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두 달 앞두고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 지급할 반도체 지원금 66억달러(약 9조2000억원)를 15일 확정했다.

이날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상무부가 TSMC 자회사인 TSMC애리조나에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의 제조 시설을 위한 보조금 프로그램에 따라 최대 66억달러의 직접 자금을 제공했다”고 발표했다. 칩스법에 따른 반도체 보조금 지급 계약이 법적 구속력을 갖추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백악관은 직접 지원 외에 칩스법에 따라 제공되는 750억달러 규모 대출 권한 중 최대 50억달러의 저리 대출을 내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지원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65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첨단 공장 3곳을 건설하겠다는 TSMC 계획을 뒷받침하는 조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발표가 내년 1월 20일 예정된 트럼프 당선인 취임을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다급함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권 인수팀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마련한 각종 법안을 폐지하거나 되돌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칩스법의 존립조차 위태롭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를 앞두고 유명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반도체 협상은 매우 나빴다”며 “부자 회사를 위해 수십억달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 반도체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TSMC는 다음달 초로 예정된 미국 공장 완공식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칩스법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함께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달러 등 527억달러를 5년 동안 지원하는 제도다. 블룸버그는 앞으로 몇 주간 더 많은 보조금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인텔과 삼성전자는 아직 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64억달러 보조금을 받기로 하고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고 있다.

임다연 기자/워싱턴=이상은 특파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