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지출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인 엥겔계수는 주요 7개국(G7) 가운데 일본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 가구와 고령층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료품값 치솟는 일본…엥겔계수 G7 중 1위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엥겔계수는 2022년 기준 26%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을 넘어 G7 중 가장 높았다. 올해 7~9월에는 28.7%까지 오르며 198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엥겔계수는 2000년대까지 하락세를 보였으나 2010년대부터 오르고 있다.

일본은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다른 선진국보다 부진한 데다 지출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고령층이 급증하면서 엥겔계수가 치솟은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고물가 직격탄까지 맞았다. ‘서민 식재료’로 꼽히는 닭고기, 정어리 가격은 지난해 기준 5년 전보다 각각 12%, 20% 올랐다. 꽁치는 1.9배로 뛰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난 점도 식비 부담이 증가한 요인으로 꼽힌다.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으로 비싸더라도 반찬 등을 사 먹는 가구가 늘었다는 것이다. 일본의 20대 후반~30대 초반 여성 정규직 취업률은 10년간 약 14%포인트 상승했다. 일본 식비에서 조리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5.8%로, 10년 전보다 3%포인트 높아졌다.

나라별 식생활 습관이 다른 만큼 엥겔계수를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계수 상승 자체가 생활 수준 하락을 의미하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질임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생산성을 향상하려는 노력이 핵심이다. 니혼게이자이는 “효율적으로 일하면 짧은 시간에 지금과 같거나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다”며 “시간 여유가 생기면 비싼 조리식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당장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가구당 보조금 3만엔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을 위해 주민세 비과세 가구에 보조금 지급 등 경제 대책을 이달 마련해 추경 예산에 반영할 방침이다. 육아 가구에는 자녀 1인당 2만엔씩 더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주민세 비과세 가구는 약 1500만 가구로, 3만엔씩만 지급해도 4500억엔 규모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