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지원받은 지대지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게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무기 사용 제한을 해제한 결과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러시아·북한군 병력 5만여 명과 후방 지원 시설을 첫 공격 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제3차 세계대전 발발을 경고하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바이든, 美미사일로 러 본토 타격 허용…러 "3차대전 시작" 반발

북한군, 미사일 먼저 맞는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사거리 약 300㎞인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 내 표적을 공격하는 것을 허가했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지원받은 미국 무기로 러시아 내부 군사 시설 등을 공격하게 해달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미국은 확전을 우려해 불허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북한이 러시아에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공급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파악하자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 수백 발을 지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이뤄진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 전선 붕괴를 막기 위해 취해졌다. 러시아는 병력 약 5만 명을 쿠르스크에 집결시켜 대규모 공세를 벌일 채비를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 점령지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휴전 협상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러시아가 영토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에이태큼스를 활용한 장거리 공격으로 러시아·북한 병력과 주요 군사 장비, 러시아 내 군수 거점, 탄약고, 병참선 등을 타격하며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태큼스는 하이마스(HIMARS)와 M-270 다연장로켓(MLRS) 등 다연장로켓 플랫폼을 활용하는 장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이다. 위성항법장치(GPS) 유도로 타깃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에이태큼스가 전세를 바꿀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면서도 “정책 전환 목표 중 하나는 ‘북한군이 취약하며, 병력을 더 보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전방위 압박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한 러시아 영토 공격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자바로프 상원의원은 “이는 3차 세계대전 시작을 향한 매우 큰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도 반발했다. 트럼프 당선인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는 “우크라이나 지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1월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에 3차 세계대전을 시작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지금까지 미국은 하르키우 방어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사거리 약 80㎞인 하이마스 로켓으로 국경 인근 러시아군을 공격하는 것을 허가하는 데 그쳤다. 르피가로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 역시 우크라이나에 사거리가 약 250㎞인 공대지미사일 스톰섀도(프랑스명 SCALP)의 러시아 영토 공격을 허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선 방어의 시급성이 확전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해 러시아의 무력 보복 가능성에도 우크라이나의 무기 사용 제한을 해제했다고 미국 당국자들은 전했다. 러시아는 이날도 우크라이나 서부 전력 시설에 미사일 약 120발과 드론 약 90기를 동원해 대규모 폭격을 가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 회사 우크레네르고는 전력 시설 손상 때문에 전국적으로 순환 단전한다고 발표하는 등 적지 않은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원자력발전소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변전소 피해로 원자로 9기 중 2기만 정상 가동 중이다.

러시아의 공격은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북부, 남부 등 우크라이나 전역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민간인 9명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도 속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최전선에 접한 우크라이나 서부까지 러시아 전투기들이 날아들자 폴란드가 긴급히 전투기를 발진시키기도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