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쓸쓸한 겨울, 한층 더 고독하게 즐길 수 있는 연광철의 '겨울 나그네'
찬 바람에 낙엽이 흩날리고 나무조차 쓸쓸해 보이는 계절. 성큼 다가온 겨울을 맞아, 진하고 깊은 고독이 담긴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연광철 베이스의 목소리로 만나는 공연이 다음 달 3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마포아트센터는 1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베이스 연광철의 '겨울 나그네' 공연 계획을 밝혔다. 이번 공연으로 세계적인 베이스 연광철이 한국 관객을 만난다. 1993년 파리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연광철은 10년 동안 독일 베를린 국립 오페라극장 솔리스트로 활동했다. 2018년엔 독일어권 성악가 최고 영예 '캄머쟁어(궁정 가수)' 칭호도 받았다. '바그너의 성지'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에서 150회 이상 무대에 오른 세계 최고 베이스로 꼽힌다.

연광철이 이번 공연에서 선보이는 '겨울 나그네'는 '가곡의 왕' 슈베르트의 연가곡이다. 사랑에 실패한 젊은이가 겨울밤 길을 떠나는 고독하고 쓸쓸한 심경을 노래하는 작품이다. 슈베르트가 죽기 1년 전 작곡해 가난과 병과 싸우던 그의 말년의 외로움이 담겼다. 어둡고 쓸쓸한 분위기의 작품이지만 슈베르트 특유의 간결하고 서정적인 멜로디 덕에 전 세계 무대의 겨울을 장식하는 슈베르트의 대표작이다.
춥고 쓸쓸한 겨울, 한층 더 고독하게 즐길 수 있는 연광철의 '겨울 나그네'
'겨울 나그네'는 연광철의 커리어를 함께한 작품이기도 하다. 2001년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겨울 나그네를 공연한 이후 2009년 서울 예술의전당, 2015년 대전 예술의전당, 2022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선보였다. 30대에 처음 만난 작품을 예순을 앞둔 올해 다시 만나게 된 것. 그동안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베를린에서 처음 무대에 오를 때는 '키 작은 동양인인 내가 과연 독일인의 전통과 뉘앙스를 이해하고 무대에 설 수 있을까'는 두려움이 가장 컸다"며 "그 뒤로 많은 무대에 서며 그들의 생각, 언어 등을 이해하면서 표현의 폭이 넓어졌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춥고 쓸쓸한 겨울, 한층 더 고독하게 즐길 수 있는 연광철의 '겨울 나그네'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로 불릴 정도로 수많은 오페라 무대에 오른 연광철이 이번에는 가곡을 부른다는 점도 관람 포인트다. 다른 '겨울 나그네'와 어떤 차별점을 기대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연광철은 "가곡 무대를 많이 서는 성악가들이 시에서 영감을 얻을 때 나는 극적인 요소에 집중할 수 있다"며 "오페라 가수로서 성악적인 테크닉과 색다른 해석을 보여줄 것"이라고 대답했다. 공연은 12월 4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