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틀란타국제공항의 스피릿 항공 티켓 카운터  /사진=EPA
미국 애틀란타국제공항의 스피릿 항공 티켓 카운터 /사진=EPA
미국 저가항공사 스피릿항공이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인플레이션 압박과 고금리 부담으로 영업을 계속하기 불가능한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제트블루가 경영난에 빠진 스피릿 항공을 인수하려 했으나, 이마저 미국 정부에 막히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스피릿은 이날 뉴욕 남부 연방파산보호법원에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했다. 스피릿 항공은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11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변제할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법원 감독 아래 영업을 지속하면서 구조조정과 기업 매각 등을 추진할 전망이다. 승객들은 항공편을 여전히 이용할 수 있으며 기존에 확보한 마일리지도 사용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스피릿은 저가항공 시장을 개척해 주요 항공사로 자리 잡았으나, 최근 수년 사이 대형 항공사들이 저가 항공 시장에 뛰어들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극심한 경쟁이 벌어져 스피릿의 주력 시장인 휴양지 노선 운임이 저가를 벗어나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인건비까지 급등했다. 항공기 결함으로 인한 결항도 잦았다. 에어버스 여객기의 엔진 결함으로 인한 리콜 문제로 운항 차질을 빚었다. 올해 조종사들을 임시 해고했고, 항공기도 매각했으나 유동성 확보에 실패했다. 미국 대형 항공사의 파산보호 신청은 13년 전 아메리칸항공 이후 처음이다.

스피릿은 돌파구로 합병을 추진했지만, 이 역시 규제에 막혀 좌절됐다. 프런티어 항공과의 합병 합의, 2022년 제트블루와 인수 계약 모두 무산됐다. 미 연방법원은 1월 제트블루의 스피릿항공 인수 계약을 최종 무산시켰다.

스피릿항공은 이날 파산보호 신청과 함께 채권자들과 기업 정상화를 위한 포괄적인 재무구조개선 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채권자들은 신주 발행으로 3억5000만달러(약 4900억원)의 운영자금을 공급하고, 7억9500만 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의 부채를 출자전환하기로 했다. 추가로 3억 달러의 대출을 내년 1분기 내 제공해 파산을 피하기로 했다.

스피릿항공은 채무 구조조정으로 인해 자사 주식이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스피릿은 이르면 내년 1분기 중에 파산 보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미국에선 TGI프라이데이스를 비롯해 가구 제조·유통 기업 콘스, 햄버거 체인 버거파이, 타이어 유통업체 ATD 등 기업들의 파산보호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2022년 미 중앙은행(Fed)가 기준금리를 끌어올린 이후 시장금리가 고공행진을 한 탓이다. 기업들은 늘어난 금융비용 속에서 원가 인플레이션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