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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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이버 도박에 손을 대는 병사가 속속 적발되면서 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매달 100만원이 넘는 월급을 받는 상황에서 2020년부터 일과 후 휴대폰 사용까지 전면 허용되자 불법 도박사이트에 빠진 병사가 눈에 띄게 늘고 있어서다. 적발돼 징계받은 병사들이 결정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도박으로 인한 군내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급증하는 병영 내 도박

월급 올리고 폰 줬더니…코인·도박에 빠진 장병들
19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육군·해군·공군·해병대 병사가 사이버 도박으로 군사경찰에 형사 입건된 사건은 440건에 달했다. 전년 299건 대비 약 50% 늘었다. 올해 8월까지 사이버 도박으로 형사 입건된 경우는 319건으로 집계됐다. 연말까지 남은 기간을 감안하면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사병 생활관에 도박이 만연하고 적발되지 않은 사례도 수두룩하다는 게 현역 병사들의 전언이다. 해군 병사 A씨(21)는 “도박하는 동료 병사들을 보면 휴대폰 한 개는 부대에 등록하고 다른 휴대폰을 몰래 반입해 사이버 도박에 사용하는 식으로 단속을 피해 간다”며 “모두 개인 문제라고 여겨 쉬쉬하다 보니 서로 간에 채무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한 적발될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도박이 적발돼도 불복하는 병사도 많다. 국방부 2023년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2년 군내 접수된 행정소송은 835건으로 스마트폰 사용이 허용된 첫해인 2020년(762건)보다 늘어나는 추세다. 군내 송무를 맡은 육군 모 군단의 한 법무장교는 “행정소송을 준비 중인 병사까지 포함하면 도박 징계 불복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월급으로 변호사 선임 비용을 마련할 수 있게 되면서 병사 사이에서 ‘불복 소송을 하는 게 낫다’는 말이 퍼졌고, 이 때문에 최근 부서가 마비될 정도로 업무가 늘었다”고 했다.

휴대폰 허용·월급 대폭 인상의 그림자

군내 사이버 도박은 2020년 7월 국방부가 병사의 일과 후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허용하면서 급속히 확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2019년 40만원(병장 기준) 수준이던 병사 월급이 올해 평균 125만원으로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몇 달이면 수백만원을 모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쉽게 도박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내년 병장 월급은 205만원(기본급 150만원)까지 인상될 예정이다.

도박으로 인한 병사 간 채무 문제도 확산하고 있다. 본인 월급을 도박으로 탕진한 뒤 동료들에게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육군 상병 B씨(23)는 “여전히 상하 관계가 강한 병영 문화에서 선임병이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후임병은 어쩔 수 없이 응해야 할 때가 많다”며 “최근 부대 내에선 병장이 여러 후임에게 돈을 빌려 돌려막다가 고소된 사례도 있다”고 했다.

육군 군 검사 C씨는 “입대 전 스포츠도박 등을 하고 입대 후 도박을 지속하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다수”라며 “일부 병사는 이의 제기를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식으로 주위 병사들을 꼬드겨 부대 전체를 도박판으로 만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군이 생활관 내부 병사를 대상으로 하는 도박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높은 수위의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남궁승필 우석대 군사학과 교수는 “도박은 다른 범죄보다 전염성이 높은 만큼 적발 즉시 다른 병사들과 분리 조치해야 근절할 수 있다”며 “전역에 영향을 주는 등 엄정한 제도를 마련해 해당 병사를 징계해야 군내 도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