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이 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만든 각종 법안을 잇달아 폐지하거나 되돌려 놓기로 하면서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의 존립도 위태롭다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산업계에 따르면 칩스법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함께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생산 보조금으로 390억달러, 연구개발(R&D) 지원금으로 132억달러 등 527억달러를 5년 동안 지원하는 제도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짓도록 끌어들이는 대표적인 정책이다. TSMC는 66억달러, 삼성전자는 64억달러 보조금을 받기로 하고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를 앞두고 유명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반도체 협상은 매우 나빴다”며 “부자 회사들을 위해 수십억달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센트도 줄 필요가 없었다”며 “관세율이 아주 높으면 우리가 아무것도 줄 필요 없이 그들은 미국에 와서 반도체 기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당)도 칩스법의 혜택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IRA와 마찬가지로 칩스법 폐기나 조정이 트럼프 당선인의 생각대로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초당적인 지지로 통과된 법안이고 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칩스법은 인텔이 115억달러, 마이크론이 61억달러를 지원받는 등 미국 기업들이 상당한 혜택을 받고 있는 만큼 IRA보다 폐지 압박을 덜 받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바이든 색깔’을 지우기 위해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갈아타게 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 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나쁘다고 비판하면서 이를 없앴지만, 이와 거의 유사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출범시켰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