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배달 플랫폼이 수수료를 올린 이유
지난 8월 배달의민족은 입점 업체로부터 받는 중개 수수료를 음식값의 6.8%에서 9.8%로 인상했다. 이미 쿠팡이츠와 요기요가 각각 9.8%와 9.7%로 올려 받은 상황에서 시장 점유율 1위인 배민마저 수수료를 올리자 입점 업체의 반발이 컸다. 수수료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 주도 아래 배달 플랫폼과 입점 업체는 상생협의체를 발족하고 수수료 인하 방안을 논의했다. 10여 차례 회의 끝에 수수료율을 거래액에 따라 7.8%에서 2.0%까지 낮추는 대신 입점 업체가 부담하는 배달비를 최대 500원 올리기로 합의했으나 입점 업체의 불만은 여전히 크다.

배달 플랫폼은 왜 수수료를 올렸을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가설이 제기될 수 있지만 그 배경에는 배달 플랫폼 간 경쟁이 있다. 양면(two-sided) 시장과 멀티호밍(multi-homing)이라는 배달 플랫폼 시장의 구조와 특성 아래 플랫폼 간 경쟁이 빚어낸 결과다.

한국의 배달 플랫폼 시장은 2010년 배민으로부터 출발했다. 2012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요기요로 시장에 가세했으나 배민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 이에 2019년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민을 인수하고 요기요를 GS리테일에 매각했다. 그리고 같은 해 쿠팡이 쿠팡이츠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현재의 주요 3사 체제가 구축됐다.

배달 플랫폼 시장은 양면 네트워크 효과가 아주 큰 시장이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야 외식업체가 플랫폼에 입점하고, 입점한 업체가 많아야 소비자가 플랫폼을 이용한다. 이처럼 소비자와 외식업체가 선순환으로 쌓여가는 양면 네트워크 효과는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이 ‘쏠림’을 통해 시장을 장악하게 한다. 이것이 배민이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로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한 이유다. 요기요와 쿠팡이츠가 배민을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경쟁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장 구조다.

본격적인 경쟁의 문을 연 것은 요기요로, 작년 회원제 서비스인 요기패스X를 개시하면서 소비자에게 무료 배달을 시작했다. 배달 플랫폼의 양면 중 입점 업체 면이 아니라 소비자 면에서 가격 경쟁을 시작한 것인데, 입점 업체가 한 명의 소비자라도 더 받기 위해 복수의 플랫폼에 입점하는 멀티호밍을 하면서 플랫폼 입장에서 이제는 입점 업체를 더 모으는 경쟁을 할 필요성이 떨어졌다. 반면 소비자 상당수는 한 플랫폼만을 이용하는 싱글호밍을 하고, 멀티호밍을 하더라도 거래의 시작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다. 플랫폼은 더 많은 소비자를 싱글호밍 고객으로 유치하는 것이 필요했고, 그래서 회원제 무료 배달을 시작한 것이다.

쿠팡이츠도 공격적으로 나왔다. 올해부터 쿠팡 와우 회원에게 쿠팡이츠 무료 배달을 시작했는데, 쿠팡이츠를 이용하려는 소비자 측면에서 볼 때 와우 회원이면 음식뿐만 아니라 쿠팡 상품 배달도 공짜이므로 실제 음식 배달 서비스의 가격은 어쩌면 마이너스라고 볼 수 있다. 배민도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회원제 무료 배달로 대응했다. 그 과정에서 배민을 포함한 배달 플랫폼은 무료 배달로 본 손해를 벌충하고 이득을 올리기 위해 경쟁이 없는 입점 업체 면의 수수료를 올렸다.

결국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인상은 양면 시장에서 소비자 면의 공격적인 경쟁과 입점 업체 면의 경쟁 부재가 만들어낸 결과다. 정부는 입점 업체가 주로 영세 자영업자라는 점에서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인상을 심각하게 봤다. 정부가 나서서 수수료를 규제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도 했다. 다행히 합의안은 도출됐지만 4개의 자영업자 단체 중 2개만 동의한 반쪽짜리로 일부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하며 수수료 규제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 시장의 가격 규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번 무료 배달과 수수료 인상도 경쟁의 결과인데, 이를 규제하면 오히려 경쟁이 제한돼 시장이 지배적 사업자에 의해 완전히 독점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섣부른 가격 규제는 새로운 혁신 기업의 탄생과 진입을 막을 수 있다. 소비자 무료 배달과 입점 업체 수수료를 제한하면 새로운 기업이 기존 기업을 대상으로 경쟁하면서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낼 만한 충분한 소비자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