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선이 17일 위믹스 챔피언십 둘째날 1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대회조직위원회 제공
김민선이 17일 위믹스 챔피언십 둘째날 1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대회조직위원회 제공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데뷔 후 아직 우승 경험이 없는 김민선(21)이 정규 시즌이 끝난 뒤 펼쳐진 이벤트 대회에서 잭팟을 터뜨렸다. 전날 1 대 1 매치플레이에서 올 시즌 최강자 윤이나(21)를 꺾고 올라온 김민선이 대회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리며 우승 상금 3억5000만원을 벌어들였다.

김민선은 17일 부산 기장군 해운대비치골프앤리조트(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공인 이벤트 대회 위믹스 챔피언십(총상금 100만위믹스)에서 연장 접전 끝에 김수지(28)를 꺾고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25만위믹스. 이날 오후 4시 기준 위믹스 시세(1위믹스=1400원, 코인원 기준)에 따라 원화로 환산하면 3억5000만원이다. 이는 KLPGA투어 최다 우승 상금인 한화 클래식의 3억600만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시즌 누적 상금(4억1716만원)의 80%를 한 번에 챙긴 김민선은 올해 공식·비공식 대회를 통틀어 상금으로만 약 7억7000만원을 쓸어 담았다.

윤이나·김수지 차례로 격파

이틀간 열린 이번 대회는 KLPGA투어 각 대회 성적을 환산해 매긴 위믹스 포인트 상위 20명과 추천 선수 4명 등 총 24명이 출전했다. 대회 첫날 열린 매치플레이에서 승리한 선수 열두 명이 이날 열린 스트로크플레이에서 파이널 A조, 패한 선수들이 파이널 B조로 분류됐다. 김민선은 전날 매치플레이에서 올 시즌 대상·상금왕을 휩쓴 윤이나를 상대로 2홀 남기고 3홀 차로 꺾는 최대 이변을 만들어 내며 이날 파이널 A조에서 티오프했다.

김민선은 전반에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타밖에 줄이지 못해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후반에 완전히 다른 선수로 돌아왔다. 12번홀(파4) 버디로 한 타를 줄이더니 14번(파5)부터 16번홀(파4)까지 세 홀 연속 버디를 몰아쳐 단숨에 공동 선두로 뛰어올랐다. 우승 경쟁을 펼치던 배소현(31)과 박현경(24)이 막판에 미끄러졌고, 마지막 조에서 경기한 김수지가 18번홀(파5)에서 약 2m 거리의 버디퍼트를 놓쳐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18번홀에서 이뤄진 연장전은 세 번째 샷으로 승부가 갈렸다. 김민선의 샷이 핀과 1m 안쪽 거리에 붙었지만 김수지는 3m가 넘는 버디퍼트를 남겼다. 김수지의 버디퍼트는 홀을 빗나갔지만 김민선은 가볍게 성공하며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시즌 마지막 순간 가장 활짝 웃은 김민선은 “중간에 잘 안 풀렸는데 끝까지 집중해 마지막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며 “내년엔 꼭 정규투어에서도 정상에 오르겠다”고 밝혔다.

매도 타이밍 고민하는 선수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세계 최초로 프로 골프대회 상금을 코인으로 내걸었다. ‘세상에 없던 골프대회’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유다. 시세가 초 단위로 바뀌는 코인 거래 특성 때문에 상금 규모도 시시각각 출렁인다.

가장 중요한 건 매도 타이밍이다. 지난해 우승자인 이예원(31)은 올해 1월 1일 보유하고 있던 위믹스를 전량 매도해 약 8억원을 챙겼다. 당시 시세는 1위믹스당 3000원대 초반이었다.

대다수 선수는 상금을 받는 즉시 현금화할 계획이다. 코인 시세를 확인하느라 운동에 집중하지 못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번 대회 공동 13위로 상금 2만3000위믹스를 받은 윤이나는 “상금을 받자마자 현금화하겠다”고 했다. 위믹스 포인트 랭킹 1위를 차지해 보너스 9만위믹스와 팀 베스트, 데일리 베스트 등으로 4만위믹스를 더 받은 그는 올 시즌 14억원(누적 상금 12억1141만원)이 넘는 상금을 가져갔다.

부산=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