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친환경 신사업에 통 큰 투자...지속가능성 전략 후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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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은 화석연료 이후의 시대를 모색하기 위해 지속가능항공유와 탄소포집 및 활용·저장(CCUS) 기술, 저탄소 암모니아 사업, 이퓨얼과 플라스틱 리사이클 등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2026년 하반기에는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인 석유화학 공장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한경ESG] 리딩 기업의 미래 전략 - 에쓰오일
에쓰오일은 국내 대표 정유사로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회사다. 기존 시설의 에너지 효율 향상에 힘쓰는 것은 물론, 친환경 연료인 지속가능항공유(SAF)와 관련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또 탄소포집·저장(CCS), 모회사인 아람코와 협력한 저탄소 암모니아 및 수소, 이퓨얼(e-fuel), 플라스틱 리사이클과 관련한 연구 및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석유화학 시설을 만드는 ‘샤힌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시작했다. 정영광 에쓰오일 신사업부문장(전무)을 만나 에쓰오일의 지속가능성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신사업 부문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신사업 부문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기존 사업의 성과 극대화를 위한 시설 개선 및 기술에 대한 투자와 새로운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에 대응하는 바이오 기반 지속가능 연료, 플라스틱 리사이클, 수소 암모니아 같은 친환경·저탄소 신에너지 사업에 투자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기술 또는 사업모델에 대한 벤처 투자, 탈탄소 로드맵 등 저감 계획을 관리하는 업무 등을 수행한다. 또 샤힌 프로젝트 같은 대규모 기획을 포함해 회사의 경쟁력 확보 및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에 기여하고 있다.”
- 구체적으로 어떤 곳에 투자하는지.
“벤처 투자의 경우 친환경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친환경 페인트, 예를 들어 단열이 잘되기 때문에 똑같은 에너지 투입량 대비 평균 3~4℃ 낮게 유지할 수 있는 페인트 개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유황을 이용해 아스팔트와 시멘트를 개질해 강도, 내화학성, 내염해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개질제를 만드는 업체에도 투자했다. 해당 업체의 제품 중에는 겨울철에 문제가 되는 블랙아이스의 어는점을 낮추는 화학물질을 탑재한 기능성 콘크리트도 있다. 바이오 연료 사업과 관련해서는 SAF의 원료이기도 한 폐식용유 수거 플랫폼 기술업체에 투자 중이다.”
- 최근 한국형 지속가능항공유(K-SAF)를 대한항공에 공급했다. 어떻게 가능했나.
“항공 분야 탈탄소와 연계해 SAF 사업개발이 필요하다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모든 정유사가 동일한 시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제트항공유 수출은 전 세계 1위다. 국가적 차원에서 이 지위를 유지하려면, 또 인천국제공항이 동북아시아 허브 공항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경쟁력 있는 SAF 생산 및 공급지로서 한국과 인천공항의 입지를 키워야 한다. 에쓰오일은 현재 주요 제품인 연료유 수요가 향후 피크에 이를 것으로 보고 방향을 모색하다 SAF를 일찍 준비하고, 다양한 국제 인증을 받으면서 상업적으로 가장 빠르게 SAF 공급을 실행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정책의 불확실성이다. 아직까지는 국내에 SAF 관련 정책 및 규제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최근 정부에서 로드맵을 발표하고 민관 협의체를 만드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어 머지않아 우리나라 지속가능항공유에 대한 정책과 규제가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
- SAF는 아직 경제성이 크지 않은데, 장기적으로 어떻게 보는가.
“현재 우리나라 SAF는 코프로세싱(기존 정유 시설에서 SAF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기존 시설을 이용해 시범 사업 규모에서만 생산된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생산되는 SAF는 원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데다 자발적 수요에 의존해야 하기에 경제성이 떨어진다. 다만 우리나라도 향후 전용 공장이 건설되고, 규제나 정책을 통한 시장이 형성되면서 점점 SAF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본다. SAF의 가장 큰 딜레마는 국내에서 원료인 폐식용유를 충분히 조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시점에서는 폐식용유 등 유지를 수소 첨가·분해를 통해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 헤파(HEFA) 공정이 가장 원가 경쟁력 있는 지속가능 연료 생산 기술이다. 하지만 폐기물 기반의 원료 조달에 한계가 있어 장기적으로는 바이오 원료 조달의 다양화를 꾀하고자 여러 업체와 MOU를 맺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는 2050년까지 항공사가 SAF를 70% 쓰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 일각에서는 SAF에 대해 정유사의 새로운 사업 기회로 보고 있다.
