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열린 송현동 부지서 이건희 컬렉션 제대로 보여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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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인터뷰
'송현동 국립문화시설' 설계 공모 당선 - 박종대·김진화 제제합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
올해 설립된 신생 건축사무소
심사위원 만장일치 당선 '화제'
기증품은 '한국 예술 그 자체'
과거·현재가 공존할 공간 통해
지워졌던 시간의 회복 의미 담아
인왕제색도 전시관 바로 위에
인왕산 전경 비교할 전망대 마련
함께 일하며 서로 시너지 효과
설계 완벽한 현실화 노력할 때
'송현동 국립문화시설' 설계 공모 당선 - 박종대·김진화 제제합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
올해 설립된 신생 건축사무소
심사위원 만장일치 당선 '화제'
기증품은 '한국 예술 그 자체'
과거·현재가 공존할 공간 통해
지워졌던 시간의 회복 의미 담아
인왕제색도 전시관 바로 위에
인왕산 전경 비교할 전망대 마련
함께 일하며 서로 시너지 효과
설계 완벽한 현실화 노력할 때
“국보급 유물을 지난 100년간 우리 땅이 아니었던 서울 송현동에 잘 보관하고 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소장했던 미술품과 문화재 등을 전시할 ‘송현동 국립문화시설’(가칭)의 밑그림이 최근 공개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건축가협회가 연 국제설계공모에 총 67개 팀이 참여했다. 올해 설립된 신생 건축사사무소가 지난달 25일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당선돼 화제를 모았다. 박종대(48)·김진화(40) 공동대표가 이끄는 제제합건축사사무소가 출품한 ‘시간의 회복’이 주인공이다. 박·김 공동대표는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송현동 부지는 우리 국민이 100년간 한 번도 써보지 못한 땅”이라며 “이젠 우리 땅이라는 일종의 도장 찍기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종로구 송현동은 100여 년 전 조선총독부 건물이 들어섰던 곳이다. 해방 후엔 주한미국대사관 직원의 숙소로 활용됐다. 두 대표는 100년 만에 국민 품으로 돌아온 소중한 부지인 만큼 건축으로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두 대표는 그래서 송현동 국립문화시설을 전통 건축에서 볼 수 있는 중정(건물 사이 마당)형 구조로 배치했다. 3개 건물에 상설전시공간 5곳과 특별전시공간 1곳을 넣었다. 위에서 바라볼 땐 정사각형 도장이 찍힌 것 같은 모습이다. 중정형 구조를 통해 관람객이 전시실 사이를 이동하면서 열린 공간으로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전시관 외벽은 검게 그을린 소나무로 장식된다. 내부도 소나무가 있는 중정이 관람객을 반긴다. 하얀 시멘트 외벽으로 마감한 일반적인 전시관과 다른 모습이다. 어두웠던 송현동의 역사를 보여주면서도 한국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소재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국산 소나무 탄화목을 사용해 ‘소나무 언덕’이라는 송현(松峴)의 의미를 살리면서 우리 역사에서 지워졌던 시간을 회복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전시관 내부엔 이건희 회장이 생전 수집한 문화재가 보관될 예정이다. 문체부는 ‘이건희 컬렉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국민과 공유하기 위해 송현동 국립문화시설 건립을 추진했다. 전시관은 내년 12월 착공해 2028년 개관하는 게 목표다.
두 대표는 국보급 귀중품을 가장 안전하게 보관할 수장고 역할을 중시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설계를 구상하기 전 기증품 목록을 살펴보고 놀랐다”며 “청동기 시대부터 현재까지 우리 예술을 집대성한 ‘한국 예술 그 자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김 대표도 “문화재 보존이라는 기능에 집중해 열린 공간보다는 닫힌 설계에 집중했다”며 “기증품이 현재와 공존할 수 있는 공간 설계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공모에선 2만 개 넘는 기증품 중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만을 위한 특별전시관 설계가 주요 조건으로 제시됐다. 제제합건축사사무소가 인왕제색도 전시관 바로 위에 전망대를 설계해 과거와 현재의 인왕산 전경을 한 공간에서 비교할 수 있도록 한 게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는 “관람객이 전시관에서 인왕제색도를 본 뒤 바로 옥상으로 올라가 지금의 인왕산을 살피며 시간의 차이를 메꾸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며 “전시관 사이사이에 경복궁, 북악산 등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제합건축사사무소는 두 대표가 지난 2월 합심해 세웠다. 설립된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신생 설계사무소가 국내 초대형 프로젝트에 당선돼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박 대표는 인하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바틀릿)에서 건축학 석사를 마쳤다. 1984년생인 김 대표는 경북대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일한 두 대표는 “함께 일하면서 마음이 맞는 파트너를 찾자 독립하겠다는 결심이 섰다”고 했다. 두 사람은 잠수교 국제설계공모와 서울 시립도서관 건립 국제설계공모 등에서 상을 받았다.
서울시에서 건축가의 도전을 장려하기 위해 개인 자격으로 출품을 허용한 게 박·김 대표가 공모전에 참여한 배경이다. “함께 만든 작품이 공모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두 대표는 서로를 향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가진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김 대표의 장점인 감각적인 부분과 내가 잘할 수 있는 서사적인 부분이 합쳐져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김 대표 역시 “함께 일하며 둘의 서로 다른 부분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형 건축사사무소에서 독립해 자신만의 작품을 내놓으면서 위기도 겪었다. 자신 있던 소규모 공모에서 탈락했을 땐 퇴사를 말린 지인이 생각나기도 했단다. 김 대표는 “순수한 마음으로 공모에 도전하고 있지만, 작품이 최종 심사에도 들지 못할 땐 ‘우리 시각이 틀린 것인가’라는 위기감도 있었다”며 “지금은 우리 작품이 인정받은 만큼 설계를 완벽하게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할 때인 것 같다”고 했다.
