걸 많이 해서, 너무 정상인이라 어색한 거다. 이번엔 시체도 없고, 밝다. 꿈속 세상에 들어 온 거 같은 느낌이다. 제가 기분이 이상했다. 맨날 때리거나 맞거나 이런 걸 누군가 찍는데, 내가 뽀뽀할 때 누가 찍는 거다. 참 이상하더라. 또 촬영하고 나면 보통 코가 새까맣게되고, 피 먹고, 맞고 이러는데 그런 건 없는 게 신선했다.
▲ 한지민과 호흡은 어땠나.
워낙 프로라 저만 잘하면 됐다. 신기하기도 하다. 다른 배우가 고화질로 내 눈앞에서 연기를 해주는 거구나. 그런 걸 느끼면서 너무 좋더라. 기분 좋은 게 올라왔다.
▲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하고 싶나.
'아임 낫 데어'라는 영화를 좋아했다. 그렇게 나와는 다르게 봐주길 바랐다. 그런데 요즘은 나 같은 사람을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제 말투, 분위기 이런 느낌으로 나오면 어떨까 싶다. 동재는 많이 만들어낸 영역이다. 동재만 본 사람들, '범죄도시'를 본 사람들은 사석에서 절 보면 서운해한다. 조용히 있으니까 '화났나' 이러시기도 한다.
▲ '안녕팝콘'이란 동화책도 냈다.
주변에서 좋아해 주셔서 하나 더 만들어 볼까 싶더라. 최근 친한 친구도 강아지가 떠나서 상실감을 느꼈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런 내용을 더해볼까 싶었다. 그게 저에게도 치유가 됐다. 지금도 살아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도 있다. 만화도 좀 그렸는데, 아직 자신감있게 뭔가 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센스는 있는 거 같으니(웃음) 그런 사람들을 고용해서 함께하는 게 더 즐거운 거 같다.
▲ 요즘 관심 분야가 있나.
재활에 관심 있다. 액션을 하면서 몸도 상하고. 살도 찌고 빼고 했는데, 재활이 재밌더라. 제 몸을 찾아주고. 일할 때 고점에서 살지 않나. 그런데 재활을 하러 가면 어깨만 올려도 손뼉을 쳐준다. 그런 게 재밌더라. 제 몸을 위해 해준 건데도. 그 외에 영화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책보거나 그런다. 한때 게임도 무지성으로 다했다. 영화도 장르 상관없이 수집벽으로 봤는데, 아예 너무 많아지니 안 되겠더라. 수집의 재미를 잃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좋거나 나쁜 동재'는 스폰 검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청주지검 소속 서동재 검사와 그의 과오를 들추는 이홍건설 대표 남완성(박성웅 분)의 진흙탕 싸움을 그린 작품이다. 탄탄한 줄거리와 배우들의 명품 연기로 2017년 방영 내내 호평받았고, 2020년 시즌2까지 선보여진 '비밀의 숲' 세계관을 잇는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장편 스핀오프 드라마라는 점에서 기획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다.
'비밀의 숲' 주인공 황시목(조승우 분)이 아닌 빌런에 가까운 동재는 이준혁이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존재로 연기하며 '느그동재', '우리동재'로 불렸다. 결국 주인공을 뛰어넘는 사랑을 받으면서 스핀오프 주인공까지 발탁됐다.
이준혁은 "정말 많이 힘들었다"며 "회의도 많이 하고, '이게 주인공인 건가' 싶었다"고 너스레를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시즌2를 바라는 시청자들이 많다"는 반응에 "지금처럼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와 장르가 아니라면 또 할 필요가 있겠냐"면서 의도적인 거리두기로 폭소케 했다. 다음은 이준혁과 일문일답. ▲ '좋거나 나쁜 동재'가 종영했다.
생각보다 마니악한 작품인데, 마니아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 작품이 잘 마무리된 거 같다. 이번에 찍을 땐 매우 많은 부분에 관여했다. 회의도 많이 하고, 동재라는 인물이 답습이나 반복보다는 뭔가 새로운 걸 만들자는 목표가 컸다. 그래서 장르도 바꾸고. 기존의 동재로 보여줄 게 없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판을 만들려 열중했고, 고된 환경이었다. 다들 동재를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 그런데 동재는 왜 인기가 있다고 보나.
제 친구가 은행원인데 자기 삶같다고 하더라. 의외로 많은 사람이 동재까진 아니더라도 아부도 해야 하고, 그렇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공감하는 거 같다. 저 같은 경우, 지겨운 걸 싫어해서 작품을 또 하고, 또 하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동재는 저에겐 클리셰를 깨주는 캐릭터였다. 그게 재밌었다. 동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이었다.
▲ 그러면 시즌2를 할 생각인가?
이번에 저는 안 한다 했는데, 회사는 하라 해서 싸운 건데, 시즌2를 한다고 해도 결론은 같다. 이번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촬영하면서도 내내 만나서 회의했다. 굉장히 열려 있는 환경에서 많은 사람의 의견도 듣고, 작업 과정은 재밌었다. 물론 엄청 빡셌다. 대본도 여러 버전이었다. 멜로로만 가는 대본도 있었다. 그러다 결국 이걸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만족한다.
