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피아니스트들의 스승 김대진, 특별한 아티스트들과 호흡한다
"이번엔 피아노, 성악은 소리 내지 말아요. 대신 악보를 보며 오케스트라를 들어보세요."(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지난 17일 서울 봉천동 우리누리아트홀. 이달 23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의 음악회 '2024 스페셜하모니'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관현악기, 피아노, 성악을 맡은 30여 명의 음악도는 김대진 예술감독(한예종 총장)의 손짓에 맞춰 '캐논' 선율을 만들어갔다.

연습을 마친 김 총장은 "학생들로부터 힐링을 받고 있다"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엄격한 레슨으로 한 때 '호랑이 스승'이라 불렸던 것이 무색한 모습이었다. "제가 호랑이라뇨, 이빨 다 빠진 지 오래인데…. (웃음)"

"조금 느리지만 특별해요"

김대진 총장은 김선욱, 문지영, 박재홍 등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길러낸 국내 피아노계의 대부(大父) 같은 존재다. 수많은 영재를 가르쳐 왔을 터. 그가 발달장애 음악도들과 만나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수년 전, 이들과 마스터클래스로 만났던 게 인연의 시작이었다.

스페셜하모니는 비영리단체 스페셜올림픽코리아가 주최하는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을 위한 음악회다. 2013년부터 매년 진행해온 ‘국제 스페셜 뮤직 앤 아트 페스티벌’에서 선발된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에게 무대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19일 서울 상명대 음대에서 열린 피아노 앙상블 리허설.
19일 서울 상명대 음대에서 열린 피아노 앙상블 리허설.
김 총장은 2019년부터 이곳의 예술감독으로 합류했다. "과거엔 학교의 성과와 인지도를 따졌어요. 그러다 행정 일도 하고, 국립대 총장이라는 자리를 맡으면서 선생으로서 제 손길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이들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곡을 습득할 때는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습득 후에는 놀라운 재능을 발휘한다는 이유에서다. "오래전, 영재원에 시각 장애·지적 장애를 가진 학생이 들어왔어요. 바흐를 연주했는데 완벽하더군요. 굉장한 감동과 충격을 받았어요. 이들의 특별함을 믿게 된 계기였죠."

연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점은 비장애인과의 협업 능력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피아노의 이영희 한예종 기악과 교수, 박지원 상명대 음악학부 교수 등 10여 명의 멘토가 함께 무대에 선다. "예종에서도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함께 실내악 팀을 만들도록 지도해요. 장애 학생들이 사회로 나갔을 때 (비장애인과) 자연스럽게 호흡할 수 있도록요."
韓 피아니스트들의 스승 김대진, 특별한 아티스트들과 호흡한다
김 총장은 이들을 위한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공연을 하는 단체가 많은데, (단체들이) 다 같이 모여 각자의 방향에 대한 의견 교환을 하면 좋겠어요. 재능있는 이들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단체별로 특화가 필요하다고 봐요. "

창의성, 개개인의 융합이 키

김 총장은 한예종의 수장이자 교육자로서의 고민도 털어놨다. 그의 최근 화두는 창의성. 갈수록 중요해지는 창의성을 어떻게 교육할지 고민이 크다고 했다.

"예전에는 모범적인 예술상, 객관적인 걸 원했어요. 쉽게 말해 예측할 수 있는 연주 말이죠. 지금은 전 세계 예술계의 기조가 달라졌어요. '너만의 것을 가져와 봐' 이렇게요. 선생으로서 두렵고 궁금합니다. 창의성이 진정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것인지…."
韓 피아니스트들의 스승 김대진, 특별한 아티스트들과 호흡한다
그는 창의 교육을 위해 원간의 협업과 교양과목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의 내면에서 여러 요소가 융합될 수 있도록 경험과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어설픈 개성보단 견고한 객관이 낫다'는 말이 있을 만큼 창의라는 게 쉽지 않습니다. 윤찬이의 창의성을 말로 설명할 수 없잖아요. 한 끗 차이에 달린 복합적이고 내밀한 것이기 때문이죠. 제가 일단 닿은 생각은, 여러 분야의 아이디어와 경험이 학생들에게 축적되고, 이게 개인의 내면에서 융합될 때 창의로 이어진다는 거예요."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