“SAF도 탈탄소로 나아가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하는 부분이다. 정유사가 비싸게 팔아 수익을 챙긴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정유사도 매우 부담스럽다. 일반 정유 시설 생산량과 비교하면 SAF 50만 톤은 그리 큰 물량이 아니다. 하지만 투자비는 1조 원 넘게 투입해야 한다.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따라서 수요 및 사업성의 불확실성에 대한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다. 항공사도 부담스럽지만, 앞으로 탄소배출권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 만큼 SAF를 일부라도 시행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부담을 안고 시행하는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2030년 BAU(Business As Usual) 배출량 대비 35%를 감축한다는 탈탄소 목표는 매우 공격적인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지.
“에쓰오일의 2030년 탈탄소 목표는 2030년 국가 전체 NDC 목표와 일치되도록 설정했다.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타깃이 2018년 대비 40% 절감이다. 최근 2030년 NDC 수정안 기준 산업계 비중이 11.4%으로 완화된 부분이 있는데, 그 전에 발표된 기준으로는 정유석유화학 부문이 2018년 배출량 대비 20.2% 정도 저감해야 한다. 이를 당사 스코프 1(직접배출량) 감축목표와 일치시키고, 전력 부문의 NDC 목표인 ‘2018년 배출량 대비 44.4% 저감’을 당사 스코프 2(간접배출량) 감축목표로 연동해 2030년 탈탄소 목표를 ‘2030년 BAU 배출량 대비 35% 저감’으로 설정했다.”
- 탈탄소 목표를 위한 구체적 활동은.
“지난 2021년 전사 탈탄소 로드맵을 구축한 뒤 국내외 정책 및 관련 기술개발에 따른 환경 변화 등을 반영해 매년 업데이트하고 있다. 로드맵에 따라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직접배출 최소화를 목표로 고효율 열교환기 도입, 히터 효율 개선, 폐열 회수 등을 통해 기존 시설의 에너지 효율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태양광발전, 가스터빈발전, 직접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 등을 통한 저탄소에너지 사용 등 간접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감축되지 않는 부분은 탄소포집 및 활용·저장(CCUS) 사업을 통해 감축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CCUS 일환으로 인근 회사와 협력해 탄소를 포집·활용하는 액화탄산 제품 생산설비를 증설했고, 국내외 탄소배출 감축 사업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해 목표를 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CCS 기술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가장 어려운 부분은 원가 경쟁력이다. CCS는 현재 비용 구조로 볼 때 단기간에 실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결국 탄소배출권 가격과 경쟁해야 한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국내는 톤당 10달러 수준인 데 비해 유럽은 톤당 80달러 수준이다. 탄소배출권 가격 대비 경쟁력이 낮고, 아직까지 다른 방법으로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에 장기 과제로 생각한다. 울산 지역에 해외 저장소를 활용하는 계획인 셰퍼드 프로젝트, 동해 가스전을 활용한 프로젝트 2개가 있는데 에쓰오일은 셰퍼드 프로젝트 참여사와 사용자로서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배출권 가격 상승, 정부의 정책적 지원 및 기술발전이 맞아떨어진다면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시점을 향후 5년 남짓, 2030년 전후가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 최근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샤힌은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인 약 9조 원을 투자해 울산 석유정제 공장 및 인근 부지에 에너지, 환경 측면을 고려한 첨단 석유화학 복합 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팀 크래커(연간 에틸렌 생산 기준 180만 톤),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원료(LPG, 나프타)로 전환하는 신기술이 적용된 TC2C (Thermal Crude To Chemicals) 시설, 플라스틱을 비롯한 합성수지 원료로 쓰이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폴리머 시설과 관련 설비로 구성된다. 현재 40% 정도 진행 중이다. 엔지니어링 설계, 조달 및 구매, 건설(EPC) 중 구매까지 거의 완결되고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2026년 상반기 말 완공이 목표다.”
