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도 일어나지만,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차이나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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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차이나타운>
영화 <피아니스트> <대학살의 신> 만든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명작 개봉 50주년
절대 악을 이겨낼 영웅은 존재하지 않는다
LA에서 가장 이질적이면서도
지극히 미국적인 공간 '차이나타운'을 배경으로
혼란스러운 미국 사회 그려내
영화 <피아니스트> <대학살의 신> 만든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명작 개봉 50주년
절대 악을 이겨낼 영웅은 존재하지 않는다
LA에서 가장 이질적이면서도
지극히 미국적인 공간 '차이나타운'을 배경으로
혼란스러운 미국 사회 그려내
로만 폴란스키의 <차이나타운>(1974)이 개봉 50주년을 맞았다. 가디언지는 50주년을 기념하는 기사에서 이제껏 <차이나타운>의 시나리오를 능가하는 영화는 탄생하지 못했다고 언급하며 다시금 영화에 대한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Chinatown at 50: has there been a greater screenplay since?” 참조)
아카데미의 열 한 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차이나타운>은 개봉 당시에도 평단과 관객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로저 이버트는 그의 “위대한 영화” 리스트에 이 작품을 올리면서 “잭 니콜슨의 연기와 로버트 타운의 각본은 <차이나타운>을 단순한 범죄 장르 이상의 경지로 끌어 올리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며 영화는 오리지널 느와르 영화의 교본이 되었다”고 극찬했다. <차이나타운>은 의뢰인들을 상대로 그들의 배우자의 불륜 관계를 쫓아 돈을 버는 사립 탐정, ‘제이크(잭 니콜슨)’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어느 날 그는 한 부인의 의뢰로 그녀의 남편이자 수력발전의 권위자인 홀리스 멀웨이가 불륜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하지만 곧 멀웨이의 진짜 부인인 ‘에블린(페이 더너웨이)’이 나타나면서 의뢰인이었던 멀웨이의 부인은 가짜였음이 밝혀진다. 얼마 후 멀웨이가 익사한 채 시체로 발견되고 제이크는 이 사건을 단순 사고가 아닌 살인으로 의심한다. 그는 에블린의 결혼 전 성이 크로스였으며 에블린의 남편과 그녀의 아버지, ‘노아 크로스(존 휴스턴)’가 LA의 물을 함께 소유했던 전 비즈니스 파트너였음을 알아낸다.
에블린은 제이크에게 멀웨이가 만나던 여자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하고 그는 멀웨이가 만나고 있던 여자가 에블린의 동생 캐서린임을 밝혀낸다. 이에 제이크는 사건이 치정 관계에 의한 것으로 결론짓고 멀웨이를 죽인 범인으로 부인 에블린을 지목한다. 하지만 진실은 멀웨이의 동료였던 크로스가 못 쓰는 땅을 헐값에 사들인 후 LA의 물을 그쪽으로 빼돌려 옥토로 만든 후 비싼 값으로 팔려는 계획을 세웠고, 멀웨이가 그 사실을 눈치채자 그를 살해한 것이다. 또한 사건의 배후를 쫓던 제이크는 혈육이 없던 크로스가 양녀로 들인 딸이 에블린이라는 것과 크로스가 에블린을 겁탈했고 그렇게 생긴 딸이 캐서린이었다는 비극적인 사실까지 마주하게 된다.
이 복잡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는 주인공, ‘제이크’는 궁극적으로 사건과 연계한 모든 음모를 파헤치지만,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인 에블린을 구해내지는 못한다. 영화는 좌절과 무력감으로 망연자실한 제이크를 위로하는 친구의 대사로 끝이 난다. “잊어버려 제이크, 여기는 차이나타운이잖아 (Forget it Jake, This is Chinatown).” 영화의 제목이자 배경인 ‘차이나타운’은 사건이 일어나는 공간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 제이크 친구의 말처럼, 차이나타운은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으면서도 그에 대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디스토피아다. 제이크는 사건의 실마리를 찾지만, 비극의 언저리에서 방황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없는 반쪽짜리 영웅이다. 왜냐하면 그가 목도한 악인, 그리고 그들의 죄악은 너무나도 거대하기 때문이다.
멀웨이와 크로스는 LA의 시민들로부터 물을 빼앗아 사유화하고 그것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배신하는 탐욕스러운 존재일뿐만 아니라 딸을 겁탈하고 낳은 그 딸마저 소유하려는 절대 악의 주체로, 이들을 이겨 낼 영웅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1970년대 중반에 개봉한 <차이나타운>은 LA에서 가장 이질적이면서도 지극히 미국적인 ‘차이나타운’이라는 공간을 통해 1970년대의 미국, 즉 닉슨의 워터게이트(영화의 메인 컨셉인 ‘물’의 은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와 베트남전의 패배로 인한 혼란과 배신으로 잠식당한 미국 사회를 그려냈다.
