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로펌이 개인 변호사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출입국·국적 관련 법률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전문 조직을 신설하고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출신 전문가를 앞다퉈 영입 중이다. 저출생 기조가 장기화하며 ‘이민 사회’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법률 수요도 커질 전망이다.
외국인 늘자…'출입국·국적' 업무 뛰어든 빅로펌

“장기 체류 외국인, 소송 늘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최근 ‘출입국·국적 센터’를 출범시켰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출신 김우현 변호사를 센터장으로 데려오고,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을 지낸 이상달 고문 등 전문가 5명으로 조직을 꾸렸다.

출입국사범 심사 및 쟁송, 입출국 금지 관련 쟁송, 체류 자격 변경 및 연장 불허 처분 취소, 영주권 취득 심사, 국적 취득·이탈 심사 및 쟁송 등 기업과 개인을 아우르는 포괄적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출입국·국적 관련 업무는 개인 사건이 대부분이어서 소형 로펌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대형 로펌에선 통상 기업 고객이나 형사 사건과 관련해 부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법무법인 율촌은 국제형사팀에서 출입국·국적 업무를 하고, 법무법인 세종은 형사그룹과 공법분쟁그룹에서 맡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2016년 국적·출입국관리팀을 설치했지만 기업 고객을 위주로 주재원 및 외국인 전문인력의 비자 등에 관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자 대형 로펌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체류 외국인은 지난 9월 269만 명을 기록했다. 법무부는 5년 내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정주 의사가 있는 장기 체류 외국인 비율이 증가하는 가운데 법률을 위반한 외국인이 출국 명령이나 강제 출국 대상자가 돼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회사와 외국인 근로자 간 노사 갈등이 증가하면서 법률 서비스 수요도 커지고 있다. 김우현 대륙아주 변호사는 “정주를 원하는 장기 체류 외국인은 권익 침해에 대한 이해관계가 커졌다”며 “장기 체류를 통해 경제적 여유까지 생겨 적극적으로 소송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행정 사건 40%는 ‘난민 소송’

저출생·고령화로 이민 사회 전환이 예상되자 법조계에도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법무법인 광장은 비영리 단체인 난민인권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매년 3건 이상의 난민 소송을 하는 등 공익 활동으로 법률 지원에 나서고 있다. 광장은 지난해 출입국 과정에서 난민인정심사에 회부하지 않아 소송으로 이어진 사건들에서 난민인정심사회부 제도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소명해 행정소송 3건을 연달아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18일 ‘난민 재판의 현황과 개선 방향’ 세미나를 열고 효율적인 재판 방안을 모색한다. 체류 기간 연장 목적이 대부분인 난민 소송에 대응해 효율적인 재판 방안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이 난민 재판을 주제로 공식 논의를 진행하는 건 2013년 개원 15주년 기념행사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행정사건 3만2663건 가운데 난민 사건은 6296건으로 19.3%를 차지했다. 대법원에 오른 행정 사건 중 난민 사건이 차지하는 비율은 41.8%에 달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