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4년 전 타다금지법 빼닮은 '닥터나우 금지법'
국회가 다시 한번 스타트업에 ‘불법’ 딱지를 붙이고 있다. 스타트업의 사업 확장을 이렇다 할 근거도 없이 가로막고 나서면서 4년 전 타다금지법의 전철을 고스란히 되풀이하고 있어서다.

헬스케어업계에 논란을 일으킨 것은 지난 13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닥터나우 방지법’이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사업자가 약 도매상을 운영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안이다.

국내 1위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 닥터나우가 올 3월 의약품 도매상 비진약품을 설립한 게 계기다. 닥터나우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서 처방받은 환자들의 ‘약국 뺑뺑이’를 줄여주자는 취지에서 비진약품을 세웠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서 처방받은 약을 보유하지 않은 동네 약국이 있다 보니 환자들이 한두 시간 넘게 동네 약국을 뒤지는 일이 빚어지고 있는 현실 때문이었다. 의사는 약 성분을 처방하는 게 아니라 약 제품을 처방한다. 똑같은 성분이라도 약 제품명이 다르면 약국에서 조제해줄 수 없다.

닥터나우는 약국의 재고를 파악해 제때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도매상을 직접 차렸다. 비대면 진료와 관련한 수많은 규제 틈바구니에서 그나마 어렵게 찾아낸 사업 모델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발의로 약 도매사업은 좌초 위기를 맞았다. 김 의원 측은 플랫폼업체가 도매상 사업을 영위하고 제휴 약국을 운영하면 ‘신종 리베이트 구조’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플랫폼 업체가 병의원과 약국에 특정 제약사의 제품을 처방 및 판매하라고 강요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부당 행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금지하는 건 상식 밖의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플랫폼 업체가 의사와 약사에게 을이다.

정부도 플랫폼 업체의 약 도매사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플랫폼업계가 약국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것을 불공정거래라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놨다. 그럼에도 김 의원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4년 전 국회에서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렌터카를 활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에 대한 탄압이었다. 택시기사들은 타다를 불법이라며 고발했고 정치권은 이에 동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법원은 불법 서비스가 아니라고 결론냈다. 그사이 발의된 타다 금지법 때문에 타다는 서비스를 중단했다.

닥터나우 등 비대면 진료 업체들은 규제의 덫에 갇혀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약품 도매마저 막히면 업계는 수익화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타다처럼 없어지고 말지도 모른다. 결국엔 환자들이 누려온 편익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