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투자의 달인' 버핏, 현금 비중 늘리는 이유…"너무 높은 美 증시 밸류에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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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미국 중앙은행(Fed)은 정책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과 함께 금리인하 사이클이 시작됐다고 공식화했다. 하지만 Fed의 금리인하에도 미 국채금리는 전반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Fed의 금리인하 시점에 3.6%를 찍은 후 반등하여 이번 주에는 4.4% 언저리까지 급등했다.
시장금리가 전반적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9월 비농업부문 취업자수가 예상을 휠씬 뛰어넘는 25만4000명으로 발표되고 이에 더해 좀 실망스러웠던 7월과 8월의 취업자수 잠정치도 11만4000명과 14만2000명 수준으로 같이 상향 조정되면서다. 지난 여름 천천히 가라앉는 것처럼 보이던 고용시장은 오히려 '소프트패치(경기가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상황)'를 지나 재상승세로 돌아서는 듯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과도하게 반영된 Fed 금리인하 전망 금리 인하기 시장금리가 반등한 것은 기술적으로 채권시장이 Fed의 금리인하 전망을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금리에 민감한 국채 2년물 금리와 실제 정책금리와의 차이를 보면 9월 Fed의 금리인하 시점에 시장이 과도한 금리인하 전망을 반영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10월 취업자 수가 허리케인과 보잉 파업의 여파를 고려하더라도 예상보다 낮은 1만2000명으로 발표됐다. 더욱이 그전 두 달의 취업자 수가 11만2000명이나 하향 조정됐음에도 시장금리는 거의 영향받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갔다.
10월 고용지표가 왜곡됐을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세부내용은 경기에 대한 상당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 민간부문의 취업자 수는 오히려 감소했고, 취업자 수의 증가는 대부분 정부 부문이 주도했단 것이다. 뒤이어 발표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도 역시 경기위축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10월 고용지표는 시장금리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채권시장은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허리케인 및 파업의 영향에도 전혀 상승하지 않아 고용시장이 아직도 탄탄히 버티고 있단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또 3분기 고용지표가 지속적 약세를 보이면서 9월 Fed 금리인하 시점까지 금리하락에 과도하게 쏠렸던 투자자들의 포지션이 해소되는 과정으로도 분석된다.
최근의 금리 상승세는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과도한 쏠림 현상이 해소되는 과정 이상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대선 결과와 상관 없이 미국 정부의 늘어만 가는 재정적자와 부채 그리고 인플레이션 재상승에 대한 우려가 시장금리를 지속적으로 상승시키는 요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너무 잘 나가는 미국경제의 이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첫번째 물가 상승세가 일단 고점에서 꺾이고 나서 하락세를 보이다 재차 급등했던 양상을 보였던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재의 미국경제 상황이 Fed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까지 하락할 수 있을지 여부다.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적으로 잠재 성장률을 휠씬 초과하고 있다. 유럽과 중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서 허우적거리는 사이 미국 경제는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들은 실적 성장을 거듭하며 미국의 주가지수들은 연이어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만 잘나간다는 '미국 예외주의(US Exceptionalism)'가 시장심리를 지배하는 것이다. 미국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초과하는 성장세를 지속하는 것은 두 가지 요인을 지목할 수 있다. 긍정적 요인으로는 노동 생산성 향상이 있다.
팬데믹 이후 미국의 노동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올 1분기 전년 동기보다 2.9% 올랐다. 2분기엔 2.7%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금융위기 이후 2%에 못 미치던 생산성 증가율이 한 단계 상승한 것이다. 생산성 향상은 현재의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초과하고 있음에도 인플레이션이 하락세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의 근거가 된다.
