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년 만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것을 계기로 한·중 관계가 빠른 속도로 가까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2022년 11월 시 주석과 처음 대면했는데, 이는 3년 만에 열린 한·중 정상회담이었다. 당시 양 정상은 대북 문제와 미국의 공급망 재편 대응 등에서 의견 차이를 보였다. 2016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 때 생긴 앙금이 남아 있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한·중 관계 돌파구 마련될 듯

하지만 지난 15일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상호 협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통해 한·중이 함께 발전을 도모하자는 뜻”이라며 “아울러 한국과 중국의 경제 협력이 양국 및 양국 국민에게 이익이 되도록 만들어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비스 분야 FTA 협상에서는 금융과 법률·회계, 엔지니어링 등 분야에 대한 시장 개방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세계가 글로벌 복합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한·중 간 긴밀한 협력이 요구되고 있다”며 “양국이 힘을 모아 안보와 경제, 사회문화 등 제반 분야에서 협력을 굳건하게 발전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시 주석은 “한·중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의 입장은 한결같다”며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가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안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북한의 군사 도발, 러시아와 군사 협력 등 한반도 역내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에 대해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당부했고, 시 주석은 “중국 역시 한반도의 긴장을 원하지 않고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상대에게 자국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 내년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을 계기로 시 주석이 방한할 가능성이 높다. 시 주석은 사드 사태 이전인 2014년 7월 한국을 찾은 이후 방한하지 않았다.

페루·캐나다와 방산 협력 본격화

윤 대통령은 페루, 베트남, 캐나다 정상과도 만나 방위산업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16일(현지시간)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과 만난 윤 대통령은 육해공군 모든 분야에 걸쳐 방산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KF-21 부품 공동 생산, 해군함정 공동 개발을 비롯해 육군 지상장비 협력 총괄협약서 등 방산 분야 업무협약(MOU)·협약서 3건도 체결했다. 페루는 최근 10년간 한국의 남미 방산 수출액 가운데 72.5%를 차지하는 주요 방산 수출 대상국이다. 두 정상은 광물 자원 투자와 교역을 확대하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페루는 구리·은·셀레늄과 아연 매장량이 각각 세계 2위, 4위로 자원 부국이다.

같은 날 윤 대통령은 르엉끄엉 베트남 신임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열고 방산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베트남과 자주포 K9 수출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계약 체결이 전망된다. 수출이 성사되면 사회주의 체제 국가에 대한 첫 방산 수출이 된다. 두 정상은 한국의 퇴역함 양도 사업도 이번 회담에서 논의했다.

전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연 정상회담에서도 안보·방산 협력이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현재 캐나다는 3000t급 잠수함 8~12척을 도입할 예정이다. 후속 군수 지원까지 포함하면 총 60조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으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캐나다 정부의 정보요청서(RFI)에 답변서를 제출하고 입찰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리마=도병욱/김동현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