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침체와 온라인 쇼핑의 공세로 국내 주요 대형마트 실적이 ‘역성장’ 중인 가운데 회원제 할인점 코스트코가 최근 1년 새 매출을 4600억원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로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코스트코의 상품 및 가격 경쟁력이 지속적인 실적 호조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점포수 그대로인데 매출 급증

대형마트 역성장하는데…매출 4600억 늘린 코스트코
19일 한국 코스트코(코스트코코리아)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4회계연도(2023년 9월~2024년 8월)에 6조53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전년 대비 7.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5.8% 늘어난 2185억원에 달했다.

코스트코코리아의 호실적은 국내 대형마트가 일제히 매출, 영업이익 감소를 겪는 가운데 나온 것과 대비된다. 마트 1위 이마트는 올 들어 3분기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한 8조8642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도 668억원으로 8.6% 줄었다.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와 2.4% 감소한 4조1101억원과 717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트코는 점포당 경쟁력도 압도적이다. 매장당 평균 매출이 3436억원에 달했다. 국내 대형마트의 4~5배 수준이다. 국내 19개 매장을 운영하는 코스트코코리아는 111개 매장을 보유한 롯데마트 매출(지난해 기준 5조5898억원)을 1조원가량 앞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스트코와 같은 상권에 있는 대형마트는 실적이 더 좋지 않다”며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식품에 주력해 매장을 대거 리뉴얼하는 이유도 코스트코와 비슷한 상품 구색으로는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낮은 상품 마진 멤버십으로 만회

코스트코코리아의 지속 성장 비결은 가격이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일본 등 전 세계 891개 매장을 보유한 코스트코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박리다매’ 전략을 쓴다. 팔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한 뒤 저렴하게 내놓는다. 이를 위해 매장당 상품 수를 4000여 개로 제한한다. 일반 대형마트의 10분의 1 수준이다. 상품 수가 적으면 박리다매 효과가 극대화된다. 상품 마진도 최대한 낮게 책정한다. 코스트코코리아의 상품 마진율은 15.1%에 불과했다. 이마트는 26.9%다.

마진을 적게 책정했음에도 코스트코코리아가 대규모 이익을 낸 것은 멤버십 비용을 별도로 받고 있어서다. 한국의 경우 기본 멤버십이 연간 3만8500원, 프리미엄 멤버십은 8만원에 이른다. 코스트코 미국 본사는 연간 영업이익의 절반이 넘는 48억2800만달러(약 6조7500억원)를 2024회계연도에 멤버십으로 벌어들였다.

온라인 부문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코스트코의 온라인 매출 증가율은 16.2%에 이르렀다. 회원만 구매할 수 있고 오프라인 매장 대비 가격도 다소 높지만, 멤버십 회원 상당수는 온라인 쇼핑을 선호한다. 한국에서도 일부 상품을 ‘당일배송’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온라인 시장을 공략 중이다.

○“실적 성장세 당분간 이어질 듯”

코스트코의 실적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성비 쇼핑’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트코 전체 매출은 2024회계연도에 2496억달러(약 349조원)로 전년 대비 5.9% 증가했다.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일본 등 모든 지역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증권업계에선 코스트코가 멤버십 연회비를 지난 9월부터 인상했음에도 매출 성장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코스트코 매출은 9월에 전년 동기 대비 6.7%, 10월 5.1% 증가했다. 연회비를 올린 것 이상의 가격 혜택을 소비자들이 보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코스트코 주가도 연일 신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코스트코 주가는 18일(현지시간) 1.37% 오른 919.5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1년 새 주가가 58.3% 상승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