다만 생산성 향상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거대 IT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인공지능(AI) 관련 투자가 단기간에 생산성 향상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는 대단히 회의적이다.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는 급격한 성장은 결국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없으며,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경제 성장을 주도했던 노동 생산성 증가 미국경제가 질주하고 있는 이면에는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엄청난 재정지출과 재정적자가 자리잡고 있다. 다시 말해서 '재정지출 쇼크(Fiscal Shock)'의 영향이 지속된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팬데믹으로 촉발된 경기침체가 회복세로 접어들었음에도 미국정부의 재정지출은 지속적으로 늘어 재정적자 규모는 GDP의 6%를 초과하고 있으며 국가부채는 GDP의 120%를 넘어서고 있다. 매 100일마다 미국정부의 부채는 1조달러씩 증가하고 있다.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인플레이션만 급등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경기부양을 통한 완전고용을 실현하기 위해 얼마든지 화폐를 발행해도 된다는 '현대통화이론(Modern Monetary Theory)'의 실제 적용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국채 발행 규모는 올 10월까지 작년 동기 대비 33.4%가 늘어났으며, 특히 단기채권의 발행이 급증했다.
재정적자의 확대는 Fed의 양적긴축과는 반대되는 효과를 나타내는 양적완화의 효과를 가지게 된다. 총수요를 끌어올려 성장률을 높이게 된다. 하지만 총수요의 증가는 결국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해 고금리 국면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엄청난 재정적자가 끌어올린 성장률 이미 잠재성장률을 넘어 질주하고 있는 미국 경제에 트럼프 정권 2기의 경제 정책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들어설 정권은 우선 올해로 만료 예정인 2017년 감세정책을 연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업 법인세를 공약대로 인하하려 할 것이다.
공화당이 상원에 이어 하원까지 장악하면서 대선 공약대로 감세정책은 적극성을 띨 것이다. 적극적인 감세정책은 재정적자를 더욱 확대할 수 밖에 없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가 트럼프 정권의 감세정책으로 향후 4년간 약 7조 달러 정도까지(미국 GDP의 25% 규모) 증가할 것으로 평가한다.
트럼프 재집권을 법인세 감면과 이에 따른 기업실적 증가로 연결시켰던 주식시장은 선거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하지만 감세와 재정적자의 확대는 이미 잠재성장률을 넘어서고 있는 미국경제에 상당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트럼프 2.0, 감세와 관세
감세정책에 의한 재정적자 확대를 트럼프 정권은 관세 인상으로 일부 상쇄하려 할 것이다. 대선공약에선 중국산에 대한 60% 관세와 기타국가들에 대한 10% 관세를 약속하고 있으나 실제 중국산에 대한 관세는 20% 수준에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인상은 일종의 재정긴축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나 트럼프 정권 1기 관세인상으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은 대부분 소비자에게 전가되었음을 고려할 때 적어도 일시적인 물가수준의 급등이 불가피할 것이다.
관세인상으로 인한 물가수준의 상승은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나타날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개인소비지출 근원 물가상승율이 0.3%~0.4%포인트에서 최대 1%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또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이민자 수 제한과 불법이민자의 대규모 추방이 일어난다면 노동력 공급이 감소하면서 임금상승률이 재상승하고 결국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고금리와 강달러
인플레이션 재상승에 대한 우려는 미국 대선결과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전반적인 시장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장기 금리가 오르고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졌다. 시장은 Fed의 금리인하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하고 있으며 더욱 커질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이 상승하는 현상이다. 기간 프리미엄은 쉽게 말해 10년 만기 국채 금리와 1년 만기 국채를 매년 재투자해서 10년을 보유할 때의 수익률과의 차이를 나타낸다.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질수록 커지는 경향이 있다. 기간 프리미엄의 상승은 결국 미국 재정적자 규모 확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정권 2기의 정책적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Fed를 매우 곤란한 입장에 빠뜨리고 있다. 여기에 허리케인과 파업의 효과로 인해 지난 달 고용지표의 신뢰도가 떨어지며 금리정책 입안이 더욱 어려워졌다.