두 대표는 송현동 국립문화시설을 시작으로 서로의 가능성을 계속 찾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설계 철학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다”며 “큰 기회를 얻은 만큼 10년 뒤 우리의 철학을 당당하게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소장했던 미술품과 문화재 등을 전시할 ‘송현동 국립문화시설’(가칭)의 밑그림이 최근 공개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건축가협회가 연 국제설계공모에 총 67개 팀이 참여했다. 올해 설립된 신생 건축사사무소가 지난달 25일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당선돼 화제를 모았다. 박종대(48)·김진화(40) 공동대표가 이끄는 제제합건축사사무소가 출품한 ‘시간의 회복’이 주인공이다. 박·김 공동대표는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송현동 부지는 우리 국민이 100년간 한 번도 써보지 못한 땅”이라며 “이젠 우리 땅이라는 일종의 도장 찍기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종로구 송현동은 100여 년 전 조선총독부 건물이 들어섰던 곳이다. 해방 후엔 주한미국대사관 직원의 숙소로 활용됐다. 두 대표는 100년 만에 국민 품으로 돌아온 소중한 부지인 만큼 건축으로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두 대표는 그래서 송현동 국립문화시설을 전통 건축에서 볼 수 있는 중정(건물 사이 마당)형 구조로 배치했다. 3개 건물에 상설전시공간 5곳과 특별전시공간 1곳을 넣었다. 위에서 바라볼 땐 정사각형 도장이 찍힌 것 같은 모습이다. 중정형 구조를 통해 관람객이 전시실 사이를 이동하면서 열린 공간으로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전시관 외벽은 검게 그을린 소나무로 장식된다. 내부도 소나무가 있는 중정이 관람객을 반긴다. 하얀 시멘트 외벽으로 마감한 일반적인 전시관과 다른 모습이다. 어두웠던 송현동의 역사를 보여주면서도 한국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소재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국산 소나무 탄화목을 사용해 ‘소나무 언덕’이라는 송현(松峴)의 의미를 살리면서 우리 역사에서 지워졌던 시간을 회복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전시관 내부엔 이건희 회장이 생전 수집한 문화재가 보관될 예정이다. 문체부는 ‘이건희 컬렉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국민과 공유하기 위해 송현동 국립문화시설 건립을 추진했다. 전시관은 내년 12월 착공해 2028년 개관하는 게 목표다.
두 대표는 국보급 귀중품을 가장 안전하게 보관할 수장고 역할을 중시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설계를 구상하기 전 기증품 목록을 살펴보고 놀랐다”며 “청동기 시대부터 현재까지 우리 예술을 집대성한 ‘한국 예술 그 자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김 대표도 “문화재 보존이라는 기능에 집중해 열린 공간보다는 닫힌 설계에 집중했다”며 “기증품이 현재와 공존할 수 있는 공간 설계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공모에선 2만 개 넘는 기증품 중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만을 위한 특별전시관 설계가 주요 조건으로 제시됐다. 제제합건축사사무소가 인왕제색도 전시관 바로 위에 전망대를 설계해 과거와 현재의 인왕산 전경을 한 공간에서 비교할 수 있도록 한 게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는 “관람객이 전시관에서 인왕제색도를 본 뒤 바로 옥상으로 올라가 지금의 인왕산을 살피며 시간의 차이를 메꾸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며 “전시관 사이사이에 경복궁, 북악산 등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제합건축사사무소는 두 대표가 지난 2월 합심해 세웠다. 설립된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신생 설계사무소가 국내 초대형 프로젝트에 당선돼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박 대표는 인하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바틀릿)에서 건축학 석사를 마쳤다. 1984년생인 김 대표는 경북대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일한 두 대표는 “함께 일하면서 마음이 맞는 파트너를 찾자 독립하겠다는 결심이 섰다”고 했다. 두 사람은 잠수교 국제설계공모와 서울 시립도서관 건립 국제설계공모 등에서 상을 받았다.
서울시에서 건축가의 도전을 장려하기 위해 개인 자격으로 출품을 허용한 게 박·김 대표가 공모전에 참여한 배경이다. “함께 만든 작품이 공모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두 대표는 서로를 향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가진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김 대표의 장점인 감각적인 부분과 내가 잘할 수 있는 서사적인 부분이 합쳐져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김 대표 역시 “함께 일하며 둘의 서로 다른 부분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형 건축사사무소에서 독립해 자신만의 작품을 내놓으면서 위기도 겪었다. 자신 있던 소규모 공모에서 탈락했을 땐 퇴사를 말린 지인이 생각나기도 했단다. 김 대표는 “순수한 마음으로 공모에 도전하고 있지만, 작품이 최종 심사에도 들지 못할 땐 ‘우리 시각이 틀린 것인가’라는 위기감도 있었다”며 “지금은 우리 작품이 인정받은 만큼 설계를 완벽하게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할 때인 것 같다”고 했다.
두 대표는 송현동 국립문화시설을 시작으로 서로의 가능성을 계속 찾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설계 철학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다”며 “큰 기회를 얻은 만큼 10년 뒤 우리의 철학을 당당하게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