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하 파트리지시스템즈 대표 /회사 제공
이준하 파트리지시스템즈 대표 /회사 제공
"인공지능(AI) 시대 데이터 폭증은 기업들에 엄청난 비용 지출 요인이자 사회적인 숙제입니다.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로봇, 의료 등 방대한 데이터 처리를 '효율화'하고자 하는 분야가 파트리지시스템즈의 무대입니다."

최첨단 장비가 동원되는 산업 분야에서 고화질, 고용량 데이터 처리가 고민거리로 떠오른 가운데 이준하 파트리지시스템즈 대표는 19일 "기계가 만들어내는 방대한 제조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집, 처리해 고객사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최적화하는 것이 저희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파트리지시스템즈는 북미 1위 자동차 부품기업 마그나 엔지니어 출신 이 대표가 2020년 설립한 데이터 솔루션 기업으로 엣지 컴퓨터, 서버, 클라우드에서 동작하도록 데이터를 손쉽게 공유·처리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산업 현장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AI로 학습시키기 위해 그동안에는 클라우드 이동 같은 절차가 수반됐는데 파트리지시스템즈는 이를 현장에서 곧바로 처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었다.

글로벌 1위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기업 데이터를 '외부'에 저장해 활용하는 개념이라면, 파트리지시스템즈는 데이터가 만들어진 '사내'에서 작동하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제공한다.

현장에서 직접 데이터를 처리하면 외부 이동이 필요 없어져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작업 속도를 크게 올릴 수 있다. 해외에 공장이 있는 기업들이 그동안 국내로 데이터를 옮겨와야 했던 경우에도 국경간 데이터 규제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다.

파트리지시스템즈는 국내에선 현대차(자율주행/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해외에선 마그나(자동주차 기능 검증)와 주로 협업했다. 최근에는 사업 영역을 스마트팩토리 공정감시로 넓히면서 올해 LG에너지솔루션도 공급사로 등록을 완료했다.

이 대표는 "배터리, 반도체 같은 제품은 아주 미세한 너울만 있어도 불량품이 생산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들은 AI 분석으로 수율을 고도화시키는 작업을 한다"며 "문제는 산업 데이터가 워낙 고용량이기 때문에 이를 저장하고 AI에 불량 이미지를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따르는 비효율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배터리나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AI가 불량품을 걸러낼 수 있는 수준의 이미지를 촬영하려면 장당 1기가바이트(GB)에 달하는 데이터가 나온다. 이 이미지를 수십 km에 달하는 생산라인 전 과정에서 뽑아내려면 처리해야 할 데이터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기업들은 이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자료를 외부로 추출해야 했는데 물리적, 법률적 제약이 따랐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같은 전략자산일 경우 공장이 있는 현지 국가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

그는 "파트리지시스템즈는 큰 크기의 제조업 데이터를 작게, 가볍게 만들거나 초대용량의 데이터를 이동시키지 않고 원격지에서 직접 사용하게 하는 등 당연히 여기던 업·다운로드, 전송 등의 데이터 절차를 없애거나 최소화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며 "궁극적으로 데이터 사용 방식의 혁신을 통해 제조업의 AI·머신러닝(ML) 상용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트리지시스템즈는 현재 자동차 분야에서 현대차, 마그나, HL만도, HL클레무브의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자율주행(AD) 기능 개발 검증을 위한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머신러닝운영(MLops)을 활용한 공정감시를 설계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설비의 감시를 위한 센서와 소프트웨어를 평가받고 있다.

이 대표는 "자율주행부터 스마트팩토리까지 데이터가 크고 활용이 어려운 산업 분야로 점차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