▲ 결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봤나.
키득거리면서 봤다. 그냥 웃겼다. 동재는 아쉬웠겠지만, 저는 그랬다.(웃음) 동재가 대검(찰청)을 가는 건 말이 안 된다 생각한다. 동재의 최대 빌런은 동재다. 동재가 TF 팀에 가는 건, 얘를 더 악랄하게 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제 해석과 대화를 나눌 때도, 동재가 이래야 황시목이 완성된다고 생각했다. 황시목이라는 인물이 다 청소하는 인물인데, 동재를 통해 재활용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 거 같다. 요즘은 세상이 각박하니 사적 제재를 하기도 하지만, 우리 사법의 이야기가 재활용을 하는 게 아닐까.
▲ 이준혁이 연기해서 동재가 인기라는 분석도 있다. 외모가 개연성이라는 반응에 동의하나.
외모라는 건 유행이 돈다. 정답이 없다. 외모에 대해 좋게 해줄 때 이제 나이가 있으니까, 감사한 거 같다. 그러다 다른 느낌의 외모가 발굴 될 거다. 전 그게 예술 행위라고 생각한다. 센강이 더러운데 어떤 예술가가 '예쁘다' 한 후에 예뻐 보인 거처럼. 저도 그냥 유행에 의해 그런 거 같다.
▲ 정작 촬영할 땐 외모를 신경 안 쓰고 다 던지고 하지 않았나.
정말 그랬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배우들이 그렇게 연기하나.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1회인데, 묘한 코미디로 넘어가는 걸 시청자들이 봐줄까, 안 봐줄까도 걱정됐다. '대검' 하고 점프하고 하는 것도. 그런 묘한 지점들, 리듬감을 어떻게 봐줄까 싶었다. 감독님이 센스가 있는 거 같다. 개그 포인트가 잘 맞는 거 같다.
▲ 동재가 비호감으로 안 보이려 연기한 포인트가 있나.
'비밀의 숲' 시즌1 때는 비호감이길 바랐고, 시즌2 때 어느 정도 호감이 생겼던 거 같다. 그래서 비호감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재 자체가 놀려먹기 좋지 않나. 놀려도 주눅 들지 않는다. 사람이 놀리기 좋은 대상이라 그래서 좋아해 준 게 아닌가 싶다.
▲ 최희서와 나왔을 때 이들의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도 사람들이 궁금해했다.
대본이 여러 버전이 있었는데, 완전 로맨틱 코미디처럼 있는 게 있었다.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 그런 내용도 담겨 있었다. 많은 분의 반대로 사라졌다.(웃음) 둘이 어떻게 만났는지는 잘 기억은 남지 않지만, 두 사람이 좋아했던 건 확실했다. 다만 공식적인 의도는 아니니까 말하는 게 조심스럽긴 하다.
▲ '좋거나 나쁜 동재' 제작을 반대한다고 했다.
부담도 되고, 동재 갖고 어떻게, 뭘 할까 싶더라. 정의로운 주인공이 될 수도 없고 굉장히 어렵고. 그럴 거면 시즌2 때 동재가 성공해서 돈이라도 많이 벌 걸. 뭔가 그런 것도 아니지 않나. 배우에겐 부담이 됐다. 결과적으론 이걸 보고 '비밀의 숲' 시즌1을 다시 보는 사람도 있다더라. 그래서 그런 걱정과 부담감에서 해방된 거 같다.
▲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했다. 대본을 보면 분량이 굉장한데, 어떤 얘길 나눴을까.
대사가 많긴 했다. 12페이지였다. '너무하시네' 싶었다. 그것도 다 전문 용어랑 묶여서. 그러니 동재가 싫지. 그 대사만 혼자서 10분에서 20분 정도 될 거다. 다른 주인공은 한마디만 해도 멋있는데. 12페이지 대사는 묶여서 납치됐을 때 장면이었다. 지옥 같은 추위도 있었다. 걱정도 됐고. 묘한 코미디인데, 그걸 봐줄까 싶었다.
▲ '비밀의숲' 주인공이었던 조승우는 뭐라던가.
그렇게 자주 문자는 안 했다. 형은 '축하한다' 이러고, 제가 '연기 어떡하면 잘해요?'하면, '엄살피우지 마' 이러고. 형은 지금 연극 '햄릿'을 하느라 '좋거나 나쁜 동재'는 보지 못했다. 연극이 끝나고 보기로 했는데, 밥 먹으면서 어떻게 봤는지 물어보겠다.
▲ 주인공이 돼 힘들어도 회의에도 참석해야 한다고 했다. 주인공이 된다는 건 뭘까.