- 엄청난 규모다.
“작은 규모로 시작하려던 것을 대주주사인 아람코와 협의해 계속 키워온 부분이 있다. 석유화학 시설은 규모 경쟁이 중요하다.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식스-텐스(6/10) 룰을 사용하는데, 지수가 0.6이다. 규모 대비 투자비가 0.6제곱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규모가 2배가 커지면 투자비가 1.5배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규모가 커질수록 투자비는 적게 들고, 운영 효율성도 높아진다.”
- 석유화학 부문을 키우는 이유는.
“예전에는 ‘오일 피크’ 하면 대부분 공급 측면의 피크를 떠올렸다. 언젠가는 원유가 고갈될 거라고 예측했는데, 지금은 수요 피크를 얘기한다. 모회사인 사우디 아람코가 갖고 있는 방향성은 결국 연료로서 역할을 다하게 된 이후까지 대비하고 있다. 연료유 수요는 굉장히 느려졌지만,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는 글로벌 GDP 성장을 항상 앞지르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에틸렌·프로필렌 같은 모노머 제품과 이를 활용한 선형 저밀도 폴리에틸렌(LLDPE),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등 폴리머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매출 중 석유화학제품 비중은 현재 12%에서 25%까지 상승하며,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2023년 영업이익(약 1조4000억 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장기적으로는 연료 수요가 점점 없어지면 휘발유나 디젤 연료도 석유화학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
- 공장을 새로 지으면서도 탄소저감에 초점을 맞추었다.
“공장을 지으면 탄소배출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탈탄소 측면에서 새로 짓는 공장이 연산 에틸렌 기준 크래커 공장이 180만 톤이다. 단일 공장으로는 큰 편이지만, 규모 경제에 따른 효율적인 면이 있다. 설계 수준에서 현재 대비 에너지 효율을 20%로 제고했다. 사실 정유나 석유화학산업이 에너지를 생산하기도 하지만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산업인데, 20% 감축은 기존 시설 대비 기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일부 크루드 투 케미컬(Crude to Chemical)이라는 원유로부터 바로 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넣었다. 그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원유로부터 석유화학제품까지 경로를 가장 짧게 하는 것이다.”
- 수소 암모니아 산업은 아람코와 협력하는 에쓰오일이 상당한 강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탄소 블루 수소에 주목하고 있다. 블루 수소는 석유 등 탄화 수소를 수소로 전환한 후 암모니아로 제조하면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격리해 탄소집약도를 낮춘 것을 말한다. 당사는 지난해 아람코와 MOU 체결을 맺었고, 아람코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생산할 저탄소 암모니아 도입에 대한 논의를 개시해 지금도 소통 중이다. 암모니아를 가져와 쓰기 위해서는 인프라가 필요한데, 암모니아를 받을 수 있는 터미널과 크레킹해 수소로 전환하는 시설을 어떻게 확보할지 모색하고 있다.”
- 이퓨얼과 플라스틱 리사이클 관련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이퓨얼은 물을 전기분해해 얻은 그린 수소와 이산화탄소가 결합해 만들어내는 합성연료다. 청정 수소가 들어가고 탄소발자국을 최대한 줄인 연료로 마곡에 위치한 TS&D센터에서 지속적으로 연구 검토 중이다. 사실 에너지 투입량이 많은 데다 비용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플라스틱 리사이클(열분해유) 같은 경우 코프로세싱으로도 경제성이 받쳐주기에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폐플라스틱이 아직까지 원유보다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사이클 비즈니스는 코프로세싱을 통해서도 꾸준히 증가시키고자 한다. 재미있는 점은, 순환경제 관련 시장은 아직까지 규제 의무가 없다. 자발적 시장인데도 좀 더 활성화된 부분이 있고, 어떻게 보면 그것이 경제성의 논리라고 볼 수 있다.”
