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트리마제(47층), 갤러리아포레(45층), 서울숲아크로포레스트(49층)에서 시작된 고층 아파트 열풍이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로 확산하고 있다. 용산구 래미안 첼리투스는 ‘한강 변 56층(200m) 단지’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앞으로는 강남구 압구정 2~5구역(69~70층)을 비롯해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한양(65·56층),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70층),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59층)에도 줄지어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전망이다.
60층부턴 돈 어마어마하게 든다고?…초고층 아파트의 비밀
초고층 건립이 능사는 아니다. 양천구 목동에선 정비계획이 공개된 8개 단지가 대부분 ‘49층’으로 키를 맞추고 있다. 서울시가 초고층 재건축을 유도하는 여의도에서도 대교·공작·목화 등이 49층을 고수한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와 성수동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도 49층을 넘기지 않기로 했다.

건설업계에서는 49층을 60층 이상으로 올릴 때 공사비가 최소 25% 더 드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투입되는 자재부터 설계와 공법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방법상 ‘준초고층’ 건축물에서 ‘초고층’ 건축물로 바뀌면서 각종 규제가 더 강화된다. 여기에 랜드마크 경쟁에 따른 ‘특화설계’ 적용으로 공사비는 60%가량 증가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조합은 ‘공사비 절감’과 랜드마크 건축에 따른 ‘시세차익 기대’라는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셈이다.

35층→49층 올릴 땐 공사비 23% 추가


건설업계에 따르면 표준 아파트 ‘29층’까지는 3.3㎡당 공사비가 대략 550만~600만원이 든다. 소방법상 규제가 적용되는 준초고층이 30층부터란 점을 고려한 계산이다.

35층 이하 공사비는 29층보다 8%가량 증가한 3.3㎡당 600만~650만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법에 따르면 30~49층은 준초고층 건축물로 분류된다. 1개 층을 피난안전구역으로 비워두고, 옥상엔 헬리콥터 이착륙장도 설치해야 한다. 다만 지상으로 통하는 직통 계단이 있다면 피난안전구역을 짓지 않아도 된다. 초고층 기준인 50층 미만까지 공사비를 아낄 수 있는 이유다.

박원순 전임 서울시장 임기 동안 입주한 대부분의 단지가 35층으로 지어졌다. 당시 서울 주거용 건축물 높이를 제한하는 ‘35층 룰’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행한 ‘2040 서울플랜’에서 35층 룰이 사라지자 층수 상향이 잇따랐다.

35층에서 49층으로 높이면 비용이 만만찮게 추가된다. 3.3㎡당 공사비가 750만~800만원으로 35층보다 23% 투입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건물 꼭대기에 소방에 필요한 물을 담아둘 수조가 필요해진다. 건설회사 관계자는 “물탱크로 공간만 8m 이상을 차지한다”며 “사실상 한 개 층 이상을 쓰는 셈”이라고 말했다.

49층부터는 투입되는 자재값도 오른다. 콘크리트 강도가 기존보다 50% 강화(30MPa→45MPa)되고 건물을 지탱하는 내력벽의 두께도 두꺼워진다. 건물의 무게를 땅에서 안정적으로 받쳐줄 수 있는 기초파일(말뚝)의 길이가 늘어나고 크기도 커진다.

50층부턴 규제 대폭 강화


초고층인 50층부터는 49층 이하보다 공사비가 12.5% 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건축 아파트가 주로 49층으로 짓는 까닭은 50층부터 초고층으로 분류돼 까다로운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50층 이상 초고층은 30개 층마다 피난안전층을 지어야 한다.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전 소방심의도 통과해야 한다. 수조에서 물을 소화전으로 이동시키는 연결송수관 설비와 제연설비 등이 준초고층보다 50% 강화된 기준을 적용받는다. 콘크리트 강도도 45MPa에서 60MPa로 한층 강화된다. 늘어난 하중을 버티기 위해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설치되는 아파트 건물 중심부의 ‘코어’ 기둥 두께도 굵어지고, 투입되는 자재량도 증가한다.

60층 이상은 3.3㎡당 공사비가 100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0~59층보다도 공사비가 11.3% 더 투입되는 것이다. 101층으로 지어진 부산 해운대 엘시티는 2018년 말 기준 3.3㎡당 737만원, 건설공사비지수를 고려하면 3.3㎡당 1008만원 투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평균적으로 60층 이상은 공사기간이 18개월 늘어 금융비용 증가를 고려하면 실제 공사비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특수공법이 적용된다. 땅을 더 깊게 파기 때문에 터파기 공사나 지하주차장 공사에 특수공법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공사기간, 물량, 인건비도 큰 폭으로 늘게 된다.

60층부터는 피난안전층도 2개 설치해야 한다. 엘리베이터 속도는 물론이고 설치 대수도 늘어난다. 업무지구 오피스에 활용하는 철골구조를 적용하기도 한다.

특화설계, 조합원 제공 품목에 따라 3.3㎡당 100만~300만원이 추가될 수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층수가 많아질수록 자연히 지진, 풍압 등에 의한 창호 성능 향상과 공사기간 연장이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한 재건축 조합장은 “70층 이상 랜드마크를 지어 향후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10억원 가깝게 분담금으로 내고 정작 자기 집엔 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며 “하루빨리 건물을 올려 적은 분담금으로 거주하는 게 낫다는 조합원도 많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