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ren Buffett, Chairman and CEO of Berkshire Hathaway, 사진=연합뉴스 제공
Warren Buffett, Chairman and CEO of Berkshire Hathaway, 사진=연합뉴스 제공
'오하마의 현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가 아이폰 제조사 애플을 버리고 도미노피자를 택했다. 도미노피자와 더불어 수영장 서비스 업체 풀 코퍼레이션 등 변동성이 극심한 올해 주식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눈여겨보지 않았던 지분을 사들였다.

지난 1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13F(운용자산 1억달러 이상 기관 분기 투자보고서) 공시에 따르면 벅셔해서웨이는 최대 보유 종목인 애플 주식 수를 지난 3분기 4억여 주에서 3억여 주로 25% 가량 줄였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228억2200만달러(약 32조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로써 그간 30%를 넘었던 벅셔해서웨이 포트폴리오에서 애플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번 분기에 26%로 내려앉았다.

그레고리 워런 모닝스타 분석가는 "(애플의) 주요 생산기지이자 판매처인 중국과 대만 간 갈등 심화를 눈여겨본 (매도) 조치"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벅셔해서웨이가 애플 투자로 거둔 '노다지'는 다른 투자 기회는 부족하다는 단점을 가려왔지만, 이제 지속적인 애플 청산을 계기로 '넥스트 애플'을 발굴해야 하는 딜레마가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벅셔해서웨이의 운용자산에서 주식 포트폴리오 비중이 300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커지면서 단일 투자로 운용 성과를 내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지분은 지난해 7월 이후 4개 분기 연속 매각해 현재 지분율이 9.5%로 감소했다. 화장품 유통업체 울타뷰티 주식은 보유량의 96.59%를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코카콜라, 셰브런, 옥시덴탈 페트롤리움 등 다른 상위권 종목의 보유 내역은 변화가 없었다.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종목 청산으로 현금 보유량을 늘린 점도 눈에 띈다. 벅셔해서웨이의 현금 보유량은 3250억달러에 이르렀다. 사상 최대치다.
도미노피자와 수영장 서비스 업체 풀코퍼레이션 두 종목은 각각 5억4940만달러(약 7700억원), 1억5225만달러(약 2132억원)씩 신규 편입했다. 도미노피자는 지분율 3.65%까지 확보했다. 월가에선 소비 침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의견과 사업 확장으로 수익성 방어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맞서는 종목들이다. 풀코퍼레이션은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기존 수영장의 필수 수리 및 유지보수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세가 새로운 수영장 건설에 대한 수요 부진을 부분적으로 상쇄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맥도날드 같은 체인점 업체처럼 도미노 피자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더 많은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는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대신 고급 패스트푸드 또는 배달 서비스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확장 전략"이라고 전했다. 주가는 하반기 들어 도미노피자가 15.56% 떨어진 반면 풀코퍼레이션은 16.32% 올랐다. 벅셔해서웨이의 매수가 알려진 이날 시간외거래에선 각각 7.62%, 5.68% 상승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