영화 <차이나타운>이 현재까지도 가장 잘 쓰인 각본으로 숭배받는 이유는 잘 짜여진 이야기 구성도 그러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가 보여준 당시 사회의 이야기적 은유, 그리고 그것들을 교차시킨 방법일 것이다. 난세에서 영웅은 탄생하지 못했지만, 명작이 탄생한 것은 분명하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아카데미의 열 한 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차이나타운>은 개봉 당시에도 평단과 관객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로저 이버트는 그의 “위대한 영화” 리스트에 이 작품을 올리면서 “잭 니콜슨의 연기와 로버트 타운의 각본은 <차이나타운>을 단순한 범죄 장르 이상의 경지로 끌어 올리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며 영화는 오리지널 느와르 영화의 교본이 되었다”고 극찬했다. <차이나타운>은 의뢰인들을 상대로 그들의 배우자의 불륜 관계를 쫓아 돈을 버는 사립 탐정, ‘제이크(잭 니콜슨)’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어느 날 그는 한 부인의 의뢰로 그녀의 남편이자 수력발전의 권위자인 홀리스 멀웨이가 불륜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하지만 곧 멀웨이의 진짜 부인인 ‘에블린(페이 더너웨이)’이 나타나면서 의뢰인이었던 멀웨이의 부인은 가짜였음이 밝혀진다. 얼마 후 멀웨이가 익사한 채 시체로 발견되고 제이크는 이 사건을 단순 사고가 아닌 살인으로 의심한다. 그는 에블린의 결혼 전 성이 크로스였으며 에블린의 남편과 그녀의 아버지, ‘노아 크로스(존 휴스턴)’가 LA의 물을 함께 소유했던 전 비즈니스 파트너였음을 알아낸다.
에블린은 제이크에게 멀웨이가 만나던 여자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하고 그는 멀웨이가 만나고 있던 여자가 에블린의 동생 캐서린임을 밝혀낸다. 이에 제이크는 사건이 치정 관계에 의한 것으로 결론짓고 멀웨이를 죽인 범인으로 부인 에블린을 지목한다. 하지만 진실은 멀웨이의 동료였던 크로스가 못 쓰는 땅을 헐값에 사들인 후 LA의 물을 그쪽으로 빼돌려 옥토로 만든 후 비싼 값으로 팔려는 계획을 세웠고, 멀웨이가 그 사실을 눈치채자 그를 살해한 것이다. 또한 사건의 배후를 쫓던 제이크는 혈육이 없던 크로스가 양녀로 들인 딸이 에블린이라는 것과 크로스가 에블린을 겁탈했고 그렇게 생긴 딸이 캐서린이었다는 비극적인 사실까지 마주하게 된다.
이 복잡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는 주인공, ‘제이크’는 궁극적으로 사건과 연계한 모든 음모를 파헤치지만,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인 에블린을 구해내지는 못한다. 영화는 좌절과 무력감으로 망연자실한 제이크를 위로하는 친구의 대사로 끝이 난다. “잊어버려 제이크, 여기는 차이나타운이잖아 (Forget it Jake, This is Chinatown).” 영화의 제목이자 배경인 ‘차이나타운’은 사건이 일어나는 공간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 제이크 친구의 말처럼, 차이나타운은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으면서도 그에 대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디스토피아다. 제이크는 사건의 실마리를 찾지만, 비극의 언저리에서 방황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없는 반쪽짜리 영웅이다. 왜냐하면 그가 목도한 악인, 그리고 그들의 죄악은 너무나도 거대하기 때문이다.
멀웨이와 크로스는 LA의 시민들로부터 물을 빼앗아 사유화하고 그것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배신하는 탐욕스러운 존재일뿐만 아니라 딸을 겁탈하고 낳은 그 딸마저 소유하려는 절대 악의 주체로, 이들을 이겨 낼 영웅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1970년대 중반에 개봉한 <차이나타운>은 LA에서 가장 이질적이면서도 지극히 미국적인 ‘차이나타운’이라는 공간을 통해 1970년대의 미국, 즉 닉슨의 워터게이트(영화의 메인 컨셉인 ‘물’의 은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와 베트남전의 패배로 인한 혼란과 배신으로 잠식당한 미국 사회를 그려냈다.
영화 <차이나타운>이 현재까지도 가장 잘 쓰인 각본으로 숭배받는 이유는 잘 짜여진 이야기 구성도 그러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가 보여준 당시 사회의 이야기적 은유, 그리고 그것들을 교차시킨 방법일 것이다. 난세에서 영웅은 탄생하지 못했지만, 명작이 탄생한 것은 분명하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