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덕분에 글로벌 바이오 소재·부품·장비업체들의 한국 시장 매출이 3년간 66%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이들의 한국 매출이 중국 매출을 추월하면서 한국이 세계 최대 바이오 소부장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바이오소부장 시장 中 넘어…글로벌 '빅4' 韓 매출 66% 늘었다
1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써모피셔사이언티픽, 독일 머크·싸토리우스, 미국 싸이티바 등 글로벌 바이오 소부장 ‘빅4’의 올해 글로벌 매출이 저조한 가운데 한국 매출은 ‘우상향’ 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코로나19 특수’에 따른 기저효과로 글로벌 매출은 정체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 매출은 중국을 추월할 정도로 ‘파죽지세’다.

한 글로벌 소부장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한국 매출이 중국 매출을 앞서기 시작했다”며 “한국이 싱가포르와 중국을 제치고 핵심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평가데이터가 집계한 빅4의 한국법인 매출은 2020년 1조123억원에서 2023년 1조6865억원으로 66% 급증했다. 머크와 써모피셔는 5년간 매출이 두 배가 됐다. 이들은 바이오의약품용 세포 배양에 필요한 배지, 정제에 필요한 레진과 필터 등을 만든다. 써모피셔는 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머크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에 배지를 공급한다. 레진은 싸이티바가, 필터는 머크와 싸토리우스 등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머크는 대전에 4300억원을, 싸토리우스도 인천 송도에 3억달러를 투자해 바이오 소부장 생산·연구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글로벌 소부장 빅4가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한국이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인 데다 성장률도 가장 높기 때문이다. 한국엔 세계 최대 생산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개발(CD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세계 선두급 바이오시밀러 회사(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백신 회사(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 등의 소부장 수요가 탄탄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3분기 원재료 매입 비용도 1조원을 돌파했다. 송도는 단일 도시 기준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용량(116만L)을 갖추고 있다. 2위 미국 매사추세츠주(65만L)의 두 배에 이른다.

내년 미국의 대중국 바이오 규제인 생물보안법이 시행되면서 한국 기업의 수혜가 본격화되고 롯데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CDMO 공장이 준공되면 한국의 바이오 소부장 시장 초격차 경쟁력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바이오 소부장은 2029년 98조원으로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는 시장이지만 국산화 비율은 7%에 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품목별로 글로벌 소부장 업체가 독과점하는 구조여서 한국 수요 기업엔 가격 결정 권한이 거의 없다”며 “소부장 국산화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업계 전체에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