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채권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 이후 요동치고 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연 5%까지 상승해 채권 가격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일각에선 분할 매수로 대응할 시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회사채 시장은 업종별 차별화가 뚜렷해지면서 수급 불균형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분산 투자로 매입 단가 낮춰야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이달 들어 2.33% 하락했다.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트럼프 당선 이후 0.164%포인트 오르면서다.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와 경기 침체 우려로 지난 9월 연 3.6%대까지 떨어졌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연 4.444%까지 상승했다. 채권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반대로 채권 가격이 하락한다는 의미다.
회사채도 '트럼프 수혜주' 조선·정유에 돈 몰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보편적 관세 부과와 대규모 감세는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Fed의 금리 인하 속도를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장기채는 금리 민감도가 높아 투자 시점을 분산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시장금리가 상승할 때를 장기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한다. 기준금리 인상에서 인하로 주요국 중앙은행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본격화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김기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계속해서 오를 경우 매입 단가를 낮출 수 있는 기회”라면서 “최소 연 4.3% 이상에서 분할 매수에 나설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반면 채권 투자 비중을 줄여야 할 시기라는 의견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블랙록과 JP모간체이스, 올스프링글로벌인베스트먼트 등 금융사들은 채권시장의 불확실성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봤다.

올스프링글로벌인베스트먼트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다시 연 5%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국채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손실폭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가 구상 중인 정책은 재정적자를 불러오고 이에 따라 신규 국채 공급 증가와 금리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회사채도 업종별 대응 필요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 현상도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인 수혜주에 돈이 몰리는 현상) 업종에만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신한투자증권은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조선, 방위산업, 정유를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석유화학과 자동차 업종은 중립, 2차전지와 철강 업종은 부정적이란 의견을 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전기차 관련 보조금과 장려 정책이 폐지되거나 축소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철강산업은 관세 인상 및 쿼터 축소 등 전통적인 무역장벽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수익이 악화할 전망이다. 미국 시장의 수출 마진이 감소하고 중국 철강 제품의 국내 유입까지 더해지며 실적은 더 나빠질 수 있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공화당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장악하는 ‘레드 스윕’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트럼프가 공약한 정책의 이행 강도와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업종별로 신용등급 영향을 점검할 단계”라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