- 최근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친환경 방향성에 의구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에너지 전환 속도가 다소 늦어질 수는 있으나, 방향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속도가 늦어지거나 정부 지원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방향성이 맞는 만큼 당사는 탈탄소, 신에너지 분야에 대한 검토와 투자를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다. 전반적으로 전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면서 대신 투자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갈 예정이다. SAF 같은 경우도 장치 산업의 특성상 투자하는 데 2~3년은 걸린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필요할 때 제품을 판매할 수 없거나 생산자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실기하지 않기 위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련 업계 사람들과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신사업 부문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신사업 부문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기존 사업의 성과 극대화를 위한 시설 개선 및 기술에 대한 투자와 새로운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에 대응하는 바이오 기반 지속가능 연료, 플라스틱 리사이클, 수소 암모니아 같은 친환경·저탄소 신에너지 사업에 투자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기술 또는 사업모델에 대한 벤처 투자, 탈탄소 로드맵 등 저감 계획을 관리하는 업무 등을 수행한다. 또 샤힌 프로젝트 같은 대규모 기획을 포함해 회사의 경쟁력 확보 및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에 기여하고 있다.”
- 구체적으로 어떤 곳에 투자하는지.
“벤처 투자의 경우 친환경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친환경 페인트, 예를 들어 단열이 잘되기 때문에 똑같은 에너지 투입량 대비 평균 3~4℃ 낮게 유지할 수 있는 페인트 개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유황을 이용해 아스팔트와 시멘트를 개질해 강도, 내화학성, 내염해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개질제를 만드는 업체에도 투자했다. 해당 업체의 제품 중에는 겨울철에 문제가 되는 블랙아이스의 어는점을 낮추는 화학물질을 탑재한 기능성 콘크리트도 있다. 바이오 연료 사업과 관련해서는 SAF의 원료이기도 한 폐식용유 수거 플랫폼 기술업체에 투자 중이다.”
- 최근 한국형 지속가능항공유(K-SAF)를 대한항공에 공급했다. 어떻게 가능했나.
“항공 분야 탈탄소와 연계해 SAF 사업개발이 필요하다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모든 정유사가 동일한 시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제트항공유 수출은 전 세계 1위다. 국가적 차원에서 이 지위를 유지하려면, 또 인천국제공항이 동북아시아 허브 공항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경쟁력 있는 SAF 생산 및 공급지로서 한국과 인천공항의 입지를 키워야 한다. 에쓰오일은 현재 주요 제품인 연료유 수요가 향후 피크에 이를 것으로 보고 방향을 모색하다 SAF를 일찍 준비하고, 다양한 국제 인증을 받으면서 상업적으로 가장 빠르게 SAF 공급을 실행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정책의 불확실성이다. 아직까지는 국내에 SAF 관련 정책 및 규제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최근 정부에서 로드맵을 발표하고 민관 협의체를 만드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어 머지않아 우리나라 지속가능항공유에 대한 정책과 규제가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
- SAF는 아직 경제성이 크지 않은데, 장기적으로 어떻게 보는가.
“현재 우리나라 SAF는 코프로세싱(기존 정유 시설에서 SAF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기존 시설을 이용해 시범 사업 규모에서만 생산된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생산되는 SAF는 원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데다 자발적 수요에 의존해야 하기에 경제성이 떨어진다. 다만 우리나라도 향후 전용 공장이 건설되고, 규제나 정책을 통한 시장이 형성되면서 점점 SAF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본다. SAF의 가장 큰 딜레마는 국내에서 원료인 폐식용유를 충분히 조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시점에서는 폐식용유 등 유지를 수소 첨가·분해를 통해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 헤파(HEFA) 공정이 가장 원가 경쟁력 있는 지속가능 연료 생산 기술이다. 하지만 폐기물 기반의 원료 조달에 한계가 있어 장기적으로는 바이오 원료 조달의 다양화를 꾀하고자 여러 업체와 MOU를 맺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는 2050년까지 항공사가 SAF를 70% 쓰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 일각에서는 SAF에 대해 정유사의 새로운 사업 기회로 보고 있다.
