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K기업 체질 개선…6G·UAM 표준특허 선점할 것"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첨단 전략산업은 특허 빅데이터를 분석해 연구개발(R&D)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국내 주력 산업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김완기 특허청장(사진)은 지난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특허청은 과학기술 R&D 결과를 권리화한 특허 등 지식재산(IP)과 영업비밀 등에 대한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다. 김 청장은 내년 1월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반도체와 2차전지 R&D 투자 방향을 보고할 계획이다.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기업을 육성하려면 ‘IP 지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부처 안팎에서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 6월 취임한 김 청장은 연일 현장 행보를 이어가며 ‘기업 도우미’를 자처하고 있다. IP 금융도 확대했다. IP 담보·보증 대출 등 IP 금융 규모는 올 8월 10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이용 기업의 85%가량이 신용등급 BB+ 이하다. 기술력을 갖췄지만 자금 사정이 여의찮은 기업들에 단비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2차전지 양극과 음극, 분리막 등을 적층하는 셀 스택에 관한 핵심 특허 7건을 보유하고 있는 우원기술은 지난해 IP 담보대출 100억원을 받았다. 이후 영업이 본궤도에 올라 1억달러 수출을 성사시켰다.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 지에프퍼멘텍은 지난해 받은 IP 담보대출 10억원을 운영 자금으로 활용해 올 1분기 매출을 전년 동기보다 50% 늘렸다. 김 청장은 “IP는 자유 시장경제의 풍요와 번영을 이끄는 촉매”라며 “역동적 경제를 만들기 위해선 IP 금융과 R&D, 창업, 기술 이전이 끊임없이 연결되는 생태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산업을 개척할 수 있는 표준특허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김 청장은 “초연결 시대 도래로 6세대(6G) 이동통신과 양자 기술,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을 중심으로 국가 간 표준특허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며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 모든 R&D 주체가 표준특허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특허청은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에 이어 올해 국내 일곱 번째 방첩기관으로 지정됐다. 그만큼 해외로의 기술 유출 위험이 커졌다는 뜻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 8월까지 적발된 기술 유출 시도 97건 중 58건(60%)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서 나왔다. 김 청장은 “특허청은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첨단 기술 정보인 특허 빅데이터 6억 개를 분석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곳”이라며 “이런 정보는 산업스파이를 잡는 중요한 단서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AI, 양자 기술과 함께 윤석열 정부가 3대 산업 게임체인저로 지정한 바이오 기술 지원도 확대한다. 김 청장은 “바이오는 미국 특허 분쟁 가운데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특허 영향력이 큰 분야”라며 “특허 우선심사 대상을 현재 반도체, 2차전지에서 내년 상반기 중 바이오까지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심사가 적용되면 바이오 특허 심사 기간은 평균 20개월에서 2개월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김 청장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9회로 공직에 입문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무역투자실장, 통상정책국장 등을 지냈다. 김 청장은 “이전에는 큰 그림을 그렸다면 이제는 그림 구석구석을 정밀하게 채워나가는 느낌”이라며 “주요 부처와 원팀을 이뤄 경제 활력을 높일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