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달린 소'가 나타났다"는 말조차 믿어버리는 인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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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페레스프로젝트
홍콩 작가 Mak2 개인전 '와이파이가 내장된 소'
2025년 2월 15일까지
홍콩 작가 Mak2 개인전 '와이파이가 내장된 소'
2025년 2월 15일까지
"와이파이가 내장된 소가 초원에 등장했습니다…"
전시장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TV 화면엔 속보 뉴스가 송출된다. 영상 속 쉴새없이 떠드는 앵커가 내뱉는 말은 인간의 상식을 벗어난다. '소에 와이파이가 달렸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뉴스 화면을 보는 사람들은 순간 '이 뉴스가 진짜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이렇듯 터무니없을 정도의 상식 밖 이야기에도 사람들은 쉽게 흔들리고, 속아넘어간다. 이 뉴스 영상은 당연히 가짜다. 앵커도, 뉴스 속 소들도, 기자도 전부 인공지능(AI)가 만들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페레스프로젝트에서 '가짜 뉴스' 실험을 펼친 작가는 홍콩에서 온 1989년생 'MZ 작가' Mak2다. 자신의 한국 첫 개인전 제목도 '와이파이가 내장된 소'로 지었다. 인간들이 얼마나 뉴스와 거짓에 우스울만큼 취약한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처럼 Mak2는 게임, 애니메이션, 뉴스,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외부 요소들을 가져와 꼬집고 비트는 작품을 만드는 작가다. 그가 창조한 회화의 가장 큰 특징은 모두 3분할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 분할된 3개의 화면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당연히 모두 다른 사람이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작가이지만 회화를 그리지 않는다. 아이디어와 화면 이미지만 만든 뒤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찾아 그림을 맡긴다. 3분할 그림을 3명의 작가가 그리는 셈이다. 당연하게도 Mak2는 작가들과 실제 만난 적도, 함께 일한 적도 없다. '무작위의 확률'에 작품의 완성도를 맡기는 셈이다. 그는 작품의 배경이 될 공간을 시뮬레이션 게임 '심즈'를 통해 만든다. 집, 정원, 마을 등을 게임 세상에서 직접 구현한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인공 세상'이지만, 그는 지형과 공간도 허투루 만들지 않는다. 공간을 메우는 색, 날씨, 건물와 인물의 배치 등 게임 안에서 공간을 구성할 때 항상 풍수지리를 신경쓴다.
Mak2는 심즈에서 만들어진 인공 세상의 스크린샷을 찍어 이미지로 만든다. 그리곤 같은 크기의 3개 화면으로 나눈 뒤 3명의 작가들에게 한 면씩 전달한다. 해당 이미지를 그림으로 그려주길 의뢰하는 것이다. 이제부터 Mak2가 하는 것은 '기다림'이다. 각 작가가 자신이 맡은 화면을 회화로 완성해서 줄 때까지 끝없이 기다린다. 그림이 도착하면 Mak2는 3개의 화면을 합쳐 한 작품으로 탄생시킨다. 연결 부분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 각 화면마다 모두 다른 표현과 색감, 질감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작업 방식이다. 그가 창조한 회화는 대부분 사회를 향한 풍자의 메시지를 던진다. 사회적 메시지를 전할 때도 그는 진지한 표현 대신 엉뚱함을 택한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업들도 그렇다. 와이파이가 내장된 소, 옆 집 금품을 훔치는 고양이, 스파게티가 자라는 나무 등 터무니없고 우스운 뉴스를 사람들이 믿었다는 실화를 가져와 '가짜 뉴스'가 만연한 세상을 꼬집는다.
특히 전염병 소식, 만병통치약 등 인터넷에서 접하는 가벼운 정보에도 휘둘리는 현대인들의 모습도 보여준다. 가짜뉴스와 인터넷 세상 속에서도 인간이라면 참과 거짓을 구분해야 한다는 작가의 메시지다.
