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창립자.  /로이터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창립자. /로이터
‘헤지펀드 대부’ 레이 달리오가 설립한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가 올해 3분기에 미국 1위 원자력발전소 운영업체인 컨스텔레이션에너지를 집중 매수했다. 프록터앤갬블(P&G), 코스트코, 존슨앤존슨, 맥도날드 등 소비재주는 대거 매도했다.

18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브리지워터는 지난 3분기 컨스텔레이션에너지를 57만3523주 매입했다. 3분기 매수 단일 종목 중 최대 규모인 1억4912만달러(약2085억원·이하 분기 말 주가 기준)어치다.

컨스텔레이션에너지는 원자력 발전으로 자사 전력의 67%를 생산하는 유틸리티 기업이다. 지난 9월에는 2019년 가동을 중단한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 원전을 재가동하는 계약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체결했다. 이 계약과 더불어 원전 활성화를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컨스텔레이션에너지 주가는 9월 초 대비 이날까지 20% 이상 상승했다.

브리지워터는 반도체 제조장비 기업인 램리서치도 209만5370주 추가 매입했다. 램리서치는 웨이퍼에서 회로를 새긴 뒤 나머지 부분을 제거하는 '식각', 웨이퍼 표면에 특정 물질의 막을 입히는 '증착' 과정을 담당하는 제조 장비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과 선두를 다툰다.

브리지워터는 애플도 56만2532주 추가 매입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을 0.52%에서 1.32%로 확대했다. 유무선 통신 반도체에 특화된 브로드컴도 0.21%에서 0.93%로 늘렸다. 전 분기 포트폴리오에서도 최다 비중을 차지한 아이셰어즈 코어 S&P500 ETF는 6%에서 7.26%로 더 늘렸다.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올 3분기 최다 매수·매도 종목.  /웨일위즈덤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올 3분기 최다 매수·매도 종목. /웨일위즈덤
브리지워터는 전 분기에 이어 소비재주를 매도하는 추세다. P&G는 약 199만주를 팔아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을 3.1%에서 1.57%로 축소했다. 브리지워터가 2022년 1분기 118만주 이상 갖고 있던 코스트코는 올 3분기 16만8891주로 쪼그라들었다. 코스트코의 포트폴리오 내 비중은 전 분기 1.71%에서 0.91%로 줄었다.

존슨앤존슨(2.45%→1.35%) 맥도날드(1.43%→0.41%) 등도 매도한 영향으로 전체 필수소비재 비중은 전 분기 26.04%에서 23.48%로 감소했다.

비소비재 영역에서는 아마존을 매도한 것이 눈에 띤다. 올해 1분기에 아마존 약 104만주를 처음 포트폴리오에 편입한 브리지워터는 2분기에 264만여주까지 늘렸으나 다시 올 3분기 약 123만주를 팔았다.

투자 규모는 2분기 연속 축소됐다. 브리지워터는 올해 1~3분기 모두 수익을 거뒀지만 전체 포트폴리오는 197억7543만달러(약 27조6740억원)에서 176억5879만달러(약 24조6870억원)로 줄였다.

카렌 카니올탬버 브리지워터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12일 한 금융 컨퍼런스에서 "시장이 더 상승할 여지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이 뜨겁게 달아오른 뉴욕 증시에 투자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아니다"고 밝혔다. 카니올탬버 CIO는 "1999년에 터진 (IT) 거품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포트폴리오에 매우 안 좋았다"라며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있더라도 투자 다각화가 부족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