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14일(현지시간)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에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8억유로(약 1조200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EU가 반독점법 위반으로 SNS 거대 기업에 벌금을 매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부집행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메타가 페이스북과 자사 온라인 중고 거래 서비스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를 연계해 다른 온라인 광고 서비스 제공자에게 ‘불공정한 거래 환경’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메타가 해당 서비스를 페이스북에 자동으로 연결해 원하든 원치 않든 정기적으로 노출시켰다”며 “이는 자사 서비스에 다른 서비스 제공자는 따라올 수 없는 유통상 이점을 줘 경쟁 업체를 배제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EU 집행위는 “메타의 SNS와 온라인 광고 서비스가 최소 유럽경제지역(EEA) 전역에선 시장 지배적”이라며 메타가 반독점법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메타가 인기 SNS 플랫폼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다른 광고주를 통해 생성된 광고 관련 데이터를 자사 마켓플레이스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EU 집행위는 메타에 7억9772만유로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 위반 행위를 시정하도록 명령했다. 메타는 즉각 성명을 내고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메타는 이날 “사용자들은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를 원해서 이용한다”며 “광고주의 데이터를 자사 광고를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집행위는 지난 5년 동안 빅테크에 공격적이었지만 새 위원회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보복을 우려하며 화해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기 EU 집행위는 이르면 다음달 1일 출범할 예정이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