“SAF도 탈탄소로 나아가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하는 부분이다. 정유사가 비싸게 팔아 수익을 챙긴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정유사도 매우 부담스럽다. 일반 정유 시설 생산량과 비교하면 SAF 50만 톤은 그리 큰 물량이 아니다. 하지만 투자비는 1조 원 넘게 투입해야 한다.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따라서 수요 및 사업성의 불확실성에 대한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다. 항공사도 부담스럽지만, 앞으로 탄소배출권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 만큼 SAF를 일부라도 시행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부담을 안고 시행하는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2030년 BAU(Business As Usual) 배출량 대비 35%를 감축한다는 탈탄소 목표는 매우 공격적인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지.
“에쓰오일의 2030년 탈탄소 목표는 2030년 국가 전체 NDC 목표와 일치되도록 설정했다.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타깃이 2018년 대비 40% 절감이다. 최근 2030년 NDC 수정안 기준 산업계 비중이 11.4%으로 완화된 부분이 있는데, 그 전에 발표된 기준으로는 정유석유화학 부문이 2018년 배출량 대비 20.2% 정도 저감해야 한다. 이를 당사 스코프 1(직접배출량) 감축목표와 일치시키고, 전력 부문의 NDC 목표인 ‘2018년 배출량 대비 44.4% 저감’을 당사 스코프 2(간접배출량) 감축목표로 연동해 2030년 탈탄소 목표를 ‘2030년 BAU 배출량 대비 35% 저감’으로 설정했다.”
- 탈탄소 목표를 위한 구체적 활동은.
“지난 2021년 전사 탈탄소 로드맵을 구축한 뒤 국내외 정책 및 관련 기술개발에 따른 환경 변화 등을 반영해 매년 업데이트하고 있다. 로드맵에 따라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직접배출 최소화를 목표로 고효율 열교환기 도입, 히터 효율 개선, 폐열 회수 등을 통해 기존 시설의 에너지 효율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태양광발전, 가스터빈발전, 직접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 등을 통한 저탄소에너지 사용 등 간접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감축되지 않는 부분은 탄소포집 및 활용·저장(CCUS) 사업을 통해 감축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CCUS 일환으로 인근 회사와 협력해 탄소를 포집·활용하는 액화탄산 제품 생산설비를 증설했고, 국내외 탄소배출 감축 사업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해 목표를 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CCS 기술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가장 어려운 부분은 원가 경쟁력이다. CCS는 현재 비용 구조로 볼 때 단기간에 실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결국 탄소배출권 가격과 경쟁해야 한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국내는 톤당 10달러 수준인 데 비해 유럽은 톤당 80달러 수준이다. 탄소배출권 가격 대비 경쟁력이 낮고, 아직까지 다른 방법으로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에 장기 과제로 생각한다. 울산 지역에 해외 저장소를 활용하는 계획인 셰퍼드 프로젝트, 동해 가스전을 활용한 프로젝트 2개가 있는데 에쓰오일은 셰퍼드 프로젝트 참여사와 사용자로서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배출권 가격 상승, 정부의 정책적 지원 및 기술발전이 맞아떨어진다면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시점을 향후 5년 남짓, 2030년 전후가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 최근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샤힌은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인 약 9조 원을 투자해 울산 석유정제 공장 및 인근 부지에 에너지, 환경 측면을 고려한 첨단 석유화학 복합 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팀 크래커(연간 에틸렌 생산 기준 180만 톤),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원료(LPG, 나프타)로 전환하는 신기술이 적용된 TC2C (Thermal Crude To Chemicals) 시설, 플라스틱을 비롯한 합성수지 원료로 쓰이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폴리머 시설과 관련 설비로 구성된다. 현재 40% 정도 진행 중이다. 엔지니어링 설계, 조달 및 구매, 건설(EPC) 중 구매까지 거의 완결되고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2026년 상반기 말 완공이 목표다.”
- 엄청난 규모다.
“작은 규모로 시작하려던 것을 대주주사인 아람코와 협의해 계속 키워온 부분이 있다. 석유화학 시설은 규모 경쟁이 중요하다.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식스-텐스(6/10) 룰을 사용하는데, 지수가 0.6이다. 규모 대비 투자비가 0.6제곱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규모가 2배가 커지면 투자비가 1.5배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규모가 커질수록 투자비는 적게 들고, 운영 효율성도 높아진다.”