일이 많아진다는 것? 저는 어릴 때부터 주인공보다 임팩트 있게 나오는 걸 좋아했다. 지겨운 걸 싫어하니까. 계속 나오는 걸 별로 안 좋아했다. 이번에 제가 주인공은 처음은 아니지만(웃음), 이번에 회의 작업하고 다 같이 하다 보니 다른 배우들이 너무 소중하더라. 대본이 나왔는데 연기를 잘해주면 '이래서 좋아하는구나' 싶더라. 너무 예뻤다. (현)봉식이에게 5회에서 이만큼 긴 대사가 있다. 2주 전부터 부담을 줬다. 그런데 한마디를 안 틀리더라. 덕분에 퇴근도 빨라지고. 너무 예뻤다. 연기도 너무 잘하고. 봉식이랑 연기하는 게 너무 재밌고, 애드리브로 가는 게 좋았다. (박)성웅 형도 그렇고, 정해진 대본에 완벽하게 연구하고 추가하면서 재밌었다. 동재는 솔직히 주인공이라기보단 많이 나오는 조역이었다. 누구랑 같이하느냐에 따라 변주가 가능한, 재즈 같은 캐릭터였다.
▲ 동재는 이준혁에게 뭘까. 너무 거리두기를 한다는 반응도 있다. '이준혁이 동재의 악플러'라는 애청자들의 지적도 있었다.
시즌1에서는 가장 싫어하는 사람을 모티브로 했다. 사람들은 '혐관'이라고 하지만, 동재는 저를 싫어할 수 없다. 이거 되게 좋은 거다. 저랑 동재가 잘 어울린다고, 퍼스널컬러고 하는데 절대 그러고 싶지 않다.
▲ 동재는 앞으로 어떻게 살까.
동재는 생존에 대한 강한 의지와 기민하고 영민함이 있다. 정말 열심히 살고. 시즌1때 동재가 본 세상은 그래야만 했을 거다. 서울대도 아니고, 창준과 다니며 얼마나 많은 비리와 악행을 봤겠나. 그게 그의 세상의 길이었을 거다. 그러다 시목을 만나고, 스핀오프까지 왔을 때 '아직도 이러고 노냐'는 말이 정확하게 그의 상태를 짚어준 거 같다. 착한 건 아니지만 자신의 길을 짚어낸 거다. 어쨌든 이번엔 실력으로 살아남으려 했고. 지금의 동재도 생존을 위해 살 거고, 그게 언제 변할진 모를 거 같다.
▲ 앞으로 공개될 SBS 금토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는 한지민과 로맨스일까.
저는 독특한 작품을 쫓아다니고, 클리셰를 벗어난 걸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있고, 그래서 살도 뺏다 찌웠다 하고 그런 건데, 그런 제 기준에서는 제 작품 중에 가장 독특하다. 이전까지 너무 독특한 걸 많이 해서, 너무 정상인이라 어색한 거다. 이번엔 시체도 없고, 밝다. 꿈속 세상에 들어 온 거 같은 느낌이다. 제가 기분이 이상했다. 맨날 때리거나 맞거나 이런 걸 누군가 찍는데, 내가 뽀뽀할 때 누가 찍는 거다. 참 이상하더라. 또 촬영하고 나면 보통 코가 새까맣게되고, 피 먹고, 맞고 이러는데 그런 건 없는 게 신선했다.
▲ 한지민과 호흡은 어땠나.
워낙 프로라 저만 잘하면 됐다. 신기하기도 하다. 다른 배우가 고화질로 내 눈앞에서 연기를 해주는 거구나. 그런 걸 느끼면서 너무 좋더라. 기분 좋은 게 올라왔다.
▲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하고 싶나.
'아임 낫 데어'라는 영화를 좋아했다. 그렇게 나와는 다르게 봐주길 바랐다. 그런데 요즘은 나 같은 사람을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제 말투, 분위기 이런 느낌으로 나오면 어떨까 싶다. 동재는 많이 만들어낸 영역이다. 동재만 본 사람들, '범죄도시'를 본 사람들은 사석에서 절 보면 서운해한다. 조용히 있으니까 '화났나' 이러시기도 한다.
▲ '안녕팝콘'이란 동화책도 냈다.
주변에서 좋아해 주셔서 하나 더 만들어 볼까 싶더라. 최근 친한 친구도 강아지가 떠나서 상실감을 느꼈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런 내용을 더해볼까 싶었다. 그게 저에게도 치유가 됐다. 지금도 살아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도 있다. 만화도 좀 그렸는데, 아직 자신감있게 뭔가 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센스는 있는 거 같으니(웃음) 그런 사람들을 고용해서 함께하는 게 더 즐거운 거 같다.
▲ 요즘 관심 분야가 있나.
재활에 관심 있다. 액션을 하면서 몸도 상하고. 살도 찌고 빼고 했는데, 재활이 재밌더라. 제 몸을 찾아주고. 일할 때 고점에서 살지 않나. 그런데 재활을 하러 가면 어깨만 올려도 손뼉을 쳐준다. 그런 게 재밌더라. 제 몸을 위해 해준 건데도. 그 외에 영화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책보거나 그런다. 한때 게임도 무지성으로 다했다. 영화도 장르 상관없이 수집벽으로 봤는데, 아예 너무 많아지니 안 되겠더라. 수집의 재미를 잃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