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태와 코로나19, 그리고 e커머스의 부상으로 쇠락했던 화장품 가두점(로드숍)이 되살아나고 있다.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 주로 입점하던 럭셔리 향수 브랜드와 올리브영 등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를 통해 판매되던 인디 브랜드가 서울 가로수길, 성수동 등 주요 상권에 잇달아 단독 대형 플래그십 매장을 내고 있다.
백화점 떠나 거리로…다시 뜨는 뷰티 로드숍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올리브영 등에 입점한 뷰티 브랜드들이 최근 거리 상권으로 독립해 나오고 있다. 특히 그동안 백화점 1층 화장품 코너에서나 볼 수 있던 향수 브랜드의 단독 매장 출점이 눈에 띈다. 지난 9월 가로수길에 메종마르지엘라 프래그런스가 아시아 최대 규모 매장을 연 게 대표적이다.

가로수길에는 지난해 바이레도, 딥디크 등 니치 향수(소수의 취향에 맞춘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가 대형 플래그십을 출점한 바 있다. 성수동에도 탬버린즈, 러쉬, 킨포크 등 향수 브랜드가 최근 매장을 열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남신구 이사는 “주로 백화점에만 있던 향수 브랜드가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단독 매장을 내는 추세”라며 “단순히 시향만 하는 곳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와 철학을 체험하는 공간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리브영에서 주로 팔리던 중저가 인디 브랜드 중에서 고객층과 인지도를 확보한 브랜드도 단독 플래그십 매장을 활발히 내고 있다.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고객에게 인기가 많은 브랜드인 만큼 성수동을 주로 택했다. 스킨케어 브랜드 토리든은 지난달 첫 플래그십 매장인 토리든 커넥트 성수를 냈고, 색조 브랜드인 퓌(fwee)도 올해 3월 매장을 열었다. LG생활건강이 인수한 인디 브랜드 힌스(hince)는 지난해 서울 한남동에 첫 매장을 낸 이후 9월 성수동에 두 번째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했다.

향수와 인디 브랜드는 그동안 백화점, 올리브영 등 유통채널 의존도가 높은 편이었다. 독자적으로 매장을 운영할 만큼 고객층이 두껍지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뷰티시장이 급팽창해 향수와 인디 브랜드도 단독 매장을 낼 여력이 생겼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가로수길과 성수동 등 가두 상권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들 브랜드가 플래그십 매장을 열어 매출 증대에 나선 배경이다.

판매 채널이 다양해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전에는 입점한 대형 유통채널에서의 매출 비중이 절대적이었는데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과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을 통한 매출도 늘었다. 더욱 넓은 스펙트럼의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 필요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등 전통적인 유통채널을 방문하는 소비자층은 제한적”이라며 “다양한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해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차원에서 가두 상권에 플래그십을 내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