익살스러운 작품들에는 유머와 개그를 중요시 생각하는 그의 평소 성격이 담겼다. Mak2는 개그를 사랑한 나머지 직접 코미디언이 되기 위해 개그 콘테스트에 참가하는 엉뚱한 작가다. 2022년엔 홍콩 국제 웃음 축제에서 2등에 오르기도 했다. 전시는 내년 2월 15일까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전시장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TV 화면엔 속보 뉴스가 송출된다. 영상 속 쉴새없이 떠드는 앵커가 내뱉는 말은 인간의 상식을 벗어난다. '소에 와이파이가 달렸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뉴스 화면을 보는 사람들은 순간 '이 뉴스가 진짜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이렇듯 터무니없을 정도의 상식 밖 이야기에도 사람들은 쉽게 흔들리고, 속아넘어간다. 이 뉴스 영상은 당연히 가짜다. 앵커도, 뉴스 속 소들도, 기자도 전부 인공지능(AI)가 만들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페레스프로젝트에서 '가짜 뉴스' 실험을 펼친 작가는 홍콩에서 온 1989년생 'MZ 작가' Mak2다. 자신의 한국 첫 개인전 제목도 '와이파이가 내장된 소'로 지었다. 인간들이 얼마나 뉴스와 거짓에 우스울만큼 취약한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처럼 Mak2는 게임, 애니메이션, 뉴스,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외부 요소들을 가져와 꼬집고 비트는 작품을 만드는 작가다. 그가 창조한 회화의 가장 큰 특징은 모두 3분할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 분할된 3개의 화면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당연히 모두 다른 사람이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작가이지만 회화를 그리지 않는다. 아이디어와 화면 이미지만 만든 뒤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찾아 그림을 맡긴다. 3분할 그림을 3명의 작가가 그리는 셈이다. 당연하게도 Mak2는 작가들과 실제 만난 적도, 함께 일한 적도 없다. '무작위의 확률'에 작품의 완성도를 맡기는 셈이다. 그는 작품의 배경이 될 공간을 시뮬레이션 게임 '심즈'를 통해 만든다. 집, 정원, 마을 등을 게임 세상에서 직접 구현한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인공 세상'이지만, 그는 지형과 공간도 허투루 만들지 않는다. 공간을 메우는 색, 날씨, 건물와 인물의 배치 등 게임 안에서 공간을 구성할 때 항상 풍수지리를 신경쓴다.
Mak2는 심즈에서 만들어진 인공 세상의 스크린샷을 찍어 이미지로 만든다. 그리곤 같은 크기의 3개 화면으로 나눈 뒤 3명의 작가들에게 한 면씩 전달한다. 해당 이미지를 그림으로 그려주길 의뢰하는 것이다. 이제부터 Mak2가 하는 것은 '기다림'이다. 각 작가가 자신이 맡은 화면을 회화로 완성해서 줄 때까지 끝없이 기다린다. 그림이 도착하면 Mak2는 3개의 화면을 합쳐 한 작품으로 탄생시킨다. 연결 부분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 각 화면마다 모두 다른 표현과 색감, 질감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작업 방식이다. 그가 창조한 회화는 대부분 사회를 향한 풍자의 메시지를 던진다. 사회적 메시지를 전할 때도 그는 진지한 표현 대신 엉뚱함을 택한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업들도 그렇다. 와이파이가 내장된 소, 옆 집 금품을 훔치는 고양이, 스파게티가 자라는 나무 등 터무니없고 우스운 뉴스를 사람들이 믿었다는 실화를 가져와 '가짜 뉴스'가 만연한 세상을 꼬집는다.
특히 전염병 소식, 만병통치약 등 인터넷에서 접하는 가벼운 정보에도 휘둘리는 현대인들의 모습도 보여준다. 가짜뉴스와 인터넷 세상 속에서도 인간이라면 참과 거짓을 구분해야 한다는 작가의 메시지다.
익살스러운 작품들에는 유머와 개그를 중요시 생각하는 그의 평소 성격이 담겼다. Mak2는 개그를 사랑한 나머지 직접 코미디언이 되기 위해 개그 콘테스트에 참가하는 엉뚱한 작가다. 2022년엔 홍콩 국제 웃음 축제에서 2등에 오르기도 했다. 전시는 내년 2월 15일까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