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중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썼다가 신용카드가 복제되는 등의 부정 사용 피해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제시했다가 IC칩이 탈취되는 일도 벌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은 19일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카드 도난·분실, 위·변조 등 제3자에 의한 부정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작년 해외 신용카드 부정 사용 규모는 2324건, 33억6000만원으로 2021년(522건, 5억3000만원)에 비해 금액 기준 여섯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발생 규모만 1198건, 16억6000만원에 달했다.

신용카드 해외 부정 사용은 사람이 몰리는 관광명소에서 소매치기범이 가방을 훔친 후 신용카드로 고액 결제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매장 직원이 여행객이 제시한 신용카드 IC칩을 탈취해 다른 카드에 장착한 후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사설 ATM에 설치된 카드 복제기로 실물 카드를 복사한 사례도 잇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신용카드 부정 사용은 원칙적으로 카드사 책임이지만, 카드 뒷면 서명 누락 등 부주의가 확인되면 소비자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을 수 있다며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또 카드사의 해외 사용 안심 설정 서비스를 신청해 카드 사용 국가, 1회 사용금액, 사용 기간 등을 미리 설정해 놓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카드사 해외 출입국 정보 활용에 동의하면 출국 기록이 없거나 국내 입국이 확인된 이후에는 해외 오프라인 결제를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정보 탈취 우려가 있는 만큼 해외 사설 ATM 이용도 삼가라고 당부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