- 석유화학 부문을 키우는 이유는.
“예전에는 ‘오일 피크’ 하면 대부분 공급 측면의 피크를 떠올렸다. 언젠가는 원유가 고갈될 거라고 예측했는데, 지금은 수요 피크를 얘기한다. 모회사인 사우디 아람코가 갖고 있는 방향성은 결국 연료로서 역할을 다하게 된 이후까지 대비하고 있다. 연료유 수요는 굉장히 느려졌지만,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는 글로벌 GDP 성장을 항상 앞지르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에틸렌·프로필렌 같은 모노머 제품과 이를 활용한 선형 저밀도 폴리에틸렌(LLDPE),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등 폴리머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매출 중 석유화학제품 비중은 현재 12%에서 25%까지 상승하며,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2023년 영업이익(약 1조4000억 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장기적으로는 연료 수요가 점점 없어지면 휘발유나 디젤 연료도 석유화학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
- 공장을 새로 지으면서도 탄소저감에 초점을 맞추었다.
“공장을 지으면 탄소배출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탈탄소 측면에서 새로 짓는 공장이 연산 에틸렌 기준 크래커 공장이 180만 톤이다. 단일 공장으로는 큰 편이지만, 규모 경제에 따른 효율적인 면이 있다. 설계 수준에서 현재 대비 에너지 효율을 20%로 제고했다. 사실 정유나 석유화학산업이 에너지를 생산하기도 하지만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산업인데, 20% 감축은 기존 시설 대비 기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일부 크루드 투 케미컬(Crude to Chemical)이라는 원유로부터 바로 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넣었다. 그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원유로부터 석유화학제품까지 경로를 가장 짧게 하는 것이다.”
- 수소 암모니아 산업은 아람코와 협력하는 에쓰오일이 상당한 강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탄소 블루 수소에 주목하고 있다. 블루 수소는 석유 등 탄화 수소를 수소로 전환한 후 암모니아로 제조하면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격리해 탄소집약도를 낮춘 것을 말한다. 당사는 지난해 아람코와 MOU 체결을 맺었고, 아람코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생산할 저탄소 암모니아 도입에 대한 논의를 개시해 지금도 소통 중이다. 암모니아를 가져와 쓰기 위해서는 인프라가 필요한데, 암모니아를 받을 수 있는 터미널과 크레킹해 수소로 전환하는 시설을 어떻게 확보할지 모색하고 있다.”
- 이퓨얼과 플라스틱 리사이클 관련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이퓨얼은 물을 전기분해해 얻은 그린 수소와 이산화탄소가 결합해 만들어내는 합성연료다. 청정 수소가 들어가고 탄소발자국을 최대한 줄인 연료로 마곡에 위치한 TS&D센터에서 지속적으로 연구 검토 중이다. 사실 에너지 투입량이 많은 데다 비용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플라스틱 리사이클(열분해유) 같은 경우 코프로세싱으로도 경제성이 받쳐주기에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폐플라스틱이 아직까지 원유보다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사이클 비즈니스는 코프로세싱을 통해서도 꾸준히 증가시키고자 한다. 재미있는 점은, 순환경제 관련 시장은 아직까지 규제 의무가 없다. 자발적 시장인데도 좀 더 활성화된 부분이 있고, 어떻게 보면 그것이 경제성의 논리라고 볼 수 있다.”
- 최근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친환경 방향성에 의구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에너지 전환 속도가 다소 늦어질 수는 있으나, 방향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속도가 늦어지거나 정부 지원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방향성이 맞는 만큼 당사는 탈탄소, 신에너지 분야에 대한 검토와 투자를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다. 전반적으로 전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면서 대신 투자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갈 예정이다. SAF 같은 경우도 장치 산업의 특성상 투자하는 데 2~3년은 걸린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필요할 때 제품을 판매할 수 없거나 생산자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실기하지 않기 위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련 업계 사람들과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