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美에 핵연료 공급 중단"…사흘만에 번복 [원자재 포커스]

러시아 정부가 지난주 농축 우라늄의 대미 수출을 일시 제한하겠다고 발표한 지 사흘 만에 러시아 국영 기업 로사톰이 우라늄을 정상적으로 공급 중이며, 특별 조건으로 미국에도 수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농축 우라늄 공급업체 로사톰은 "러시아 우라늄 제품의 공급은 고객과 합의한 조건과 해당 법률 및 규정을 준수하여 변함없이 계속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가 당장 미국에 대한 우라늄 수출 물량을 끊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15일 미국에 대한 농축 우라늄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예외적인 경우 2027년까지 선적을 허용하는 면제 조항을 뒀다.
사진=Rosatom 제공
사진=Rosatom 제공
시장조사 기업 UxC에 따르면 지난 15일 이 소식이 전해진 후 2025년 11월 인도분 우라늄 선물 입찰가는 파운드당 4달러 오른 최고 84달러까지 상승했다. 대규모 현물 우라늄 펀드를 관리하는 스프롯 자산관리의 존 캄파글리아 최고경영자(CEO)는 "핵연료 수요는 매우 비탄력적인 탓에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현물 시장에서 우라늄은 파운드당 100달러를 매우 쉽게 넘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는 세계 6위의 우라늄 생산국이며, 농축 핵연료의 경우 전체 용량의 약 44%를 공급한다. 미국과 중국이 양대 러시아 우라늄 수입국이며, 3~4위는 한국과 프랑스다. 작년에도 미국 원자력 발전소들은 농축 우라늄의 약 4분의 1을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 수입에 문제를 먼저 제기한 것은 미국 정부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산 핵연료 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그러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정부 회의에서 "모스크바가 서방의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우라늄, 티타늄, 니켈의 수출을 제한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고, 지난주 우라늄에 대한 후속 조치가 발표된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제한이 2024년부터 2027년까지 러시아 우라늄 제품 수입을 부분적으로 제한 미 행정부 조치의 보복이며, 2028년부터는 전면 금지 조치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부터 7월까지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수입된 핵연료의 양은 31만3050㎏(69만160파운드)으로 작년보다 30% 감소했다. 미국의 수입 제한 규정은 8월부터 발효됐고 이후 미국이 러시아에서 우라늄을 수입했는지는 불분명하다. S&P글로벌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는 자국 원자력 발전기업 컨스털레이션과 우라늄 농축기업 센트러스 등에 러시아 우라늄 수입 허가를 내줬다.

서방 기업들은 앞다퉈 생산 용량을 증설하고 있지만 향후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국·네덜란드·독일 합작 우라늄 농축 기업 우렌코(Urenco)는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운영 중인 유일한 상업용 우라늄 농축 시설을 확장하기로 했다. 프랑스의 핵연료 전문 기업 오라노(Orano)는 미국에 새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지만 2030년대 초반에나 우라늄 농축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