Fed는 당분간 표면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의 점진적 하향세를 강조하면서 고용시장의 안정을 최우선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금리인하 기조를 고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감세와 관세 정책이 좀더 구체화되면 Fed는 금리인하에 대해 휠씬 조심스러운 입장이 될 것이다.
장기 금리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재무성의 채권발행 규모에 의해서도 영향받을 수 있다. 결국 채권 발행 물량의 증가는 금리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지난 2년 동안 옐렌 재무장관은 1년 미만의 단기채권을 집중적으로 발행해 Fed의 양적긴축에도 시장의 장기금리가 오르지 않도록 했단 점이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 새로운 재무장관은 이러한 국채 발행 기간 구조의 불균형을 해소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80년대 카터 정권이 레이건 정권으로 이양되면서 레이건 정권은 전 정권 탓으로 돌리며 기간구조의 불균형을 집권초기 적극 해소하기도 했다.
만약 이러한 시나리오가 실제로 벌어진다면 장기 국채 발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장기금리가 다시 5%에 접근할 것으로 분석된다. 주식, 채권을 포함한 위험자산의 가치에 지대한 영향으로 미칠 것이다.
최근 장기 금리의 상승은 즉각적으로 달러화 강세로 이어졌다. 또 내년부터 구체화될 관세부과는 결국 중국과 유럽 경제에 대한 타격으로 나타날 것이다. 중국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수출 부문에 대한 타격을 상쇄하려 할 것이며,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인하 속도를 높일 것이다. 일본은행(BOJ)은 반대로 금리차 확대로 엔화약세가 촉발되면서 금리인상 시기를 앞당겨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다.
트럼프 정권의 관세는 중국과 유럽뿐 아니라 자동차 섹터를 직접 겨냥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수출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출경기 둔화가 불가피해보이는 반면 미국의 고금리와 달러 강세로 인한 원화 약세로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경기부진에도 금리인하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
.
아직 버티는 주식 밸류에이션
위험자산 가치평가의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9월 이후 이미 0.6%포인트 이상 오르면서 과거 변동 폭의 +2 표준편차 값 이상으로 급등하는 매우 이례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금리의 급등에도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12개월 예상 순익 대비 P/E 배수를 20배 중반까지 밀어 올렸다. 미국 국채금리는 기업의 미래 예상 현금 창출을 현재가격으로 할인해 주식의 공정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밸류에이션 강의에서 할인율에 따른 공정가치의 변화에 관해 상당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국채금리 급등에도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는 전혀 영향받지 않는 현상을 지속하고 있다. 국채금리의 상승에도 주가지수가 상승하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소위 위험자산인 주식에 투자할 때 얻는 리스크 프리미엄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현재 2% 미만으로 평가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IT버블 시기 이래 현재의 주식 리스크 프리미엄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좀더 장기적 안목에서 현재의 주식 밸류에이션을 평가하는 데에는 미국 예일대 경제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교수의 경기변동성을 조정한 주식의 채권 대비 초과 수익률 (Excess CAPE Yield)이 유용하다. 쉴러 교수의 초과 주식 수익률은 과거 변동폭의 하단에 접근하고 있어 주식의 투자 매력도가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현재 수준의 밸류에이션에서 미국 주식에 투자했을 때 예상되는 10년 수익률은 크게 실망스러울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결론이다.
너무 높은 미국 주식 밸류에이션 물론,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큰 이정표가 되진 못한다. 하지만 고금리 국면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주식의 밸류에이션 변동이 금융위기 이전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증시의 대형 기술주 7개 종목인 '매그니피센트 7'을 중심으로 지금도 영업이익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실적은 계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관련 투자는 엄청난 부가가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현재의 높은 주식 밸류에이션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밸류에이션과 기업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곧 실망의 가능성도 크고, 주가 조정의 확률이 높단 의미도 지니고 있다. 장기적 투자의 관점에서 지금 당장은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미국 주식의 상승세는 별로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현금 비중을 계속 늘리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임태섭 경영학 박사·성균관대 GSB MBA과정 교수
지난 9월 미국 중앙은행(Fed)은 정책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과 함께 금리인하 사이클이 시작됐다고 공식화했다. 하지만 Fed의 금리인하에도 미 국채금리는 전반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Fed의 금리인하 시점에 3.6%를 찍은 후 반등하여 이번 주에는 4.4% 언저리까지 급등했다.
