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두산에너빌리티, 외인·기관 쓸어담았다…주목받는 이유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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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에 원전주 두산에너빌리티 주목

올해 목표 수주액 달성 가능성
외국인·기관 주식 줍줍, 개인만 팔아
두산에너빌리티가 국산화해 서부발전 김포열병합발전소에 공급한 가스터빈. /사진=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가 국산화해 서부발전 김포열병합발전소에 공급한 가스터빈.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스리마일 원전에서 향후 20년간 전력을 구매하는 직접구매계약(PPA)을 체결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9월 미국 원전 기업인 콘스텔레이션에너지와 전력 계약을 체결하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최근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앞다퉈 원전 기업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늘어나는 전력을 원전으로 대응하겠단 전략입니다. 이 와중에 신한투자증권과 대신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은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 수요가 늘어나면서 두산에너빌리티가 수혜를 누릴 것이란 이유에서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급락하던 국내 증시에서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오히려 상승했습니다. 이번 종목 집중탐구에선 두산에너빌리티의 투자 포인트를 살펴봤습니다.

지수 내릴 때 주가 오히려 올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두산에너빌리티는 1962년 현대양행으로 설립됐습니다. 1980년 10월 중화학공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정부에 귀속돼 공기업인 한국중공업주식회사로 변경됐죠. 이후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2000년부터 두산그룹에 인수돼 두산중공업으로 지내다가 2022년 3월 두산에너빌리티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전날 3.94% 오른 2만2400원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4조3486억원입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올 들어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말 1만5900원에 불과하던 주가는 전 세계적인 원전 수요 증가와 수출 소식에 부각되며 전날까지 약 41% 상승했습니다. 이달에만 11% 넘게 올랐습니다.
[마켓PRO] 두산에너빌리티, 외인·기관 쓸어담았다…주목받는 이유 살펴보니
주식 전문가들은 두산에너빌리티 실적을 판단할 때 연결과 별도로 나눠서 보라고 조언한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3.1% 급감한 것에 비해 별도 기준은 36.1% 늘어나면서죠. 연결 기준 실적이 부진한 배경엔 자회사 두산밥캣이 있습니다. 이 자회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8%가량 줄었습니다. 발전설비 등 에너빌리티의 성과만 놓고 보면 오히려 성장 기대감이 큽니다.

특히 당기순이익의 흑자전환이 눈에 띕니다. 에너빌리티 사업 부문은 지난 3분기 795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달성했습니다. 작년 3분기 당기순적자(113억원)에서 흑자 전환했습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36.9%에서 128.8%로 8.1%포인트 낮아졌습니다.

자회사 두산밥캣 분할 추진

최근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두는 사업 재편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두산밥캣 분할을 두고 여전히 잡음이 들리지만 시장에선 약 7000억원의 차입금 부담을 덜고 원전 관련 설비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기존 원전 역량에 덧붙여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 향후 5년간 약 62기 수주를 목표로 적극적인 시설 투자를 통해 연 20기 규모의 SMR 제작 시설을 확충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원전 시장이 AI로 주목받으며 원전을 주력 사업으로 삼은 두산에너빌리티에 본격적으로 물이 들어오는 때라는 진단이 나옵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주액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두산에너빌리티의 3분기 누적 수주액으로 약 3조2000억원을 추정하고 있습니다. 대신증권은 향후 잔여 수주로는 원자력 SMR에서 4200억원, 가스와 수소 부문의 국내 복합주기기에서 3777억원, 해외복합 설계·조달·시공(EPC)에서 1조9000억원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부문과 자회사 수주 등은 각각 2000억원으로 예상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올해 수주목표인 6조3000억원 달성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습니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한울 3, 4호기와 체코 2기, 폴란드 2기 등 2028년까지 대형 원전 11기향 주기기 수주를 예상한다"면서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의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수주도 기대된다"고 평가했습니다.

체코 원전 수주…주가 이벤트

내년 상반기 예정된 체코 원전 수주 여부도 주가 이벤트가 될 전망입니다. 체코 원전 수주는 2022년 한국과 미국, 프랑스의 입찰제안서 제출 후 올해 1월 한국과 프랑스의 2파전에서 올해 7월 한국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진행돼 왔습니다. 조만간 체코 전력 당국이 한국에 대규모 대표단을 보내 최종 계약을 위한 세부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죠.

다만 변수도 있습니다.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탈락한 프랑스전력공사(EDF)와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체코 반독점 당국에 진정을 제기하면서죠. 향후 체코 측 대표단과 세부 협상엔 들어가겠지만 신규 건설사업 계약은 당분간 미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켓PRO] 두산에너빌리티, 외인·기관 쓸어담았다…주목받는 이유 살펴보니
그럼에도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각각 743억원, 54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 했습니다. 개인투자자 홀로 1343억원가량 주식을 팔아치웠죠.

최규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MR 관련 수주 확보할 경우 목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할인이 아닌 할증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체코 원전 외에도 유럽, 중동 등 지역에서의 후속 수주도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