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오르거나 달리는 등의 활동을 하루 5분씩만 더해도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활동을 매일 20분 넘게 하면 혈압 관리는 물론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도 크게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하루 5분만 해봐요"…'계단 오르기'의 숨겨진 효과는 [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호주 시드니대와 영국 런던대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서큘레이션’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규모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들은 영국과 호주 등 5개국에서 평균 연령 54.2세인 연구 참여자 1만4761명을 대상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참여자에게 활동 측정기 등을 부착하고 일상생활을 하도록 한 뒤 이들의 혈압 변화를 파악했다.

활동 분석을 위해 일상 속 행동은 크게 여섯 가지로 분류했다. 잠자기, 앉아 있기, 분당 100걸음 미만으로 느리게 걷기, 분당 100걸음 이상으로 빠르게 걷기, 서 있기, 강도 높은 운동하기 등이다. 달리기, 자전거 타기, 계단 오르기 등은 강도 높은 운동에 포함해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활동성이 낮은 행동을 5분 정도만 강도 높은 운동으로 바꿔도 수축기 혈압 0.68㎜Hg, 이완기 혈압 0.54㎜Hg를 낮출 수 있었다. 통상 수축기 혈압이 2㎜Hg, 이완기 혈압이 1㎜Hg 정도 낮아지면 심혈관 질환 위험이 10% 감소한다고 연구진은 평가했다. 하루 5분 정도 달리기, 자전거 타기, 계단 오르기 등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추가 분석 등을 통해 하루 20분 정도 운동하면 수축기 혈압을, 10분 정도 하면 이완기 혈압을 떨어뜨려 심혈관 질환 위험이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 참가자들은 하루 24시간 중 평균 7.1시간 동안 잠을 자고 10.7시간 동안 앉아 있었다. 서 있는 시간은 3.2시간, 천천히 걷는 시간은 1.6시간, 빠르게 걷는 시간은 1.1시간으로 조사됐다. 운동 등의 활동은 16분 정도 했다. 연구진은 이들이 매일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 중 20~27분만 운동으로 바꾸면 심혈관 질환 위험을 최고 28%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매뉴얼 스타마타키스 시드니대 교수는 “고혈압은 세계적으로 가장 큰 건강 문제 중 하나”라며 “하루 5분 정도만 더 운동하거나 강도 높은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라고 했다.

고혈압은 증상이 없어 초기 발견이 힘들지만 뇌졸중, 심장마비, 심부전, 신장손상 등 합병증이 생기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혈압은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을 재 판단한다. 심장이 수축하면서 혈액을 짜내 전신으로 보낼 때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이 수축기 혈압이다. 심장이 이완해 확장하면서 혈액이 심장으로 들어갈 때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이 이완기 혈압이다.

성인 고혈압 기준은 수축기 혈압 140㎜Hg, 이완기 혈압 90㎜Hg 이상이다. 국내에선 수축기 140~159㎜Hg 이완기 90~99㎜Hg일 때 1기 고혈압, 수축기 160㎜Hg 이상 이완기 100㎜Hg 이상일 때 2기 고혈압으로 분류한다. 수축기가 140㎜Hg 이상이고 이완기가 90㎜Hg 미만이면 수축기 단독 고혈압으로 관리한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국내 20세 이상 성인의 30%인 1300만 명이 고혈압으로 추정된다. 이 중 남성이 720만 명, 여성이 580만 명, 65세 이상이 580만 명이다. 고혈압 유병자 중 자신이 고혈압이라는 것을 아는 인지율은 77%, 치료율은 74%, 조절률은 59%다. 20·30대 젊은 층은 인지율 36%, 치료율 35%, 조절률 33%로 다른 연령에 비해 현저히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