시장금리가 전반적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9월 비농업부문 취업자수가 예상을 휠씬 뛰어넘는 25만4000명으로 발표되고 이에 더해 좀 실망스러웠던 7월과 8월의 취업자수 잠정치도 11만4000명과 14만2000명 수준으로 같이 상향 조정되면서다. 지난 여름 천천히 가라앉는 것처럼 보이던 고용시장은 오히려 '소프트패치(경기가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상황)'를 지나 재상승세로 돌아서는 듯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과도하게 반영된 Fed 금리인하 전망 금리 인하기 시장금리가 반등한 것은 기술적으로 채권시장이 Fed의 금리인하 전망을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금리에 민감한 국채 2년물 금리와 실제 정책금리와의 차이를 보면 9월 Fed의 금리인하 시점에 시장이 과도한 금리인하 전망을 반영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10월 취업자 수가 허리케인과 보잉 파업의 여파를 고려하더라도 예상보다 낮은 1만2000명으로 발표됐다. 더욱이 그전 두 달의 취업자 수가 11만2000명이나 하향 조정됐음에도 시장금리는 거의 영향받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갔다.
10월 고용지표가 왜곡됐을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세부내용은 경기에 대한 상당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 민간부문의 취업자 수는 오히려 감소했고, 취업자 수의 증가는 대부분 정부 부문이 주도했단 것이다. 뒤이어 발표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도 역시 경기위축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10월 고용지표는 시장금리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채권시장은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허리케인 및 파업의 영향에도 전혀 상승하지 않아 고용시장이 아직도 탄탄히 버티고 있단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또 3분기 고용지표가 지속적 약세를 보이면서 9월 Fed 금리인하 시점까지 금리하락에 과도하게 쏠렸던 투자자들의 포지션이 해소되는 과정으로도 분석된다.
최근의 금리 상승세는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과도한 쏠림 현상이 해소되는 과정 이상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대선 결과와 상관 없이 미국 정부의 늘어만 가는 재정적자와 부채 그리고 인플레이션 재상승에 대한 우려가 시장금리를 지속적으로 상승시키는 요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너무 잘 나가는 미국경제의 이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첫번째 물가 상승세가 일단 고점에서 꺾이고 나서 하락세를 보이다 재차 급등했던 양상을 보였던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재의 미국경제 상황이 Fed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까지 하락할 수 있을지 여부다.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적으로 잠재 성장률을 휠씬 초과하고 있다. 유럽과 중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서 허우적거리는 사이 미국 경제는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들은 실적 성장을 거듭하며 미국의 주가지수들은 연이어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만 잘나간다는 '미국 예외주의(US Exceptionalism)'가 시장심리를 지배하는 것이다. 미국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초과하는 성장세를 지속하는 것은 두 가지 요인을 지목할 수 있다. 긍정적 요인으로는 노동 생산성 향상이 있다.
팬데믹 이후 미국의 노동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올 1분기 전년 동기보다 2.9% 올랐다. 2분기엔 2.7%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금융위기 이후 2%에 못 미치던 생산성 증가율이 한 단계 상승한 것이다. 생산성 향상은 현재의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초과하고 있음에도 인플레이션이 하락세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의 근거가 된다.
