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트럼프, 오히려 기대해도 좋다.
엘리베이터에서 마크 이반 FIT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를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돼 우울하다고 했다. 앞으로 미국 사회에서 여성과 동성애자 그리고 소수인종이 차별받을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아버지 1주기 기일에 친척분들이 모였다. 삼촌 고모들은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분담금을 열 배나 더 내야 할지도 모른다며 걱정이 컸다. 대학 동문회에 갔다. 동문 선배들도 어떻게 트럼프 같은 인물이 대통령이 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트럼프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전 세계가 걱정이다. 원래 트럼프는 뼛속까지 비즈니스맨이다. 트럼프는 원칙주의자가 아니라 실용주의자다. 미국에 이익이 된다면 이전의 원칙과 상관없이 만나고 거래할 것이다.

그렇다면 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외교력을 발휘하고 협상을 잘해서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으면 된다. 예를 들어, 주한미군 방위분담금도 올려달라고 하면 우리가 동맹으로서 더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든지, 우리나라 자체 핵연료 재처리시설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해볼 만하다. 트럼프 1기 때도 극단적인 대선 공약이 많았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대부분이 실행되지 않거나 온건한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았나. 예를 들어 트럼프 1기 때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만큼 불법 이민자들을 대규모로 추방하지 않았다. 불법노동자 없이는 미국의 힘든 산업현장이나 농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트럼프는 중국을 큰 위협으로 보고 있다. 관세 부과는 중국산 수입품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미국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우리로서는 상대적 이익을 얻게 된다. 또 미국 내 반도체 및 배터리 공장 설립에 투자한 우리 기업들은 트럼프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세액공제(보조금)를 폐지할까 봐 걱정이다. 하지만 미국은 연방제이기 때문에 각 주 정부의 목소리를 무시 못 한다. 게다가 미국은 2년 후 또 중간선거가 있다. 공장 설립으로 인해 경제적 혜택을 누리는 주 정부와 주민 여론을 고려해서 완전히 폐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몇 달 전 헤리티지재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성장하는 중국의 해군력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한국과 협력해서 더 많은 군함 등을 생산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트럼프가 당선 후 우리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국 조선업의 협력을 요청했다. 덕분에 한국 조선업과 방위산업은 호황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이제 곧 트럼프 공약대로 미국 내 엄청난 셰일가스를 추출하기 시작하면 국제 유가가 하락해 한국으로서는 유류비를 절약할 수 있다. 2기 트럼프 시대가 우리에게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트럼프 시대가 우리가 더 부강한 한국으로 갈 기회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