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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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뉴욕 증시가 랠리를 이어가면서 세계 자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각종 기업 규제 완화와 감세안 등으로 증시를 부양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져서다. S&P 500지수는 한 때 사상 처음으로 6000을 넘었고, 이 흐름을 타기 위해 미국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등은 역대급 유입액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신중론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 데다 관세 부과에 따른 각국의 대응책이 시장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뉴욕 증시의 대형 종목이 과도하게 고평가됐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금융주 중심으로 자금 유입


로이터는 금융 리서치 회사인 EPFR 자료를 활용해 미국 대선 직후인 11월 7~13일(현지시간) 미국 ETF 및 뮤추얼 펀드에 액 560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2008년 이후 두 번째로 큰 주간 기록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곳은 금융 부문이다. 미국 금융당국은 지난해 3월 실리콘밸리뱅크(SVB)의 파산 이후 자금 규제를 강화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은행을 비롯한 각종 금융회사의 자금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는 중이다. 실제 대선 직전 221.49달러였던 JP모간체이스의 주가는 15일(현지시간) 245.31달러까지 올랐다. 모건스탠리는 같은 기간 117.81달러에서 134.06달러까지 뛰었다. 이에 따라 7~13일 금융 관련 ETF에 유입된 금액만 40억 달러가 넘는다.

미국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 흐름도 거세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가 이어지면 가장 큰 혜택을 입을 것으로 내다봐서다. 대표지수형 ETF 중에서는 중·소형주 중심의 ‘아이셰어즈 러셀2000’(IWM)엔 같은 기간 55억5320만달러가 몰려 1주일 기준 올해 들어 최대 순유입액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의 뉴욕 증시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다. 미국 개인 투자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중 49.8%가 앞으로 6개월간 강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21.8%는 중립이라고 답했고, 28.3%는 약세장이 올 것이라고 답했다. 역사적으로 강세장이라고 답한 평균 수치는 37.5%였다.

“역사적으로 고평가”

하지만 신중론도 적지 않다. 투자자들이 시장을 부양할 수 있는 정책에만 주목하고, 인플레이션 가능성과 시장 변동성 리스크는 간과하고 있다는 경고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대로 중국에 60%의 관세를 물리고 다른 국가에 최대 20%의 보편 관세를 매길 경우 미국의 수입품 가격이 올라가면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트럼프 당선인의 각종 감세안도 미국의 재정 적자를 키울 수 있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미국 주식이 고평가돼있다는 점도 리스크다. S&P 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24년 11월 15일 기준 30.0으로 2021년 3월 30.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개발한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CAPE)도 15일 기준 37.43으로 2021년 12월 38.31 이후 최고 수준이다. CAPE는 과거 10년간 주당순이익(EPS)을 현재 가치로 할증해 PER을 계산하는 개념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전략가 사비타 수브라마니안은 최근 고객들에게 보내는 메모에서 “시장 심리와 포지션이 위험할 정도로 낙관적"이라고 경고했다. 웰스 얼라이언스의 CEO 로버트 콘조 또한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많지만, 지속 가능성 여부가 더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