다만 생산성 향상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거대 IT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인공지능(AI) 관련 투자가 단기간에 생산성 향상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는 대단히 회의적이다.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는 급격한 성장은 결국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없으며,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경제 성장을 주도했던 노동 생산성 증가 미국경제가 질주하고 있는 이면에는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엄청난 재정지출과 재정적자가 자리잡고 있다. 다시 말해서 '재정지출 쇼크(Fiscal Shock)'의 영향이 지속된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팬데믹으로 촉발된 경기침체가 회복세로 접어들었음에도 미국정부의 재정지출은 지속적으로 늘어 재정적자 규모는 GDP의 6%를 초과하고 있으며 국가부채는 GDP의 120%를 넘어서고 있다. 매 100일마다 미국정부의 부채는 1조달러씩 증가하고 있다.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인플레이션만 급등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경기부양을 통한 완전고용을 실현하기 위해 얼마든지 화폐를 발행해도 된다는 '현대통화이론(Modern Monetary Theory)'의 실제 적용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국채 발행 규모는 올 10월까지 작년 동기 대비 33.4%가 늘어났으며, 특히 단기채권의 발행이 급증했다.
재정적자의 확대는 Fed의 양적긴축과는 반대되는 효과를 나타내는 양적완화의 효과를 가지게 된다. 총수요를 끌어올려 성장률을 높이게 된다. 하지만 총수요의 증가는 결국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해 고금리 국면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엄청난 재정적자가 끌어올린 성장률 이미 잠재성장률을 넘어 질주하고 있는 미국 경제에 트럼프 정권 2기의 경제 정책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들어설 정권은 우선 올해로 만료 예정인 2017년 감세정책을 연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업 법인세를 공약대로 인하하려 할 것이다.
공화당이 상원에 이어 하원까지 장악하면서 대선 공약대로 감세정책은 적극성을 띨 것이다. 적극적인 감세정책은 재정적자를 더욱 확대할 수 밖에 없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가 트럼프 정권의 감세정책으로 향후 4년간 약 7조 달러 정도까지(미국 GDP의 25% 규모) 증가할 것으로 평가한다.
트럼프 재집권을 법인세 감면과 이에 따른 기업실적 증가로 연결시켰던 주식시장은 선거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하지만 감세와 재정적자의 확대는 이미 잠재성장률을 넘어서고 있는 미국경제에 상당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트럼프 2.0, 감세와 관세
감세정책에 의한 재정적자 확대를 트럼프 정권은 관세 인상으로 일부 상쇄하려 할 것이다. 대선공약에선 중국산에 대한 60% 관세와 기타국가들에 대한 10% 관세를 약속하고 있으나 실제 중국산에 대한 관세는 20% 수준에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인상은 일종의 재정긴축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나 트럼프 정권 1기 관세인상으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은 대부분 소비자에게 전가되었음을 고려할 때 적어도 일시적인 물가수준의 급등이 불가피할 것이다.
관세인상으로 인한 물가수준의 상승은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나타날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개인소비지출 근원 물가상승율이 0.3%~0.4%포인트에서 최대 1%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또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이민자 수 제한과 불법이민자의 대규모 추방이 일어난다면 노동력 공급이 감소하면서 임금상승률이 재상승하고 결국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고금리와 강달러
인플레이션 재상승에 대한 우려는 미국 대선결과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전반적인 시장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장기 금리가 오르고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졌다. 시장은 Fed의 금리인하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하고 있으며 더욱 커질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이 상승하는 현상이다. 기간 프리미엄은 쉽게 말해 10년 만기 국채 금리와 1년 만기 국채를 매년 재투자해서 10년을 보유할 때의 수익률과의 차이를 나타낸다.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질수록 커지는 경향이 있다. 기간 프리미엄의 상승은 결국 미국 재정적자 규모 확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정권 2기의 정책적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Fed를 매우 곤란한 입장에 빠뜨리고 있다. 여기에 허리케인과 파업의 효과로 인해 지난 달 고용지표의 신뢰도가 떨어지며 금리정책 입안이 더욱 어려워졌다.
