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E&S가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 건설 중인 전남해상풍력 1단지 시운전에 들어갔다. 2017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첫 민간 주도로 만들어지는 해상풍력 단지다. SK와 덴마크 국민연금 자회사 CIP가 합작해 세운 전남해상풍력은 지난해 초 별도 보증 없이 프로젝트 자체 신용만으로 파이낸싱에 성공해 투자를 진행했다. 당장은 96㎿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내년 3월 상업운전이 목표다.

당초 이 사업은 현지 어민들의 반대로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다. 어민들은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면 인근에서 조업할 수 없게 되고 해양 환경이 파괴될 것이란 이유를 들어 강력 반대했다. 윤석열 정부는 원전 생태계 복구와 함께 풍력산업 고도화를 국정 과제에 포함함으로써 지원 기틀을 마련했다. SK, 전라남도, 신안군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주민 설득 작업에 나섰다. 또 어민들과 머리를 맞대 줄어드는 수입을 보전하는 방안을 강구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람연금’을 통해 발전소 가동으로 생기는 이익을 주민들과 공유하는 제도다. 2030년 8.2GW 전력이 생산되면 4만 신안군민 1명당 연간 600만원 지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30개에 이르는 각종 인허가를 빨리 받을 수 있도록 했고 특히 군 작전에 따르는 제한 등이 적용되지 않도록 했다. 전라남도는 습지보호구역엔 해저 송전선로만 설치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습지보전법 시행령을 철탑을 이용하는 가공(架空)선로도 가능토록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과 협의가 마무리 단계여서 내년 상반기 시행령 개정을 기대하고 있다.

민관이 협력해 성사시킨 이번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의 몽니와 님비(NIMBY)를 극복하는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 전력 분야만 하더라도 하남시 일부 주민의 반대로 동서울변전소 송전망 옥내화와 증설이 가로막혀 있다. 최근 10년간 제때 공사를 마친 전력망 확충사업은 8%에 그친다. 정부와 지자체가 팔짱 끼고 기업에만 맡겨 둔 결과다. 전남해상풍력 사례처럼 적극 행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인프라 구축은 하세월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