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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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촬영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더라도 불법 촬영물을 소지한 사실이 증명되지 않을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적용해 가중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 위치추적 전자장치 20년 부착을 명령한 원심 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투숙하던 모텔에서 연인이었던 피해자와 빚 변제 등을 이유로 말다툼을 하다가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피해자와의 성관계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혐의, 반복적으로 연락한 스토킹 혐의, 피해자와 관련된 인물을 때려 다치게 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살인 및 스토킹, 상해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성관계 촬영물 협박 혐의에 대해선 성폭력특례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고, 그 대신 협박 죄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 판례는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은 상대방에게 '실제 생성된 촬영물 등의 유포 가능성 등을 해악의 내용으로 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고, 위 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 등이 실제로 생성된 사실은 있어야 할 것이다"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제한을 두지 않을 경우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에 대한 법적 판단 기준이 모호해지고, 처벌 범위도 지나치게 넓어지게 될 수 있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이러한 법리에 비춰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촬영물의 존재를 확인한 적이 없다고 했고, 피고인이 사용한 휴대전화 2대에서도 촬영물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를 겁주기 위해 실제로 성관계 동영상이 있는 것처럼 거짓말한 것이라고 진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해 무죄를 선고해야 할 것이나, 이와 동일한 공소사실의 범위 내에 있는 축소 사실인 판시 협박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피고 측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검사 측은 성폭력특례법에 대한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모두 기각했다. 양측이 모두 상고했으나 대법원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