Fed는 당분간 표면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의 점진적 하향세를 강조하면서 고용시장의 안정을 최우선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금리인하 기조를 고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감세와 관세 정책이 좀더 구체화되면 Fed는 금리인하에 대해 휠씬 조심스러운 입장이 될 것이다.
장기 금리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재무성의 채권발행 규모에 의해서도 영향받을 수 있다. 결국 채권 발행 물량의 증가는 금리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지난 2년 동안 옐렌 재무장관은 1년 미만의 단기채권을 집중적으로 발행해 Fed의 양적긴축에도 시장의 장기금리가 오르지 않도록 했단 점이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 새로운 재무장관은 이러한 국채 발행 기간 구조의 불균형을 해소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80년대 카터 정권이 레이건 정권으로 이양되면서 레이건 정권은 전 정권 탓으로 돌리며 기간구조의 불균형을 집권초기 적극 해소하기도 했다.
만약 이러한 시나리오가 실제로 벌어진다면 장기 국채 발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장기금리가 다시 5%에 접근할 것으로 분석된다. 주식, 채권을 포함한 위험자산의 가치에 지대한 영향으로 미칠 것이다.
최근 장기 금리의 상승은 즉각적으로 달러화 강세로 이어졌다. 또 내년부터 구체화될 관세부과는 결국 중국과 유럽 경제에 대한 타격으로 나타날 것이다. 중국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수출 부문에 대한 타격을 상쇄하려 할 것이며,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인하 속도를 높일 것이다. 일본은행(BOJ)은 반대로 금리차 확대로 엔화약세가 촉발되면서 금리인상 시기를 앞당겨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다.
트럼프 정권의 관세는 중국과 유럽뿐 아니라 자동차 섹터를 직접 겨냥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수출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출경기 둔화가 불가피해보이는 반면 미국의 고금리와 달러 강세로 인한 원화 약세로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경기부진에도 금리인하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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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버티는 주식 밸류에이션
위험자산 가치평가의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9월 이후 이미 0.6%포인트 이상 오르면서 과거 변동 폭의 +2 표준편차 값 이상으로 급등하는 매우 이례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금리의 급등에도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12개월 예상 순익 대비 P/E 배수를 20배 중반까지 밀어 올렸다. 미국 국채금리는 기업의 미래 예상 현금 창출을 현재가격으로 할인해 주식의 공정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밸류에이션 강의에서 할인율에 따른 공정가치의 변화에 관해 상당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국채금리 급등에도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는 전혀 영향받지 않는 현상을 지속하고 있다. 국채금리의 상승에도 주가지수가 상승하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소위 위험자산인 주식에 투자할 때 얻는 리스크 프리미엄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현재 2% 미만으로 평가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IT버블 시기 이래 현재의 주식 리스크 프리미엄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좀더 장기적 안목에서 현재의 주식 밸류에이션을 평가하는 데에는 미국 예일대 경제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교수의 경기변동성을 조정한 주식의 채권 대비 초과 수익률 (Excess CAPE Yield)이 유용하다. 쉴러 교수의 초과 주식 수익률은 과거 변동폭의 하단에 접근하고 있어 주식의 투자 매력도가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현재 수준의 밸류에이션에서 미국 주식에 투자했을 때 예상되는 10년 수익률은 크게 실망스러울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결론이다.
너무 높은 미국 주식 밸류에이션 물론,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큰 이정표가 되진 못한다. 하지만 고금리 국면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주식의 밸류에이션 변동이 금융위기 이전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증시의 대형 기술주 7개 종목인 '매그니피센트 7'을 중심으로 지금도 영업이익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실적은 계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관련 투자는 엄청난 부가가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현재의 높은 주식 밸류에이션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밸류에이션과 기업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곧 실망의 가능성도 크고, 주가 조정의 확률이 높단 의미도 지니고 있다. 장기적 투자의 관점에서 지금 당장은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미국 주식의 상승세는 별로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현금 비중을 계속 늘리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