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초대형 냉방기 ‘칠러’를 중심으로 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서 올해 글로벌 5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차별화된 기술력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냉난방공조 진출 7년만에…LG전자, 세계 톱5 올라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HVAC 시장에서 세계 5위를 차지했다. 2017년 HVAC 사업을 본격화한 지 7년여 만에 거둔 성과다. 올해 LG전자 점유율은 2017년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1위인 존슨컨트롤스(아일랜드)를 중심으로 트레인(미국) 다이킨(일본) 캐리어(미국) 등 전통 강자들이 주도해온 이 시장에서 LG전자가 단기간에 점유율을 끌어올린 것이다.

LG전자가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운 건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외부 공기로 시원한 바람을 만드는 대용량 공랭식 칠러 판매가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공랭식 칠러는 최근 수요가 늘어난 AI 데이터센터에서 물 사용량이 많은 수랭식 칠러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LG전자 제품의 특징은 ‘무급유 자기(磁氣) 베어링’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2017년 LG전자가 최초로 독자 개발해 양산을 시작했다. 이 기술을 적용한 대용량 공랭식 칠러는 전 세계 기업 중 LG전자가 유일하다. 경쟁사들이 소용량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사이 LG전자는 일찌감치 대용량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칠러 내부에서 고속으로 돌아가는 압축기 모터의 회전축을 전자기력으로 공중에 띄워 지탱하며 회전시킬 수 있다. 자기 베어링 기술의 원리는 열차와 레일 사이를 전자기력에 의한 반발력으로 띄워서 이동하는 자기부상열차와 비슷하다. 오일(윤활유)로 회전축을 지지하는 경쟁사의 베어링 방식보다 소음과 에너지 손실이 적고,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칠러 한 대로 최대 9만9000㎡에 달하는 공간을 냉방할 수 있다”며 “데이터센터와 대형 건물은 공간, 에너지 효율성 등 모든 부문에서 대용량 제품이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앞으로 칠러 수요 확대에 맞춰 글로벌 냉각 시스템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bis월드에 따르면 2023년 584억달러였던 글로벌 HVAC 시장 규모는 2028년 61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